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 직영정비 폐쇄 확정…'AS 못 받나' 소비자 혼란

전국 9곳 직영정비 내년 2월 폐쇄…380여개 협력정비 체제로 전환
노조 'GM 韓 먹튀 움직임' 경고…2대 주주 산업은행 역할론 급부상

한국GM 쉐보레 직영서비스센터 모습(자료사진. 한국GM 제공) 2020.7.19/뉴스1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한국GM이 내년 2월 직영 정비센터를 폐쇄하겠다고 못 박자 노조가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차량 사후 서비스(AS) 외주화는 종합 완성차 기업의 지위를 포기하는 것으로 단순 수입차 업체로 전락한다는 판단에서다.

소비자들도 센터 폐쇄로 차량 가치가 하락하고 AS에 차질이 발생하는 것 아닌지 우려하는 분위기다. 한국GM은 한국 시장 철수설에 거듭 선을 그으며 협력센터를 통해 AS를 변함없이 이어가겠다고 해명했다.

28일 자동차 업계와 노동계에 따르면 한국GM 사측은 지난 7일 노조를 상대로 내년 2월 15일 자로 전국 9개 직영 정비센터를 전면 폐쇄하겠다고 통보했다. 지난 5월 회사 재정 확보 방안으로 발표한 직영 정비센터 매각안을 그대로 관철하겠다는 뜻이다. 노사는 지난달 직영센터와 관련한 협의체(TF)를 꾸려 존폐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했지만, 상견례만 갖고 실제 논의는 불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직영 정비센터가 모두 폐쇄되면 차량 AS는 전국 380여개 협력 정비센터가 담당하게 된다. 한국GM은 최근 차주들에게 내년 1월 1일부로 협력 정비센터 위주로 고객 서비스를 전환하고 기존 9개 직영 정비센터는 2월 15일 부로 운영을 종료한다는 문자 메시지를 발신했다. 이에 따라 직영 정비센터 수리 접수도 올해 12월 31일까지만 가능하다. 국내 완성차 5개 사 중 직영 정비센터를 없애는 건 한국GM이 처음이다.

26일 국회 소통관에서 금속노조 한국GM지부가 연 기자회견에서 안규백 한국GM지부장이 한국GM의 직영 정비센터 폐쇄 결정에 대해 비판하는 연설을 하고 있다(금속노조 제공). 2025.11.26.
노조·소비자 '내수판매 저해될 것'…한국GM "협력정비로도 AS 충분"

노조는 직영 정비센터 폐쇄가 GM의 한국 시장 철수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안규백 금속노조 한국GM지부장은 지난 26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로 생산의 90%를 수출하는 한국GM의 대외 여건이 연초 대비 나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직영정비를 폐쇄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내수 판매 기반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것은 태국, 인도, 유럽 등 과거 해외에서 GM이 철수할 때 보인 수법"이라며 "먹튀를 방관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소비자들은 직영 정비센터 폐쇄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인천에 거주하는 쉐보레 '크루즈' 차주 신 모 씨(33)는 "접촉 사고로 망가진 라디에이터 그릴을 수리할 때 중고 감가를 방어하려고 일부러 먼 곳에 있는 직영센터를 찾았다"며 "모든 협력센터가 그렇지는 않겠지만, 정품 부품을 사용하지 않거나 바가지를 쓸 염려가 있다"고 말했다.

현장 혼선도 발생했다. 직영 정비센터 관계자는 "폐쇄 문자가 나간 이후 고객들로부터 앞으로 AS를 받지 못하냐는 전화 문의가 빗발쳤다"고 전했다.

한국GM은 협력센터로 전환하더라도 AS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한국GM 관계자는 "2년간 AS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입고 차량의 92%는 협력센터에서 담당했고, 8%만 직영센터에서 담당했다"며 "이미 많은 고객이 협력센터를 이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쉐보레 기준 현재 등록 대수가 158만 대인데 전국 380여개의 협력센터가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물량"이라며 "등록 대수 80만 대의 메르세데스-벤츠는 협력센터가 63개, 72만 대의 BMW는 77개 정도"라고 덧붙였다.

'거부권' 가진 산업은행, 행동 나서나…한국GM "韓 철수 아냐, 수익성 제고 차원"

자동차 업계는 한국GM 2대 주주인 산업은행이 이번 직영 정비센터 매각에 제동을 걸 지 주목하고 있다. 노조는 지난 24일 서울 여의도의 산업은행을 찾아 국내 자동차 산업 생태계를 지키기 위해 직영센터 매각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라고 촉구했다.

산업은행은 한국GM 지분 17.02%를 가진 2대 주주다. 2018년 한국GM이 군산공장을 폐쇄하자 향후 10년간 한국 시장에서 정상적인 경영 활동을 수행하는 조건으로 한국GM에 70억5000만 달러(당시 약 7조 6000억 원)를 출자했고, 이 과정에서 주요 경영활동에 관한 17가지 특별결의사항에 대해 거부권(비토권)을 인정받았다.

산업은행이 한국GM의 주요 경영 활동에 대해 반대 입장을 드러낸 전례도 있다. 2018년 한국GM이 국내 연구개발(R&D) 법인을 분할해 글로벌 본사에 귀속하는 방을 추진했다. 산업은행은 안건이 임시주주총회를 통과하자 해당 안건이 보통주 85% 찬성이 필요한 특별결의사항에 해당한다며 법원에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그러나 당시 법원의 효력정지 일부 인용 결정에도 산업은행은 법인 분할이 한국GM의 수익성에 도움이 된다는 외부 용역기관의 타당성 검토 결과를 받아들여 찬성으로 선회했다.

한국GM은 한국 시장 철수설에 선을 그었다. 한국GM 관계자는 "이번 직영 협력센터 매각 결정은 회사 수익성을 제고하기 위한 차원에서 불가피하게 단행됐다"며 "수익성이 보장돼야 사업을 계속 영위할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한국 시장 철수와는 거리가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직영 정비센터 근로자들은 전원 한국GM의 다른 직무로 전환 배치될 예정이라 고용 역시 지속된다"고 강조했다. 산업은행 측은 이번 매각 결정에 대해 "아직 내부적으로 정해진 입장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seongs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