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드러운 승차감에 스포츠카급 출력…볼보 'EX30CC'[시승기]
소형 전기 SUV 'EX30' 크로스컨트리 버전…지상고↑ 승차감도 UP
트윈모터로 사륜구동 구현…제로백 3.7초, 브랜드 사상 최단시간
- 김성식 기자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1997년 글로벌 시장에서 처음 나온 크로스컨트리(CC)는 볼보자동차가 구축한 독창적 라인업이다. 파워트레인과 보디는 그대로 둔 채 기존 세단·왜건의 지상고를 높여 스포츠유틸리티차(SUV) 형태로 만든 게 특징이다. 스웨덴의 혹독한 겨울과 거친 비포장도로에서도 편안하고 안정적인 주행이 가능하도록 제작됐다.
지난 4일부터 국내 판매에 들어간 'EX30CC'는 소형 순수 전기 SUV 'EX30'을 크로스컨트리로 재해석한 모델이다. 이를 처음 들었을 때는 세단이나 왜건도 아닌, 이미 SUV인 모델을 어떻게 SUV로 만들었다는 것인지 의아했다. 그러나 EX30CC를 직접 타보니 EX30과 확실히 다른 차종임을 알게됐다. 출력은 세단처럼 더욱 부드러워졌고 출력은 스포츠카급으로 높아졌다.
지난 8일 볼보자동차코리아가 주최한 미디어 시승회에서 EX30CC를 시승했다. 시승 코스는 서울 종로와 경기 남양주 간 왕복 100㎞. 기착지에서의 휴식 시간을 제외하면 2시간 30분 정도 소요됐다. 서울 시내 도로와 주요 간선도로, 고속도로 등을 두루 달렸다.
외관을 살펴보니 전기차 특유의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내연기관 그릴이 빠진 부분을 외장 색상으로 덮어 다소 허전했던 기존 EX30과 달리 그 자리에 매트 블랙 색상의 프론트 쉴드를 넣었기 때문이다. 프론트 쉴드를 자세히 보니 스웨덴에서 가장 높은 카브네카이세 산맥 지형도가 양각으로 새겨져 있었다.
내부는 스웨덴 소나무에서 영감을 받은 '파인(Pine)룸' 테마로 꾸며졌다. 대시보드와 도어트림, 필러에는 차콜 색상의 울·폴리에스터 블렌드 소재를 덧대 거실처럼 아늑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메탈 그레이 색상의 시트는 머리와 등이 맞닿는 부분에 파인·울 블렌드 소재를 써서 땀이 나도 쾌적함을 유지했다. 대시보드 위는 하만카돈 사운드바가 시원하게 가로질렀다.
승차감은 묵직하면서도 매우 부드러웠다. 시내 곳곳의 포트홀과 맨홀뚜껑을 밟고 지나도 엉덩이가 아프지 않았다. 간선도로와 고속도로에서 교량 이음부를 넘거나 요철 구간을 지날 때에도 차체가 출렁이지 않고 잔진동을 잡아줬다.
이는 지상고를 기존 EX30 대비 총 19㎜ 높인 결과다. 크로스컨트리 전용 컴포트 섀시를 장착하면서 댐퍼 스트로크가 기존 대비 12㎜ 길어졌다. 타이어 휠 인치는 19인치로 동일하지만, 타이어 고무 두께 증가로 7㎜ 높아졌다. 또한 회생 제동 감도가 크지 않은 점도 편안한 승차감을 구현하는 데 일조했다.
구동방식은 후륜구동 외에도 사륜구동(AWD)을 추가로 선택할 수 있게 했다. 기존 200㎾(272마력) 후륜모터에 115㎾의 전륜모터를 추가해 도합 315㎾(429마력)의 최대 출력을 발휘한다. '표준' 및 '주행 가능 거리' 모드에서는 후륜으로 주행하다가 '성능' 모드를 켜면 전륜모터가 작동하며 사륜구동으로 바뀐다.
경사가 있는 고속도로에서 성능 모드를 자주 사용했는데, 차량이 전면에서부터 힘을 뿜어내며 도로를 단단하게 물고가는 느낌을 받았다. 차량 제원상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제로백)은 3.7초다. 브랜드 역사상 가장 짧으며, 포르쉐 준대형 순수 전기 스포츠 세단 '타이칸 GTS'와 맞먹는 수준이다.
왕복 100㎞ 주행을 마친 뒤 배터리는 58%가량 남았다. 출발 당시 확인한 배터리 충전량이 83%였으니 약 25%포인트(p)가 빠진 셈이다. 이를 기준으로 완충 시 1회 주행가능 거리(항속거리)를 계산하면 약 400㎞다. 산자부 인증 복합 기준 항속거리(329㎞)를 훌쩍 뛰어넘는다. 배터리 크기는 66㎾h로 작은 편이지만 에너지 밀도가 높은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가 탑재됐기에 항속거리를 높일 수 있었다.
다만 아쉬운 점도 있었다. 먼저 운전석에 별도의 계기판이 없고 헤드업디스플레이(HUD)도 부재해 차량 속도를 비롯한 모든 주행 정보를 센터 디스플레이에서 확인해야 했다. 전방 주시 의무가 소홀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 안전의 대명사 볼보차 답지 않았다.
또한 센터패시아에 물리버튼이 전혀 없어 공조 장치를 조절하거나 주행 모드를 설정하려면 모두 센터 디스플레이를 터치해야 해 불편했다. 글로브 박스 하나를 열려고 해도 경첩이 없어 센터 디스플레이를 찾아야 했다. 특히 비상등을 켜려면 센터 디스플레이의 비상등 모양을 터치하거나 오버헤드콘솔의 비상등 버튼을 눌러야 해 적응에 시간이 필요했다.
seongskim@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