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금 끊기자 전기차 판매 '급브레이크'…韓 30%·美 43% 급감

韓, 지자체 예산 소진…10월 테슬라 판매량 급감
美, 세액공제 종료 직격탄…현대·기아 판매 60% 줄어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서울=뉴스1) 박기범 기자 = 10월 들어 한국과 미국의 전기차 판매가 급감했다. 한국은 연말 보조금 예산 고갈, 미국은 연방 세액공제 종료가 직격탄이 됐다는 분석이다.

한국의 경우 내년 전기차 보조금 규모가 확대됨에 따라 전기차 판매가 회복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은 전기차 수요가 하이브리드로 옮겨갈 것으로 예상된다.

韓 추석 연휴에 보조금 고갈 겹쳐…전월 比 29.9% 감소

6일 카이즈유데이터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전기차 판매는 2만 8대로 전월 대비 29.9% 줄며 전체 승용차 감소율(20.8%)을 크게 웃돌았다.

주요 전기차 대부분 판매량이 급감했다. 올해 국내 전기차 시장을 주도한 테슬라 모델Y는 3712대 판매되며 전월 대비 55.6% 급감했고, 모델3는 636대로 10.2% 줄었다. 비야디(BYD) 씨라이언 7은 513대, 폴스타 4는 286대가 팔리며 각각 37.8%, 20.8% 감소했다.

국산차 역시 △EV3 2330대(9월)→1528대(10월) △아이오닉 5 2082대→1307대 △아이오닉 9 1087대→821대 △EV 4 1186대→683대로 판매량이 줄었다. 다만, 지난달 본격적인 인도를 시작한 기아 EV 5는 1031대가 팔리며 순조로운 출발을 보였다.

업계는 추석 연휴로 인한 영업일 축소 외에 "지자체 보조금 축소와 지급 지연이 소비심리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정부가 운영하는 무공해차 통합 누리집에 따르면 올해 80% 이상의 보조금이 소진된 상태다. 실제 다수 지자체가 예산 소진으로 보조금 접수를 중단한 상태다. 한 딜러는 "전기차 구매 문의가 들어오면 보조금이 남아있는지 가장 먼저 확인한다"고 말했다.

미국, 보조금 종료 직격탄…현대차·기아 전기차 판매 60% 급감

미국도 사정은 비슷하다. 9월 말 세액공제(대당 7500달러)가 종료되면서 현대차·기아의 전기차 판매는 전년 대비 61.6% 감소했다. 현대차는 2503대로 58.5%, 기아는 1331대로 66.4% 각각 줄었다.

9월30일부로 전기차 구매 시 제공되던 대당 7500달러(약 1000만 원)의 세액공제 혜택이 사라진 결과다. 시장조사업체 JD파워는 10월 미국 전기차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43.1% 감소한 약 5만 4700대에 그쳤다고 추산했다.

앞서 미국 싱크탱크 전미경제연구소(NBER)는 미국 내 전기차 세액공제가 종료되면 미국 내 완성차 업체들의 전기차 판매량이 연 37% 줄어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韓 내년도 보조금 확대…美 하이브리드 수요 대응

이같은 판매 감소는 보조금에 의존하는 전기차 시장의 한계를 보였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차에 비해 초기 구매 비용이 비싸 보조금을 받지 않을 경우 소비자가 선택하기 쉽지 않다. 올해 국내에서 '가성비' 전기차가 높은 판매고를 기록한 것도 이 때문이다.

향후 한국과 미국 시장의 움직임은 엇갈릴 전망이다. 미국의 경우 보조금이 줄어든 만큼 하이브리드 판매가 늘 것으로 보인다. 이미 주요 제조사들은 하이브리드 중심으로 라인업 구축에 들어섰다. 현대차는 팰리세이드 하이브리드차를 선보였고, 기아는 텔루라이드 하이브리드 모델 출시를 예고하며 대형차 선호도가 높은 미국 소비자 맞춤형 대응을 시작했다.

반면, 한국의 경우 정부가 빠르게 내년도 보조금을 확정한 만큼 가성비 모델을 중심으로 전기차 판매가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내년도 전기차 보조금은 15조 9160억 원으로 올해보다 7.5% 늘어나 최대 700만 원 수준의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내년에 전기차 보급률을 20%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제시한 상태다.

pkb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