렌터카 vs 캐피틸 갈등 다시 수면 위로…롯데렌탈 매각 불허 후폭풍

불허사유에 캐피털사 '본업비율 제한'…규제철폐 요구 재점화
렌터카 "여전사 본질 망각…자금력 무기로 시장 잠식" 우려

사모펀드 운용사 어피니티가 소유한 SK렌터카의 제주 지점 전경(자료사진. SK렌터카 제공).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의 롯데렌탈 매각 불허가 해묵은 렌터카와 캐피탈 업계의 갈등을 수면 위로 끌어올리고 있다.

그동안 캐피탈 업계는 리스 자산 총액을 초과해 렌탈 자산을 보유할 수 없도록 한 여신전문금융업 감독 규정을 완화해 달라고 요청해 왔다. 반면 렌터카 업계는 규정이 완화되면 자금력을 앞세운 캐피탈사들이 렌터카 시장을 장악하게 된다며 반발하고 있다.

앞서 롯데그룹은 롯데렌탈을 SK렌터카를 소유한 사모펀드 운용사 어피니티에 매각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공정위는 어피니티가 업계 2위인 SK렌터카를 이미 소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1위 롯데렌탈까지 손에 쥘 경우 렌터카 업체 간 경쟁이 제한된다며 이를 불허했다.

롯데렌탈과 SK렌터카의 합산 시장 점유율이 35%로 과반에 못 미치기 때문에 매각 불허는 예상 밖 결과였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업계 3위부터 포진한 캐피탈사들은 '본업 비율 제한' 규제로 리스 사업을 늘리지 않고선 렌터카 사업을 늘리기 쉽지 않은 구조라는 점을 이유로 제시했다. 합병이 이뤄질 경우 렌터카 시장이 독과점으로 흐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를 계기로 캐피탈 업계는 규제 완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규제로 인해 렌터카 시장의 공정한 경쟁이 제한되고 있음을 공정위가 인정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렌터카조합 "규제 완화=캐피탈 독과점"…금융당국·여신업계 움직임에 '촉각'

2일 렌터카 업계에 따르면 전국렌터카연합회는 최근 설명자료를 통해 캐피탈 업계의 규제 철폐 요구에 대해 "자금력이 부족한 기업들의 여신을 지원하는 여전 업계의 본질을 망각하는 것"이라며 본업 비율 제한 규제가 존재하는 현재도 "막대한 자금력을 무기로 렌터카 시장을 잠식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고 비판했다.

이어 "부수 업무(렌터카 사업) 한도는 여전사의 부수 업무가 본업(리스 사업)을 보완하는 범위에서 운영돼야 한다는 취지가 전제돼 있다"면서 "리스 자산의 100%를 초과해 렌터카 자산을 대규모로 확대할 경우 부수 업무인 렌터카 사업이 주 업무로 전환되는 '주객전도' 현상이 발생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부수 업무 확대 시 지난 15년간 지속된 여전사의 사업 확장을 고려하면, 자동차 임대 시장 전반이 여전사 중심의 독과점으로 귀결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캐피탈 업계 "렌탈 대세인데, 규제로 성장 제한"…금융당국 완화 검토에 "쉽지 않을 것"

공정위는 매각 불허를 결정하면서 단순 시장 점유율보다는 양사 경쟁사들의 기초 체력에 주목했다. 롯데렌탈·SK렌터카 간 합산 시장 점유율은 전체 렌터카 시장의 35% 수준으로 과반에 미치지 못한다. 그러나 계약 기간 1년 미만의 단기 렌터카 시장에선 영세 중소사업자들이, 1년 이상의 장기 렌터카 시장에선 현대캐피탈·하나캐피탈 등 캐피탈사들이 각각 롯데렌탈·SK렌터카 다음에 포진해 있다. 모두 시장 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는 여건이 못 된다는 게 공정위의 판단이다.

공정위의 이같은 지적 이후 캐피탈 업계는 본업 제한 비율 철폐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리스는 자산(자동차)을 고객에게 빌려주고 매달 사용료를 받는 금융상품인 반면 렌탈은 상품(자동차)을 빌려주는 서비스로 세제 혜택이 리스보다 크다. 여전 업계는 자동차 시장이 리스에서 렌탈 중심으로 전환한 상태에서 규제 때문에 성장이 제한된다며 이참에 관련 규제를 폐지하거나 최소한 본업 제한 비율을 완화해달라는 입장이다.

금융 당국도 캐피탈 업계의 요구를 검토 중이다. 앞서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지난해 11월 열린 여전 업계 최고경영자(CEO) 간담회에서 "기업 생산성 제고와 국민 편익 증진 측면에서 새로운 사업 아이디어를 제안하면 캐피탈사의 렌탈업 취급 한도 완화 등 여러 규제 개선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공정위가 이번 롯데렌탈 매각 불허 결정에서 단기 렌터카 시장 내 영세 사업자들의 구조적 열위를 언급한 바 있어 정부가 캐피탈사의 본업 제한 비율을 곧바로 철폐할 가능성은 작다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공정위의 이번 결정은 결국 시장 약자를 보호하자는 취지"라며 "본업 비율 제한을 풀어줄 경우 그만큼 영세 사업자들의 점유율은 줄어들 수밖에 없는 데다, 향후 업계 1·2위인 롯데렌탈·SK렌터카를 모두 어피니티가 소유할 명분까지 열어줄 수 있어 정부로서는 신중하게 접근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seongs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