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겨울용 타이어' 기준 강화…타이어 3사, 美관세 극복 돌파구

유럽, 동계 장착 타이어 제한…관련 법규 전무한 韓·美와 대조
더욱 깐깐해진 허용 기준…동계 타이어 연평균 6.4% 성장 전망

넥센타이어가 지난 2월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룽가우에서 개최한 신형 스노우 타이어 '윈가드 스포츠 3' 출시 및 주행 체험 행사에서 해당 타이어를 장착한 차량이 눈 덮힌 도로 위를 질주하는 모습(넥센타이어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02.19.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국내 타이어 3사가 유럽 시장에서 겨울 제품군을 확대하고 있다. 겨울철 타이어 착용 규정이 강화된 만큼 관련 수요가 늘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미국발 관세 파고로 유럽 시장 중요성이 높아진 점도 각 사가 현지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는 배경이다.

9일 타이어 업계에 따르면 상당수의 유럽 국가는 겨울철 안전한 차량 운행을 위해 동계 장착할 수 있는 타이어의 종류를 법으로 제한한다. 기온이 영상 7도 이하로 낮아지면 트레드가 굳어지며 타이어 접지력과 제동 성능이 급격히 저하되기 때문이다. 주로 눈이 많이 내리는 유럽 북부와 중부, 동부 국가를 중심으로 규제한다. 겨울용 타이어 관련 법규가 없는 한국, 미국과 대비된다.

스웨덴·핀란드·독일, '알파인'만 겨울용 인정…트레드 깊이 규제도

예컨대 스웨덴에선 매년 12월 1일부터 이듬해 3월 31일까지 겨울용 타이어를 의무적으로 장착해야 한다. 규정은 차량 중량에 따라 다르다. 3.5톤 이하인 승용차와 픽업트럭은 '알파인(3PMSF)' 기호가 부착된 타이어만 이 기간 사용할 수 있다. 3개의 산봉우리(3PM·Three-Peak Mountain)에 눈송이(SF·Snowflake)가 들어간 모양이다. 타이어가 눈과 얼음 위에서 제 성능을 발휘함을 의미한다.

트레드 깊이도 규제한다. 타이어 마모가 심해지면 제아무리 겨울용 타이어라고 해도 성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스웨덴의 경우 트레드 깊이가 최소 3㎜여야 한다. 겨울철 알파인 기호가 없는 타이어를 사용할 경우 2000크로나(약 30만 원), 남은 트레드가 부족할 경우 1200크로나(약 18만 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이 외에도 의무는 아니지만 빙판과 같은 도로 상황에 따라 뾰족한 금속 징(스터드)이 박힌 스터드 타이어 착용을 권고하기도 한다.

이웃 나라 핀란드와 독일도 겨울철 알파인 기호가 부착된 타이어만 사용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핀란드는 매년 11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스터드 타이어를 사용하거나 그렇지 않을 경우 알파인 기호가 부착된 타이어를 써야 하며 트레드 깊이도 3㎜ 이상 남아야 한다. 독일은 매년 10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알파인 기호가 새겨진 타이어를 의무적으로 사용해야 하며 트레드 깊이는 1.6㎜ 이상 남아야 한다.

유럽 각국이 겨울철 주행 가능한 타이어로 분류하는 기준인 'M+S'(진흙·눈)와 '알파인(3PMSF)' 기호. M+S는 알파벳 형태이며 알파인은 3개의 산 봉우리(3PM·Three-Peak Mountain)에 눈송이(SF·Snowflake)가 들어간 모양이다. 모두 타이어 측면에서 확인할 수 있다(유럽소비자센터네트워크 홈페이지 갈무리. 재판매 및 DB 금지). 2025.09.09.
기존 'M+S' 기호, 겨울용서 제외 추세…2030년까지 연평균 6.4% 성장 전망

이런 겨울용 타이어 규정은 지난해 연말을 기점으로 강화됐다. 그동안 대부분의 유럽 국가는 'M+S'(진흙·눈) 기호가 있으면 겨울철에도 해당 타이어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독일이 M+S 타이어의 겨울철 운행을 전면 금지했고, 같은 해 11월에는 스웨덴과 핀란드가 이에 동참했다. M+S는 제조사가 자체 성능 기준을 충족하면 부착하는 선언적 조치지만, 알파인 기호를 달려면 국제표준화기구(ISO) 규정에 따라 외부 시험 기관의 성능 검증 테스트를 통과해야 한다.

업계는 겨울철 알파인 인증을 취득한 타이어만 사용하도록 강제하는 유럽 국가들이 늘 것으로 보고 있다. 유럽연합(EU) 산하기관인 유럽소비자센터네트워크에 따르면 현재까지 겨울철 알파인 타이어 장착을 의무화한 국가는 이들 3개국과 함께 △에스토니아(2022년) △라트비아(2024년) △슬로바키아(2024년) 등 총 6개국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리서치앤마켓은 규제 강화로 유럽 내 겨울용 타이어 시장이 지난해 66억 달러(약 9조 원)에서 연평균 6.4%씩 성장해 2030년에는 95억 달러(약 13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알파인' 인증 획득 제품군 확대…트럼프 관세에 유럽 시장 공략 강화

국내 타이어 3사도 유럽의 강화된 규정에 맞게 알파인 기호가 들어간 스노우·올웨더 타이어 라인업을 확대하고 있다. 넥센타이어(002350)는 지난 2월 스노타이어 '윈가드 스포츠 3'를 출시, 오스트리아에서 체험 행사를 열었다. 이에 앞서 지난해 10월에는 윈가드 스포츠 2와 올웨더 타이어 'N 블루 4 시즌 2'를 대상으로 기존 M+S에 더해 알파인 기호를 추가했다. 또한 지난 4월에는 핀란드 이발로에 자사 전용 시험장을 설치해 알파인 인증을 위한 테스트를 자체적으로 수행할 수 있게 만들었다.

금호타이어(073240)는 지난 2월 스노타이어 '윈터크래프트 WP52+'를 출시하며 스웨덴에서 체험 행사를 연 바 있다. 올웨더 타이어로는 '4S HA32'를 2020년 출시했다. 두 타이어 모두 알파인 인증을 받았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161390)는 2018년 유럽에 올웨더 타이어 '키너지 4S2'를 출시하며 일찌감치 알파인 인증을 받았다. 스노타이어는 '윈터 아이셉트 에보 3'(2020년) '윈터 아이셉트 RS3'(2021년) 등을 알파인 인증과 함께 유럽에 출시했으며, 유럽 겨울용 타이어 전용 시험장은 국내에서 가장 빠른 2017년 핀란드 이발로에 확보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 2분기 기준 각 사 매출에서 유럽이 차지하는 비중은 넥센타이어 42%, 한국타이어 41%로 최대였고, 금호타이어는 29%로 2위였다"며 "트럼프 관세로 미국 시장 수익이 둔화하는 상황에서 겨울용 제품 수요가 높은 유럽 시장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2월 스웨덴 외스테르순드 서킷에서 개최된 '금호 윈터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에서 금호타이어 겨울용 타이어 '윈터크래프트 WP52+'를 장착한 차량이 스노우 핸들링 구간을 질주하는 모습(금호타이어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02.20.

seongs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