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 금지, 0.1㎜ 오차도 불허…도요타 GR 공장의 집념[르포]
고성능 'GR' 브랜드 전용 공장…'아시아 최초' 승용 공장 내 위치
로봇팔, 용접부터 계측까지 척척…작업자 400명 모두 숙련공 구성
- 김성식 기자
(나고야=뉴스1) 김성식 기자
"휴대전화 반입 금지됩니다. 전원 끈 상태로 모두 놓고 가셔야 합니다""취재 메모 때문인데 좀 허용해 주시죠"
지난달 31일 도요타 고성능 차량 브랜드 'GR'이 생산되는 일본 아이치현 소재 모토마치 공장을 방문했다. 브리핑 룸에 짐을 풀고 공장 견학을 시작하려던 찰나에 한국자동차기자협회 취재진과 공장 관계자 사이에서 휴대전화 반입을 두고 짧은 실랑이가 벌어졌다.
결국 취재진은 휴대전화를 모두 놓고 메모지와 볼펜만 지참한 채 공장에 입장해야 했다. 개인 휴대전화에서 발생하는 와이파이와 데이터가 자칫 공장 설비 네트워크와 충돌할 수 있다는 게 반입 금지 사유였다. 휴대전화 메모에 익숙한 젊은 기자들은 난생처음으로 공장 관계자의 구두 설명을 서툰 솜씨로 받아적었다.
공장 관계자에게 직원들은 개인 휴대전화를 어떻게 하는지 물었다. 모두 소지 불가능하다고 했다. 대신 전화와 문자만 가능한 자체 단말기를 준다고 한다. 어차피 일할 때는 개인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못하는데 왜 반입 여부를 물어보냐는 듯 의아한 표정도 지었다. 그러면서 자동차 품질과 직원 안전만큼은 결코 타협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GR 공장은 2020년 8월 가동을 시작해 현재 약 400여명의 직원이 △GR 야리스 △GR 코롤라 △LBX 모리조 RR 등 3개 차종을 하루 100대, 한 달 2000대씩 소량 생산하고 있다. 전 세계에 팔리는 순수 GR 차량이 모두 이곳에서 만들어진다. 1959년 아시아 최초의 승용차 공장으로 설립된 모토마치 공장 내에서 가장 최신 설비를 갖췄다.
GR 공장에선 품질을 향한 도요타의 집념을 끊임없이 엿볼 수 있었다. 다른 도요타 공장에서는 볼 수 없는 세 가지가 있다. 먼저 컨베이어가 없다. 대신 납작한 수레 모양의 무인운반차(AGV)가 각종 부품을 나르고 이른바 '셀(cell)'로 불리는 각 공정 사이를 연결했다. 이날 차량의 뼈대를 완성하는 '보디(차체) 공정'에선 무인운반차가 GR 야리스 차체 바닥부를 가지고 오자 4개의 로봇팔이 용접건으로 불꽃을 터뜨리며 루프와 필러를 바닥부와 연결했다.
무인운반차는 컨베이어 대비 비용이 많이 들지만 컨베이어 라인을 통째로 드러내지 않고 생산 차종을 자유롭게 변경할 수 있다. 또한 작업 도중 개선이 필요한 경우 라인 전체를 멈추지 않고 해당 셀만 중지할 수 있어 GR이 추구하는 '고정밀 생산'이 가능하다. 다음 컨베이어가 몰려들 것을 우려해 급하게 작업을 끝낼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용접이 끝난 차체 하부를 로봇팔이 계측하는 것도 GR 공장에서만 볼 수 있는 진풍경이다. 이는 보디 공정 다음인 '조립 공정'을 위한 사전 작업이다. 로봇팔이 측정자를 다양한 크기로 갈아 끼우며 차량 하부에 각종 부품이 들어갈 구멍을 정밀하게 측정했다. 설계도와의 오차를 소수점 단위(0.1㎜)로 잡아내 향후 조립 공정에서 오차를 줄일 최적의 부품을 탑재하기 위해서다.
부품 1개당 크기는 8가지로 구분된다. 예컨대 특정 부품이 들어갈 구멍이 본래 설계도상의 크기보다 0.1㎜ 크면 0.1㎜ 더 큰 부품을 선택해 간극을 줄이는 방식이다. 최적의 부품 조합은 총 1만개나 되는데, 컴퓨터가 골라준다. GR 공장 관리를 담당하는 스즈키 세이지 주사는 "서킷에서 차량을 극한의 상황까지 주행할 때는 0.1㎜ 차이도 명료하게 느껴진다"며 "간극을 줄이려는 노력을 반복해야 우리가 알 만큼의 차이가 만들어진다"고 역설했다.
마지막 조립 공정에선 무인운반차에 실린 완성된 차체가 하단의 하부 부품으로 조심스럽게 내려왔다. 다른 도요타 공장에선 컨베이어에 매달린 차체에 하부 부품이 들어 올려져 조립되는 것과 비교하면 움직이는 주체가 상반된다. 주행 성능을 좌우하는 구동·조향 장치가 차량 하부에 몰려있는 만큼 이를 고정해 최대한 흔들림 없이 부품을 결합, 조립 정밀도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GR 차량 1대를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은 총 2시간 정도로 추산된다. 작업자 400명 모두 도요타와 렉서스 공장에서 엄선한 '장인'들로 구성돼 로봇팔이 닿기 어려운 곳을 용접하거나 부품 조립을 진행한다. GR 공장 관리를 담당하는 가와사키 아츠시 주사는 "숙련된 직원들이 핸드 메이드 수준으로 심혈을 기울여 생산하기 때문에 수익성 창출 측면에선 어려움이 있다"면서도 "출하된 상태 그대로 서킷 주행이 가능한 고품질의 모터스포츠카를 만들고자 볼륨보다는 품질에 집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seongs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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