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자리서 유레카"…무인소방로봇 연구원·소방관 '끝장 토론' 결과물

'동료'로 부르며 기대…고장 나면? "현대로템, 고쳐주겠지"

현대자동차그룹의 무인소방로봇 개발에 참여한 사람들. 왼쪽부터 오정우 현대로템 책임연구원, 이지향 국립소방연구원 연구사, 김동주 소방장, 임팔순 소방경. 2026.2.24 ⓒ 뉴스1 박기범 기자

(서울=뉴스1) 박기범 기자

"제 손이 안 보일 정도로 칠흑 같은 어둠이었습니다. 베테랑 소방관도 방향을 잃을 수밖에 없겠구나 싶었죠." (오정우 현대로템 책임연구원)

현대자동차(005380)그룹이 기증한 무인소방로봇은 단순히 공장에서 찍어낸 기계가 아니다. 영하의 추위와 수백 도의 고열이 공존하는 현장에서 소방관의 목숨을 지키기 위해 연구원과 현장 대원들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한 '피·땀·눈물'의 결실이다. 개발에 참여한 4인의 이야기를 통해 소방로봇 개발까지 과정을 정리했다.

"술 한잔하다 번뜩"…지하주차장 난제 해결한 '야광 호스'

임팔순 소방경은 개발 과정에서 가장 뿌듯했던 순간으로 '릴호스' 아이디어를 꼽았다. 좁고 빽빽한 지하 주차장에서 로봇이 무거운 소방 호스를 끌고 가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거듭된 고민은 동료와의 술자리로 이어졌고 여기서 로봇에 직접 호스를 달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임 소방경은 "고민 끝에 술 한잔을 하다가 '로봇에 호스를 직접 달아버리자'는 생각이 스쳤다"며 "호스가 들어가면서 자연스럽게 풀리게 하고, 여기에 야광 발광 기능을 더해 대원들의 탈출 경로까지 표시하게 했다"고 회상했다.

무인소방로봇은 최대 120m의 소방호스를 견인할 수 있다. 호스 꼬임 방지를 위한 자동 풀림·감김 기능의 릴호스를 적용했다. 야광 기능도 있어 어두운 화재현장에서 탈출경로를 보여준다. 현장의 고충이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만나 기술로 승화된 순간이었다.

이지향 국립소방연구원 연구사 역시 "농연 속에서는 베테랑도 당황하기 쉽다"며 "로봇에 탑재된 시야 개선 카메라가 소방관의 '눈'이 돼 구조 대상자를 식별할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시야 개선 카메라는 적외선 센서를 기반으로 불길과 짙은 연기 속에서도 우수한 대상체 검출 성능을 확보해 발화 지점이나 구조 대상자를 식별할 수 있도록 돕는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24일 경기 남양주시 수도권119특수구조대에서 열린 현대자동차그룹·소방청 무인소방로봇 기증식을 마치고 소방대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6.2.24 ⓒ 뉴스1 김민지 기자
"고장 걱정? 현대로템이 고쳐줄 거야"

새로운 장비가 들어오면 현장 대원들은 반가움보다 '거부감'과 '걱정'이 앞서기도 한다. 고가의 장비가 혹여나 고장 날까 봐, 상전 모시듯 해야 할까 봐서다. 김동주 소방장은 "직원들이 고장 걱정을 하길래 '현대로템에서 고쳐주겠지'라고 농담하며 훈련을 시켰다"고 웃어 보였다.

개발을 주도한 오정우 현대로템(064350) 책임연구원은 화재 현장을 '연구원으로서의 도전이자 두려움'으로 기억했다. 그는 "기술적 답변이 나오지 않아 의구심이 들 때도 있었지만, 성능을 뽐내는 로봇이 아니라 극한의 현장에서 '반드시' 작동하는 로봇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로봇이 소방관보다 위험한 곳에 대신 들어가는 방패가 돼 대원들이 하루라도 더 무사히 귀가할 수 있다면 존재 가치는 충분하다"고 했다.

무인소방로봇, 우리 '동료'

이날 개발자 4인의 대화 중 가장 눈에 띈 것은 무인소방로봇을 지칭하며 '동료'라는 단어를 썼다는 점이다. 위험한 화재 현장에서 동료 소방대원들이 서로를 지켜주듯, 소방무인로봇 역시 소방대원의 안전을 지켜줄 동료라는 기대다.

이지형 연구사는 "기술이 현장을 이해하려고 노력한 결과물이다. 든든한 동료로 활약하길 기대한다"고 고 했다. 김 소방장은 "게임으로 치면 목숨이 하나 더 늘어난 '보너스 라이프' 같은 든든함"이라고 기대감을 전했다.

pkb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