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악당' 트럼프 효과…GM·포드 '역대급 실적' 예고

포드 올해 EBIT 전년比 47%↑ 전망…GM '사상 최대' 실적 예고
온실가스 규제 철폐로 내연기관 증가…전동화 경쟁력 하락

지난달 13일(현지시간)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디트로이트 오토쇼 개막 전 언론 공개 행사에서 포드 중형 SUV '브롱코'가 공개된 모습(자료사진).2026.01.13.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 등 미국 완성차 업체들이 올해 역대급 실적을 예고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9월 전기차 보조금을 폐지한 데 이어 이달 들어선 온실가스 규제 근거인 '위해성 판단'을 폐기하는 등 반(反)환경 정책의 수혜를 톡톡히 누리고 있어서다.

전기차·하이브리드 등 비싸고 마진이 적은 친환경차 대신 저렴하면서도 마진이 높은 내연기관 차량 판매가 늘어나 수익성이 개선되고 있다. 하지만 가뜩이나 뒤처진 미국 자동차 산업의 전동화 경쟁력은 더욱 뒷걸음질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반 환경 정책, 고배기량·내연기관 美 완성차에 '날개'

26일 글로벌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포드는 올해 '이자·법인세 차감 전 조정 영업이익'(EBIT)이 전년(68억 달러) 대비 47% 증가한 100억 달러(약 14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연간 EBIT이 100억 달러 이상을 기록했던 2021~2024년 수준을 회복하는 셈이다.

GM이 공개한 올해 EBIT 전망치는 전년(127억 달러) 대비 18% 증가한 150억 달러다. 이렇게 되면 GM은 2024년 기록한 사상 최대 EBIT(149억 달러)를 뛰어넘게 된다.

양사가 올해 실적 회복을 자신하는 배경에는 트럼프 행정부의 노골적인 내연기관 밀어주기 정책이 자리한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초 백악관에서 온실가스 규제 근거인 '위해성 판단'을 폐기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시절인 2009년 도입된 위해성 판단은 이산화탄소, 메탄, 이산화질소를 비롯한 6가지 온실가스가 공중 보건에 해를 끼친다는 연방정부 차원의 판단이다.

이러한 위해성 판단에 따라 그간 미국 완성차 업체들은 연비 효율이 낮은 내연기관 차량을 판매할 경우 온실가스 배출량을 상쇄하기 위해 전기차·하이브리드 등 친환경 차량 판매 비중을 점진적으로 높여야 했다. 이를 충족하지 못하면 테슬라 등 전기차 업체로부터 규제 크레딧을 구매하거나 벌금을 물어야 했다. GM이 지난 3년간 크레딧 구매에 쓴 비용만 35억 달러(약 5조 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2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리 젤딘 환경보호청(EPA) 청장과 함께 온실가스 위해성 판단 결정을 공식적으로 폐기한다고 발표하는 모습(자료사진). 2026.02.12. ⓒ AFP=뉴스1
'미래'와 맞바꾼 수익…전동화 경쟁력 하락에 글로벌 점유율 줄듯

트럼프 행정부가 위해성 판단을 폐기하면서 온실가스 규제 근거가 사라졌다. 이에 GM과 포드는 올해부터 미국 안방 시장에서 값비싼 친환경차 대신 가격이 저렴하고 마진이 높은 내연기관 차량 판매를 늘리면서도 천문학적인 규제 크레딧과 벌금을 지불하지 않게 됐다. 픽업트럭 등 고배기량 내연기관 차량은 전통적으로 미국 완성차 업체들이 강점을 지닌 시장이기도 하다.

메리 바라 GM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주주 서한에서 "조만간 미국 규제 환경이 점차 완화될 것"이라며 "미국 신차 시장은 견조한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짐 팔리 포드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미국 디트로이트 오토쇼에서 "회사 수익이 개선되고 있다. 올해 실적이 정말 기대된다"고 했다.

다만 미국 행정부의 정책 변화에 따른 각 사 생산·판매 전략 조정으로 미국 완성차 업체들의 전동화 경쟁력은 더욱 후퇴할 것이란 지적도 제기된다. 특히 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성장하는 상황에서 전동화 경쟁력 후퇴는 미국 완성차 업체들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 하락을 부를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각국에 등록된 전기차(BEV+PHEV) 판매량은 전년 대비 21.5% 증가한 2147만 대에 달했다. 같은 기간 5%로 역성장한 미국과 달리 중국(18.8%)과 유럽(34.9%)이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에 GM과 포드는 중·장기 전동화 전략의 한축으로 미국 내 하이브리드 차량 판매는 계속해서 늘린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도요타·혼다, 현대차·기아의 선전으로 쉽지 않을 거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금융정보 업체 S&P글로벌에 따르면 지난해 8월 미국 하이브리드 시장은 △도요타(48.4%·1위) △혼다(18.6%·2위) △현대차·기아(13.0%·3위) 순으로 높은 점유율을 기록했다. 포드는 7.9%의 점유율로 4위에 그쳤고, GM은 10위 안에 들지 못했다.

현대자동차가 미국 시장에서 판매하는 준중형 SUV '투싼 하이브리드'의 모습(자료사진. 현대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4.18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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