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단협·관세·보조금 축소…'삼중고' 빠진 한국 車 산업
기아·한국GM 파업 위기…관세·보조금 악재 겹쳐 수출 경쟁력 흔들
美 EV 보조금 폐지 앞둬…HEV 집중 전략 '관세' 부담에 제약
- 박기범 기자
(서울=뉴스1) 박기범 기자 = 국내 자동차 산업이 '삼중고'(三重苦)에 빠졌다. 현대자동차가 가까스로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을 타결했지만, 기아와 한국GM은 여전히 파업 위기에 놓여 있다. 여기에 미국발 고율 관세와 전기차 보조금 축소라는 이중 악재가 겹치면서 수출 경쟁력이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국내 완성차 업계의 맏형으로 불리는 현대차는 지난 16일 임단협을 마무리했다. 7년 무분규 타결이 무산될 정도로 노사 간 이견이 극심했지만, 기본급 인상과 성과급, 주식 지급 등 양보안을 통해 극적으로 타결에 성공했다.
현대차가 노사 갈등을 봉합했음에도 업계 전반은 여전히 긴장 속에 있다. 기아 노조는 파업 수순을 밟고 있고, 한국GM은 노사 간 임금, 성과급 이견에 ‘한국 시장 철수설’이 더해지면서 갈등의 골은 깊어지고 있다. 여기에 현대모비스도 부분 파업에 돌입하는 등 업계 전반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관세 리스크는 한국차 수출에 치명적이다. 미국은 한국산 완성차에 대해 25% 고율 관세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 일본산 차량은 15%로 관세가 인하됐다. 이로 인해 현대차·기아는 도요타 등 일본 업체와 가격 경쟁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였다.
특히 중형 세단과 SUV 등 핵심 차급에서 동일한 사양이라도 한국산 모델은 수천 달러 더 비싸져 수요 위축이 불가피하다. 한국GM 역시 미국 수출 의존도가 높아 관세 부담이 고스란히 실적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 피해는 이미 나타나고 있다. 현대차·기아는 올해 2분기 관세로 약 1조 6000억 원의 영업이익이 감소했다고 밝혔다. GM은 올해 2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관세 손실 규모가 약 11억 달러라고 밝는데 그중 절반은 한국GM에서 발생했다고 밝혔다. 단순히 계산하면 한국GM에서 약 5억 500만 달러, 7600억 원의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의 전기차 보조금 축소도 부담이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개정함에 따라 오는 9월 30일까지만 전기차 구매 보조금이 지급된다. 그동안 미국은 전기차 구매 고객에게 최대 7500달러(약 1000만 원)를 세액 공제 형식으로 지원해 왔다.
당장 미국 내 전기차 수요가 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특히 최근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판매가 호조를 보였기 때문에 보조금 폐지가 더 아쉽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8월 현대차·기아가 미국에서 전기차 1만 6102대를 판매하며 월간 최다 기록을 세웠다.
현대차그룹은 하이브리드(HEV)로 전기차 수요를 감소에 대응한다는 계획이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대차그룹의 미국 내 하이브리드차 판매는 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대부분 국내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하고 있어 25%의 관세 압박을 피하기 힘들다.
실제 현대차그룹이 미국 내에서 생산하는 하이브리드 모델은 앨라배마주 HMMA(현대차 앨라배마 공장)에서 조립하는 싼타페 하이브리드가 유일하다. 실제로 올해 1~7월 국내에서 생산돼 미국으로 수출된 HEV 물량은 16만 1975대에 달한다. 이 물량은 고율 관세 적용을 피할 수 없어, 하이브리드 확대 전략의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조지아주 신공장(HMGMA)에서 하이브리드 차를 생산해 관세 압박 및 미국 내 수요에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실제 투싼, 팰리세이드, 스포티지 등을 미국에서 생산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다만 생산라인 구축에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임단협은 사측과 노조의 협상을 통해 단기적 봉합이 가능하지만, 관세와 보조금 문제는 한국 완성차 업체들이 자력으로 해결할 수 없는 영역이다. 관세는 통상 협상이라는 정치·외교적 변수가 얽혀 있고 보조금 축소는 미국 산업정책의 변화와 직결돼 있다.
업계 관계자는 "노조의 임금 압박, 미국발 관세, 보조금 축소 등 어느 하나도 단기간에 해결하기 어렵다"며 "특히 미국 시장은 한국 완성차의 최대 격전지인 만큼 불확실성이 장기화할 업계가 위기를 겪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pkb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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