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렌탈 매각 불허…업계 "합산 점유율 35%, 예상 못해"

공정위 "경쟁제한 우려"…롯데렌탈 새주인 찾기 원점으로
롯데그룹 1.6조 원 확보도 차질

롯데렌탈의 롯데렌터카 서울역 지점 전경(자료사진. 롯데렌탈 제공).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가 사모펀드 운용사 어피니티의 롯데렌탈(089860) 인수를 불허하자 관련 업계는 '예상 밖의 결과'라는 반응이다. SK렌터카와 롯데렌탈의 합산 시장 점유율이 35%여서 절반에도 크게 못 미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롯데렌탈의 새 주인 찾기 작업은 1년 만에 원점으로 돌아가게 됐다. 계열사 매각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하려던 롯데(004990)그룹의 구상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공정위는 26일 어피니티가 롯데렌탈 주식 63.5%를 취득하는 기업결합과 관련해 렌터카 시장 경쟁을 제한할 우려가 크다고 보고 해당 결합을 금지하는 조치를 부과했다. 어피니티가 공정위에 기업결합을 신고한 지 10개월 만에 내려진 결정이다.

공정위는 "어피니티가 SK렌터카를 인수해 소유하고 있으므로 이번 기업결합의 실질은 국내 렌터카 시장의 1·2위 사업자인 롯데렌탈, SK렌터카가 모두 어피니티의 지배하에 놓이게 되는 것"이라면서 기업결합 승인 시 "압도적 대기업 1개 사 대(對) 다수의 영세한 중소기업들로 단기 렌터카 시장의 양극화 구조가 심화한다"고 지적했다.

렌터카 업계는 공정위의 불허 결정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반응이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렌탈과 SK렌터카가 각각 업계 1·2위라고는 하지만 양사 합산 시장 점유율은 35% 수준으로 과반이 안 된다"며 "기업결합 승인은 당연한 수순이고, 어떤 조건이 붙느냐가 관건이라고 본 게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었다"고 말했다. 어피니티는 공정위 심사를 의식해 인수 이후 3년간 롯데렌탈을 SK렌터카와 합병하지 않겠다는 단서 조항을 롯데와의 계약 조항에 넣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공정위는 이번 심사에서 단순 시장 점유율보다는 양사 경쟁자들의 기초 체력에 주목했다. 계약 기간 1년 미만의 단기 렌터카 시장에선 영세 중소사업자들이, 1년 이상의 장기 렌터카 시장에선 캐피털사들이 주로 포진해 있는데, 모두 시장 점유율 확대할 수 있는 여건이 못 된다는 게 공정위의 판단이다. 특히 캐피털사의 경우 '본업비율 제한' 규제로 리스 차량을 늘리지 않고는 장기 렌터카를 확대할 수 없다.

롯데렌탈의 새 주인 찾기 작업과 롯데그룹 유동성 확보 구상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자금난에 시달리던 롯데그룹은 2024년 8월 비상경영체제로 전환해 비핵심사업 매각에 돌입했고, 지난해 2월 호텔롯데와 부산롯데호텔이 갖고 있던 롯데렌탈 지분 56.2%를 1조 6000억 원에 매각하는 계약을 어피니티와 체결했다. 매각 대금은 호텔롯데와 부산롯데호텔의 차입금 상환에 사용돼 그룹의 막힌 '돈맥'에 숨통을 트여줄 것으로 기대됐다.

롯데렌탈을 손에 쥐어 렌터카 업계 절대 강좌로 발돋움하려던 어피니티의 입장도 난처하게 됐다. 어피니티는 2024년 8월 8200억 원을 들여 SK네트웍스로부터 SK렌터카 지분 100%를 사들였다. 공정위 승인을 받아 롯데렌탈 인수를 마무리하면, 인수로부터 3년 이후 롯데렌탈과 SK렌터카와의 합병까지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2024년 12월 롯데렌탈이 중고차 매매센터를 개장하며 중고차 소매 사업에 본격 진출하자, 2023년 10월 업계 최초로 설립한 SK렌터카의 중고차 매매센터의 운영을 지난해 4월 종료하며 교통 정리에 들어가기도 했다.

어피니티가 렌터카 사업에 적극 뛰어든 건 그만큼 관련 시장 전망이 탄탄하기 때문이다. 서울특별시자동차대여사업조합과 하나증권에 따르면 국내 렌터카 인가 대수는 2015년 53만 대에서 2020년 처음을 100만 대를 넘어섰다. 지난해 추정치는 133만 대에 달한다. 불과 10년 만에 150% 성장한 것이다. 관련 시장 규모도 2015년 3조 7300억원에서 2025년 9조 6800억 원으로 성장, 올해 10조 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공룡 렌터카 기업 출범이 불가능해지자 영세 렌터카 업체와 중고차 업체들은 일단 안도하는 분위기다. 중고차 업계 관계자는 "롯데렌탈이 중고차 소매업에 성공적으로 진출한 상황에서 SK렌터카와 합병할 경우 '신차급 법인 렌터카' 물량을 기반으로 중고차 시장 파이를 잠식할 거란 우려가 컸다"고 말했다.

렌터카 업계 관계자는 "일단 거대 기업의 출현은 막혔지만, 공정위가 캐피털사의 본업 비율 제한을 언급한 건 향후 캐파털사들의 관련 규제 완화에 목소리에 힘을 실어줄 수 있어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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