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서 전기차 팔아야 하는데…EU 변심에 현대차·기아 '긴장'
EU '최소 판매가격' 추진·캐나다 관세 100%→6.1% 인하
'가성비' 中 전기차 판로 확대…가격 경쟁 압박 커진다
- 박기범 기자
(서울=뉴스1) 박기범 기자 = 중국산 전기차를 둘러싼 글로벌 통상 환경이 다시 흔들리고 있다. 캐나다와 유럽연합(EU)이 전통적 우방인 미국과 갈등이 깊어지는 상황에서,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를 대폭 낮추는 조치를 시행하거나 예고하면서다. 중국산 전기차를 향하던 관세 장벽이 낮아질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한국 브랜드의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중국산 전기차에 부과 중인 반보조금 관세를 대신해 ‘최소 판매가격’을 충족할 경우 관세를 면제하거나 완화하는 방안을 중국 측과 협의 중이다.
중국 업체가 EU로 전기차를 수출할 때 일정 가격 이하로 판매하지 않겠다는 가격 약정을 전제로 하는 방식으로, 이 안이 적용되면 EU는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가격 통제력을 확보하는 대신, 중국은 최대 45.3%에 달하는 고율 관세를 피할 수 있다.
북미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캐나다 정부는 중국산 전기차 관세를 100%에서 세계무역기구(WTO) 최혜국대우(MFN) 기준인 6.1%로 인하하고, 연간 4만 9000대의 전기차 수입 쿼터를 부여하기로 했다. 수입 한도는 5년 차에 연 7만 대로 늘어날 예정이다.
이같은 조치를 두고 '고관세'로 수출에 어려움을 겪던 중국산 전기차의 판매 확대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당장은 서구 브랜드가 혜택을 볼 가능성이 크다. 유럽의 중국산 전기차 수입액은 2020년 16억 달러(약 2조 3506억 원)에서 2023년 115억 달러(약 16조 8947억 원)로 급증했는데, 대부분 Tesla, BMW, 볼보 등 서구 브랜드의 중국 공장 생산 차량이었다. 캐나다 역시 100% 관세가 적용되기 전인 2023년 중국산 테슬라 차량을 4만 4000대 이상 수입했다.
'가성비'를 앞세운 중국 브랜드 역시 이번 관세 완화의 혜택을 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글로벌 전기차 판매(BEV+PHEV) 1위와 2위는 중국 브랜드 BYD와 지리가 차지했다. 두 브랜드는 전년 대비 각각 23.6%, 8% 증가세를 기록했다. 반면 테슬라는 판매량이 8% 감소한 145만 9000여 대에 그치며 3위로 내려앉았다.
특히 유럽 시장에서 중국 브랜드의 성장세는 두드러진다.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에 따르면 BYD는 지난해 1~11월 EU에서 전년 대비 276% 증가한 15만 9869대를 판매했다. 중국승용차협회(CPCA)는 EU에서 중국산 전기차의 판매량이 앞으로 3년 동안 연평균 20%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흐름이 EU의 통상 정책 변화와 맞물릴 경우 중국 브랜드의 확산 속도가 더욱 빨라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중저가 전기차 시장에서 경쟁이 격화될 경우 현대차·기아의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ACEA에 따르면 현대차·기아는 지난해 1~11월 유럽에서 95만 9317대를 판매해 전년 동기 대비 2.6% 감소했다. EU의 고관세가 사라진다면, 가성비를 앞세운 중국 브랜드는 물론, 중국에서 생산된 유럽 브랜드 전기차와도 경쟁을 피할 수 없다.
미국의 강경한 통상 정책으로 EU와 캐나다가 외교·무역 노선에서 독자성을 강화하는 흐름 속에, 중국산 전기차 관세 완화 기조가 중장기적으로 다른 국가로 확산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업계 관계자는 "관세 완화는 중국 전기차의 가격 진입 장벽을 낮춰, 한국 업체가 중저가 시장에서 직접 경쟁에 노출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pkb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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