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국내 125조 '역대 최대' 투자…정의선 "AI·로봇·그린에너지"(종합)

2030년까지 125.2조 투자…'신사업·R&D·경상투자' 3대 분야
1차 협력사 美 관세 보전·국내 생산 강화…"내년 1만 명 고용"

김민석 국무총리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14일 오전 경기도 화성에서 열린 기아 화성 EVO 플랜트 East준공식 및 West기공식에서 박수치고 있다. 2025.11.14/뉴스1 ⓒ News1 청사사진기자단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현대자동차(005380)그룹이 내년부터 2030년까지 5년간 국내에 총 125조 2000억 원을 투입한다. 최근 5년(89조 1000억 원)보다 40% 넘게 늘린 사상 최대 투자로, AI·로봇 등 미래 신사업과 모빌리티 연구개발(R&D), 국내 생산설비 효율화 3대 분야에 집중 투입한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1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한미 관세 협상 후속 관련 민관 합동회의에서 이 같은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밝혔다. 현대차·기아의 1차 협력사가 올해 부담한 대미(對美) 관세 비용 전액을 현대차그룹이 부담하는 상생안과, 국내 주요 생산거점을 확충하는 방안도 담겼다.

현대차그룹이 5년간 국내에 투자하는 125조 2000억 원은 직전 5년(89조 1000억 원) 투자액을 36조 1000억 원 상회하는 사상 최고액이다. 투자 분야와 비중은 '미래 신사업'(50조 5000억 원), '모빌리티 R&D'(38조 5000억 원), '경상투자'(36조 2000억 원)이다.

정의선 회장은 "이번 국내 투자의 핵심은 국내 AI·로봇 산업의 육성, 그린에너지 생태계의 발전"이라며 "이를 통해 미래 기술 발전과 지역경재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내년 고용 목표에 대해선 "금년(올해) 7200명을 채용했는데, 내년에는 1만 명 채용을 목표로 하겠다"고 했다.

신사업·R&D·경상투자 3대 분야 '역대 최대' 투자

현대차그룹은 총투자액의 40%를 AI 자율주행, AI 자율제조, 로보틱스, 전동화, SDV(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 수소에너지 등 '미래 신사업'에 집중한다. AI 자율주행은 센서 데이터를 기반으로 AI가 차량 주변을 스스로 인지하고, 실시간으로 판단해 주행하는 기술이다.

AI와 로봇, 디지털 트윈(DT) 기술을 융합한 '미래 AI 자율제조' 기술, SDV 전환에도 속도를 낸다. 내년 하반기 중앙집중형 전기전자 아키텍쳐를 적용한 'SDV 페이스카'(시험차)를 공개하고, 기술 검증을 거쳐 양산차 확대 적용을 추진한다는 로드맵을 세웠다.

현대차는 피지컬 AI 개발을 위한 '고전력 AI 데이터센터'와 'AI 어플리케이션 센터', '로봇 완성품 제조 및 파운드리 공장'을 각각 설립한다. 피지컬 AI 로봇 및 자율주행 데이터 저장(데이터센터)→로봇 완성도 및 안전성 실증(어플리케이션 실증)→로봇 제조(공장)로 이어지는 밸류체인을 완성한다는 것이다.

이 외에 △900㎞ 이상 주행할 수 있는 EREV 등 파워트레인 및 라인업 다각화 △배터리 기술 내재화 △차세대 수소연료전지 시스템 양산 △수소버스·수소트럭 개발 등 신성장동력 분야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현대차는 그린에너지 생태계 구축을 위해 서남권에 1기가와트(GW) 규모의 양성자 교환막(PEM) 수전해 플랜트를 건설하고 수소 출하센터·충전소 등 인프라를 확충한다. 또 국내 수소경제 조기 전환을 위해 PEM 수전해기와 수소연료전지 부품 제조시설을 구축해 글로벌 수출 산업으로 키우며, 정부·지자체와 협의해 AI·수소·V2X 기술을 접목한 '수소 AI 신도시' 조성도 검토한다.

R&D 투자에는 30.7% 수준인 38조 5000억 원을 할당했다. 현대차그룹이 주력하고 있는 '후륜 기반 하이브리드 시스템' 개발을 비롯해 주요 글로벌 시장별 현지 소비자의 요구와 환경을 반영한 지역 특화 차량 및 핵심기술 개발에 투입된다.

36조 2000억 원을 쏟는 경상투자는 미래 제조 환경 변화에 대비하기 위한 국내 생산 설비 효율화 및 제조 기술 혁신, 고객 서비스 거점 확대 등에 활용된다. 현대차그룹 글로벌 비즈니스 콤플렉스(GBC)도 서울시의 인허가 절차가 완료되면 건설에 본격 돌입할 예정이다.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1차 협력사 美 관세 소급 지원…국내 신규 공장 확충

현대차그룹은 '협력사 상생안'과 '국내 생산기지 강화 방안'도 함께 발표했다.

협력사 상생안은 현대차·기아 1차 협력사가 올해 실부담한 대미 관세를 전액 지원하고, 상생협력 프로그램 대상을 5000여개 규모의 2~3차 협력사까지 확대하는 것이 골자다.

구체적으로 현대차·기아와 직접 거래하는 1차 협력사가 부품 등을 현대차그룹 미국 생산법인(HMGMA)에 공급하는 과정에서 실제 부담하는 관세를 매입 가격에 반영하는 방식으로 협력사의 관세를 소급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현대차는 대미 관세 지원이 협력사의 운영자금 확보와 유동성 개선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고, 협력사 경영 안정화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현대차는 협력사의 미래 모빌리티 부품 관련 투자와 R&D도 도울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은 동남권(울산·창원), 서남권(광주·전주), 중부권(아산·진천·서산·충주·천안), 대경권(대구·경주·김천), 경기 지역(화성·광명·평택)에 완성차 공장 및 부품 공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향후 5년간 수십 종의 신차 투입을 위한 라인 고도화에 지속적인 투자도 한다.

신규 공장도 건설된다. 내년 현대차 울산 전기차(EV) 전용공장이 준공되고, 2027년 가동을 목표로 울산 수소연료전지 신공장도 건설 중이다. 기아도 경기도 화성 PBV 전용 신규 전기차 거점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를 통해 지난해 218만 대였던 완성차 수출을 2030년 247만 대로 늘리고, 그중 전동화(EV, PHEV, HEV, FCEV) 차량 수출은 지난해 69만 대에서 2030년 176만 대로 2.5배 이상 확장시킬 계획이다.

현대제철은 충남 당진제철소에 LNG 자가발전소 건립을 추진하고 있으며, 고로 효율 향상 투자에도 수천억 원을 투입한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전기차 충전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충전소 등 인프라를 전국에 확대 설치한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역대 최대 규모의 중장기 국내 투자와 끊임없는 혁신으로 대한민국 경제 활력 제고에 기여할 계획"이라며 "협력사 관세 지원과 상생협력 프로그램을 확대해 국내 자동차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도 힘을 쏟겠다"고 했다.

dongchoi8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