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내연기관 감성 동시에…벤츠 AMG E 53 하이브리드[시승기]
배터리 완충시 70㎞ 이상 전기 주행…엔진·모터 최대 585마력 발휘
강한 엔진 배기음, 질주본능 자극 …뒷바퀴 조향으로 회전반경 줄여
- 김성식 기자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국내에서 유일하게 수입차를 통해서만 만날 수 있는 차종이 있다. 바로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다. 내연기관 엔진과 전기 모터가 동시에 탑재된 '하이브리드'(HEV)인데, 외부로부터 배터리 충전이 가능해 '플러그인'(Plug-in)이란 수식어가 붙었다. 국내 완성차 5사는 현재 PHEV 모델을 내수 시장에 판매하지 않고 있다.
대신 수입차 시장에선 PHEV의 인기가 상당하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1~10월 판매된 차량 중 PHEV는 1만 1481대로 전년 동기 대비 71% 증가했다. 이로써 수입차 시장에서 PHEV가 차지하는 비중은 4.6%로 올라섰다.
이러한 올해 흐름을 마치 예상이라도 한 듯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는 지난해 12월 준대형 세단 'E클래스'의 PHEV 트림인 'E350e'를 출시한 데 이어 지난 2월에는 고성능 AMG 브랜드의 E클래스에도 PHEV 트림인 'AMG E 53 하이브리드'를 출시했다.
통상 PHEV 트림은 일반 내연기관 트림 대비 최소 30% 이상 비싸다. 그럼에도 소비자들이 PHEV를 찾고 있다. '메르세데스-AMG E 53 하이브리드 4MATIC+'을 만난 뒤 그 이유를 알게 됐다.
지난 21일부터 나흘간 AMG E 53을 타고 서울과 경기 북부 일대 약 70km를 주행해 보니 전기차의 강력한 모터 성능과 기존 내연기관의 감성을 원할 때마다 번갈아 가면서 느낄 수 있었다. 바로 △B △EL △컴포트 △스포츠 △스포츠+ 등 주행 모드 변경을 통해서다.
B는 배터리 홀드 모드로 현재의 배터리 충전 상태를 유지하며 필요시에만 전기 힘을 사용한다. EL은 순수 전기 주행 모드로 내연기관 대신 모터만 작동한다. 컴포트 모드는 전기모터와 내연엔진을 동시에 사용하며 효율을 최적화하고, 스포츠와 스포츠+는 내연기관 위주로 작동한다.
차량을 받은 첫날에는 배터리 잔량이 0이라 부득이 컴포트, 스포츠 모드만 사용해 봤다. 강변북로에서 가다 서기를 반복하는 구간에선 주로 전기 힘으로 갔고, 정체 구간을 벗어나 속도를 내기 시작하자 엔진이 개입하기 시작했다. 큰 고민 없이 일상 주행에서 가장 널리 쓰일 수 있는 모드임을 알 수 있었다.
이후 수도권제1순환고속도로에서 스포츠 모드로 전환하자 경쾌한 배기음 소리가 한층 커져 방향 지시등 소리가 이에 묻힐 정도였다. 스티어링휠과 가속페달, 브레이크도 좀 더 예민하게 반응해 '질주 본능'을 자극했다.
가속페달을 살짝만 밟아도 눈 깜짝할 사이에 속도가 10~20㎞씩 높아졌다. 3.0리터 직렬 6기통 가솔린 터보 엔진과 전기 모터가 결합해 최대 585마력의 시스템 출력을 발휘하는 덕분이다. 제원상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걸리는 시간(제로백)은 3.8초에 불과하다. 브레이크 페달은 다소 딱딱한 편이라 깊게 눌러야 차량이 제동됐다.
이튿날에는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4020원을 내고 차량을 완충한 뒤 EL(전기) 모드 위주로 차량을 운전했다. 제원상으로는 1회 충전 시 66㎞를 전기힘만으로 달릴 수 있다고 했는데, 완충 후 계기판에는 75㎞도 거뜬히 달릴 수 있다고 나왔다. 실제로 이후 사흘간 EL 모드로 50km를 달리고도 남은 항속거리가 22㎞나 됐다.
이 차의 진짜 재미는 의외로 EL 모드에서 나왔다. 최대 시속 140㎞까지 모터로만 주행할 수 있을 만큼 전기 힘이 강했기 때문이다. 모터 최고출력은 120KW(약 160마력)로 웬만한 중형 내연기관 세단과 맞먹는 수준이다. 여기에 전기 특유의 강력한 토크가 출발 때부터 나와 시내 주행에서도 운전의 재미를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리어 액슬 스티어링 기능도 매우 편리했다. 뒷바퀴를 최대 2.5도 조향하는데, 주차장을 빠져나가거나 유턴할 때 뒷바퀴가 앞바퀴와 반대 방향으로 조향돼 4970mm에 달하는 긴 차량의 회전 반경을 줄여줬다. 체감상 준중형 세단 정도의 회전 반경이었다. 고속 구간에서는 뒷바퀴와 앞바퀴가 같은 방향으로 조향돼 좀 더 부드럽고 안정적으로 차선을 변경할 수 있었다.
디자인은 고성능차답게 스포티했다. 일반 E-클래스에 비해 전면 펜더가 더 넓어져 정면에서 바라봤을 때 강인한 인상을 줬다. 측면과 후면에는 AMG 전용 사이드 스커트 패널, 트렁크 리드의 AMG 스포일러 립, AMG 리어 에이프런과 같은 요소들이 고성능 정체성을 더했다.
내부는 푸른빛 엠비언트 라인트가 대시보드 위를 가로질렀고 그 아래에 14.4인치 중앙 디스플레이에 12.3인치 조수석 디스플레이가 자리 잡았다. 벤츠의 최신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인 MBUX 3세대가 탑재돼 스포티파이, 디즈니플러스 등 제3자 애플리케이션과 국산 내비게이션 티맵오토 등을 사용할 수 있다.
AMG 나파 가죽으로 제작된 AMG 스포츠 시트에는 헤드레스트와 등받이에 AMG앰블럼 및 로고를 더하고, 노란색 안전벨트 및 스티치로 포인트를 줬다. 착좌감이 독특했는데 시트가 허리 측면부를 감싸 안는 형태라 외투를 입었을 땐 다소 갑갑하게 느껴졌지만, 고속 주행 시 안정감을 줬다.
seongs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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