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관세협상 진전, 25% 관세 폭탄 끝나나…車업계 기대감↑

日·EU 15% 韓만 25% ‘역차별’…현대차 수조원 부담 완화 기대
관세 15% 타결 땐 수익률 회복·한국GM 철수설 진정 기대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상무부 회의실에서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과 면담을 나누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7.25/뉴스1

(서울=뉴스1) 박기범 기자 = 2개월째 교착 상태를 이어온 한미 통상 협상이 속도를 내면서 국내 완성차 업계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25% 관세가 영국이나 일본 수준인 15%로 낮아질 경우 조 단위 비용 부담을 덜 수 있고 미국 시장에서 경쟁력도 확보할 수 있어서다.

한미 협상 막바지…"건설적 분위기 속 조율"

18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지난 16일(현지시간)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비롯한 통상 교섭단이 워싱턴DC를 방문해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과 2시간가량의 회담을 진행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 등도 참석해 실무 조율에 나섰다.

김 장관과 김 실장은 이날 워싱턴DC 인근 덜레스 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직후 기자들과 만나 "양국이 가장 진지하고 건설적인 분위기에서 협상하고 있는 시기"라며 "국익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협상이 잘 마무리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한미 양국은 7월 30일 무역협상을 타결하면서 미국이 당초 예고한 상호관세 25%를 15%로 낮추고, 한국이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제공하는 등의 원칙에 합의했다. 하지만 이후 문서화를 위한 후속 협상에서 구체적인 대미 투자 방식과 이익 배분 문제 등을 놓고 이견을 보여 2달 넘게 타결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日·EU 15% 확정…韓만 25% '역차별'

관세 협상이 진전을 보이면서 자동차 업계의 부담도 줄어들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우리나라는 앞서 일본, 유럽연합(EU)과 같은 15%의 자동차 관세를 적용하기로 미국과 합의했지만, 이후 후속 조치가 늦어지면서 현재도 25%의 관세를 적용받고 있다. 반면, 일본과 EU는 15%의 관세를 확정했다.

그 결과 한국산 자동차는 경쟁국보다 10%포인트(p) 이상 높은 관세를 부담하고 있다. 한국산 자동차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이후 10년 넘게 무관세 혜택을 받아오면서 2.5%의 일본, EU에 비해 관세 우위 효과를 누려왔는데, 이같은 효과가 사라지는 것은 물론 오히려 불리한 입장에 처하게 된 것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브라이언 켐프(Brian P. Kemp) 조지아 주지사가 26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엘라벨에 위치한 ‘현대자동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yundai Motor Group Metaplant America, HMGMA)’ 준공식에 참석해 생산된 아이오닉 5 차량에 서명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제공, 판매 및 DB 금지) 2025.3.27/뉴스1
가격에 관세 반영 못해 수조원 손실로

높은 관세는 우리 완성차 업계에 악재로 작용했다. 우선 관세로 인한 가격 역전 현상으로 가격 인상 압박이 나왔다. 현대차의 미국 전략 모델 '투싼'은 기본가 2만 9200달러로 폭스바겐 티구안(3만 245달러), 도요타 라브4(2만 9800달러)보다 저렴했으나, 25% 관세가 반영되면 가격이 3만 6500달러로 가격이 급등해 경쟁 차종보다 비싸진다. 제네시스의 경우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보다 비싸질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가격 인상을 하지 않고 있지만, 관세로 인한 수익성 악화는 현실화하고 있다. 지난 2분기 현대차그룹이 부담한 미국발 관세 비용은 총 1조 6140억 원에 달했다. 3분기에는 관세 부담이 더 커질 전망이다. 2분기 당시에는 관세 적용 전 재고 물량 등이 활용할 수 있었으나, 3분기에는 관세 영향을 온전히 받기 때문이다. NH투자증권은 현대차·기아는 3분기 2조 4500억 원의 관세 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분석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25% 관세가 유지될 경우 현대차그룹의 연간 부담액은 8조 4000억 원에 달할 것이란 분석도 내놓았다. 이는 도요타(6조 2000억 원), GM(7조 원), 폭스바겐(4조 6000억 원)을 모두 상회하는 규모로, 이 경우 현대차그룹의 영업이익률은 기존 9.7%에서 6.3%로 3.4%p 하락할 것으로 추산됐다.

관세 15% 인하, 업계 숨통 틔울 듯…한국GM 철수설 진화 기대도

관세 완화는 국내 자동차 산업 생태계 전반에도 숨통을 틔워줄 전망이다. 현대차의 경우 관세가 15%로 인하되면 부담액은 5조 3000억 원으로 줄고, 영업이익률은 7.5% 수준으로 회복될 전망이다. 관세로 인한 가격 인상 압박에서도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협상이 타결되면 관세 부담 완화뿐 아니라 특히 현대차그룹이 추진 중인 미국 현지 생산 확대 전략과 맞물리면 장기적 안정성이 확보될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차는 최근 미국 뉴욕서 개최한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현재 40% 수준인 미국 생산 비중을 2030년까지 80%로 확대하고 부품 현지화도 80%까지 늘리겠다고 밝혔다.

한국GM '철수설'도 잦아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국GM은 생산 차량의 90% 이상을 미국으로 수출하는데, 25% 관세 부과로 가격 경쟁력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철수설이 재점화됐다. 타이어 등의 자동차 부품 생태계도 25%의 관세를 적용받고 있어, 관세 인하 조치가 실현된다면 부품업계도 한숨 돌릴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pkb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