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600% 폭증"…고환율·중국산 공세에 수입차 '가격 딜레마'
'가성비' 중국산 전기차 점유율 1%→34%…한국 전기차 20%p ↓
'환율' 장벽 수입차 업계…출시 미루거나 가격 정책 고심
- 박기범 기자
(서울=뉴스1) 박기범 기자 = 수입차 브랜드가 전기차 가격을 두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국내 전기차 시장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큰 폭의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경쟁 구도가 과거 성능·품질 중심에서 중국산 전기차를 앞세운 '가성비'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가격 압박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원·달러 환율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차량을 해외에서 들여와야 하는 수입차 브랜드의 고심은 깊어지고 있다.
18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지난 1월 국내 완성차 5개 사의 전기차 판매량은 5661대로 전년 동기 대비 무려 472% 늘었다. 같은 기간 수입 전기차는 4430대로, 전년(635대)보다 597.6% 폭증했다. 지난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전기차 판매 흐름이 이어지면서 일시적 수요 정체 국면을 지나 대중화 단계에 진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장 확대와 함께 점유율 구조 변화도 뚜렷하다.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산 전기차 비중이 빠르게 늘면서, 과거 주행거리와 배터리 성능 중심의 경쟁 구도는 가격 경쟁 중심으로 옮겨가는 양상이다.
실제 지난해 국내 신규 등록 전기차 가운데 중국산은 7만4728대로, 전체의 34%를 차지했다. 중국산 전기차 점유율은 2021년 1%에서 불과 2년 사이에 시장의 3분의 1을 차지한 것이다. 올해도 1월 중국산 전기차를 국내에 판매하는 테슬라와 BYD가 각각 1966대와 1347대를 판매하며 수입차 브랜드 판매순위 3위와 5위를 기록했다.
반대로 국산 전기차의 입지는 좁아지고 있다. 2022년 75%에 달했던 국산 전기차 점유율은 지난해 57.2%로 20%포인트 가까이 곤두박질쳤다.
중국 브랜드는 올해도 공격적인 가격 전략을 이어가면서 시장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테슬라는 가격을 30만~600만 원가량 인하했고, BYD는 2000만 원대 전기차를 출시하며 가격 경쟁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산의 공세에 맞서 현대차와 기아는 가격을 인하하거나 할인을 강화하며 점유율 사수에 나섰다.
문제는 수입차 브랜드다. 가격 경쟁에 대응해야 하지만 환율 부담이 제약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차량을 해외에서 들여오는 구조상 달러·원 환율 변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최근 환율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판매가 인하 여력이 크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로 인해 야심 차게 준비했던 신차 도입 계획이 줄줄이 무산되거나 연기되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 한 수입차 브랜드는 소형 전기차 도입을 검토했으나 가격 경쟁력 확보가 어렵다고 판단해 계획을 철회했다. 한국GM은 이쿼녹스EV의 국내 출시를 검토했으나, 환율 여파로 수익성을 맞추지 못해 출시 시점을 잡지 못한 채 장고를 거듭하고 있다.
프리미엄 브랜드도 예외는 아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올해 출시 예정인 신형 CLA 전기차의 국내 가격 책정을 두고 막판 조율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폴스타는 생산지 전략을 통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 방식을 택했다. 폴스타 4는 한국에서 생산되지만 물량 대부분을 수출하고, 국내 판매 물량은 중국산을 들여와 원가를 낮추는 구조다. 올해 출시하는 폴스타 3와 5 역시 중국 생산 물량을 국내에 공급해 가격 부담을 줄이겠다는 전략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당분간 '고환율·가성비'라는 이중고가 수입 전기차 시장의 핵심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당초 중국산 전기차는 국내 소비자의 부정적 인식으로 인해 성공하지 못할 것이란 관측이 나왔지만, 이들이 시장에 안착하면서 '가성비' 중심으로 전기차 시장이 확대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이다.
프리미엄을 지향하는 전기차 브랜드 역시 가격 경쟁력을 이유로 중국산 전기차를 도입하는 상황은 가성비 경쟁이 심화하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가격 저항선이 분명해진 상황에서 환율 부담까지 겹치면 공격적인 가격 정책을 펴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pkb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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