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임단협 타결에도…기아·현대모비스·한국GM '파업 경고등'
기아, 주4일제·성과급 30% 요구…19일 쟁의행위 투표
한국GM, 자산 매각에 관세 25% 부담…생존 리스크 고조
- 박기범 기자
(서울=뉴스1) 박기범 기자 = 국내 완성차 업계 맏형 현대자동차가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을 타결했다. 하지만 기아·현대모비스와 한국GM이 파업 수순에 돌입하면서 국내 완성차 업계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005380) 노조는 전날 실시한 임단협 합의안 찬반투표에서 조합원 52.9%의 찬성으로 가결했다. 합의안에는 월 기본급 10만 원(호봉승급분 포함) 인상, 성과금 450%+1580만 원, 주식 30주, 재래시장상품권 20만 원 지급 등이 담겼다.
임단협 타결까지 과정은 쉽지 않았다. 노사 이견 끝에 노조가 3차례 부분 파업을 진행하면서 '7년 연속 무쟁의'는 무산됐다. 지난해 역대 최대 매출과 영업이익을 기록한 만큼 기본급 인상분과 성과급 규모가 더 컸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조합원 사이에서 나오면서 잠정 합의안이 부결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절반을 겨우 넘긴 찬성률은 이런 노조 내 불만을 방증한다.
다만 업계는 이번 가결로 미국발 관세 압박 속에서 현대차가 당장의 노사 갈등 리스크를 덜었다는 점에서 큰 고비를 넘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차 임단협은 마무리됐지만, 그룹 계열사들의 노사 갈등은 오히려 심화하는 분위기다.
기아(000270) 노조는 파업 수순에 돌입했다. 앞서 다섯 차례 교섭이 결렬되면서 노조는 오는 19일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진행할 계획이다. 과반 찬성과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 중지 결정이 내려지면 합법적 파업권을 얻게 된다.
기아 노조의 요구안은 현대차 노조와 기본 틀은 비슷하지만, △기본급 14만1300원 인상 △지난해 영업이익 30%(약 3조8000억 원)를 전 종업원 성과급으로 지급 △통상임금 특별위로금 2000만 원 △정년 64세 연장 △주 4일제 근무제 도입 등 강도가 더 높다.
주4일제 요구 등은 현대차 노조의 요구를 뛰어넘는 수준이고 성과급 규모도 크다. 업계는 기아가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둔 점을 고려해 노조가 강경하게 나오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기본급 인상 수준은 현대차와 유사해 임금 부문에서 절충점을 찾는다면 타결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현대차 노조의 낮은 찬성률이 기아 노조의 강경 투쟁 분위기를 자극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적지 않다.
현대모비스(012330) 노조는 지난 9일 사측과의 교섭을 중단하고 부분 파업에 돌입한 상태다. 노조는 △기본급 14만1300원 인상 △순이익 30% 성과급 지급 △정년 연장 △통상임금 확대 적용 등을 요구한다. 반면 사측은 △기본급 10만 원 인상(호봉승급분 포함) △성과급 400%+1500만 원+주식 17주를 제시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현대모비스는 현대차그룹 내 핵심 부품 공급망을 담당하는 만큼,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노사 갈등을 넘어 그룹 전체의 생산 안정성을 흔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GM 노조는 부분 파업을 진행 중이다. 노조는 △기본급 14만1300원 인상 △격려금·성과급 상향 △국내 투자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반면, 사측은 기본급 6만300원 인상과 1600만 원 규모의 일시금·성과급을 제시한 상태로, 양측의 이견은 큰 상황이다.
여기에 회사 존속 문제까지 얽히면서 교섭은 더욱 어려운 상황이다. 미국의 25%(15% 인하 예정) 관세 직격탄이 겹쳐 한국GM의 생존 리스크가 한층 확대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부터 일본산 차량에 15%의 관세가 적용되는 반면, 한국산 차량은 여전히 25%의 관세가 적용되는 점도 한국GM에 부담으로 꼽힌다.
여기에 사측의 부평공장 부지와 전국 9개 직영 서비스센터 매각 방침은 한국 철수설을 더욱 부각했다. 노조는 사측의 유휴자산 매각 조치를 ‘한국 철수설’과 연계하며 재논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를 두고 완성차 업계가 미국발 관세와 노사 갈등이라는 이중고에 빠져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가 가까스로 임단협을 마무리했지만 완성차 업계는 여전히 파업 리스크에 직면한 상태"라며 "글로벌 통상환경의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만큼 노사 모두의 현실적 양보와 타협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pkb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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