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아틀라스, 테슬라-옵티머스…로봇시대 경쟁 시작됐다

(서울=뉴스1) 박기범 기자 = 글로벌 완성차 업계가 '로보틱스'로 눈을 돌리고 있다. 테슬라와 현대자동차(005380)그룹 등 글로벌 리더들은 전기차 전환과 자율주행을 넘어 휴머노이드 로봇의 상용화를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삼아 본격적인 시장 경쟁에 돌입했다.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는 최근 X(옛 트위터)를 통해 "테슬라의 주요 사업은 전기차가 아니라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Optimus)"라며 "장기적으로 테슬라 가치의 80%는 옵티머스에서 나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테슬라는 지난 3월 올해 안에 옵티머스를 5000대 생산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며 대규모 투자를 예고했다.

현대차그룹도 로보틱스를 그룹 차원의 신성장 축으로 삼고 있다. 현대차는 2021년 인수한 보스턴다이내믹스를 통해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Atlas)의 상용화를 준비 중이다. 최근 미국 내 로봇 생산을 위한 50억 달러(약 7조 원) 추가 투자를 확정했고, 현대모비스를 중심으로 로봇기술 확보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제조업의 미래는 사람과 기계의 협업에 있다"며 그룹 전체 매출의 20%를 로보틱스 분야에서 창출하겠다는 중장기 목표를 제시했다.

테슬라와 현대차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실제 공장에서 근로자와 협업할 수 있는 수준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대차는 아틀라스를 올해 말 미국 조지아주 신공장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에 투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로봇 개발 경쟁은 미국과 한국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일본 혼다는 2000년 세계 최초로 휴머로이드 로봇 '아시모'를 개발했다. 도요타는 2017년 인간형 로봇 T-HR3를 공개했다. 중국 샤오펑은 '아이언'을 실제 공장에 투입했다. BMW와 중국 비야디(BYD)·지리(Geely) 등은 외부에서 제작한 휴머노이드 로봇을 제조 공정에 투입하고 있다.

완성차 업계는 로보틱스가 가정·서비스·물류·헬스케어 등 다양한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차세대 먹거리'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어스튜트 애널리티카는 세계 산업용 로봇 시장이 연평균 27.2% 성장하며 2024년 약 37조 7000억 원에서 2033년 328조 6000억 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전망이다.

배터리, 모터, 제어시스템이 핵심이며, 자율주행차 기술도 로봇의 인공지능(AI)·센싱 기술 등 자동차 기술과 맞닿아 있어 기술개발에 용이하다는 점은 자동차 업계가 적극 투자하는 이유로 꼽힌다.

최근 완성차 업계의 노사 갈등은 로보틱스 산업에 대한 관심을 더욱 높이고 있다. 완성차 업체는 대규모 공장을 운영하는 데 로봇을 투입하면 인력난 해소, 생산성 향상, 품질 안정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휴머노이드 로봇이 본격적으로 상용화되기까지는 최소 2~3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본다. 옵티머스는 일부 관절 모터 과열, 변속기 부품의 짧은 수명, 제한된 배터리 수명 등 하드웨어 문제를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배터리 성능도 개선해야 한다. 현재 로봇의 운용 시간은 2~3시간 정도에 불과하다. 앞서 현대차는 삼성SDI 등과 협력해 로봇용 배터리의 성능을 끌어올리기 위한 연구를 시작했고, 테슬라 역시 배터리 효율 극대화 기술을 병행 개발 중이다.

안전 규제 및 노동 관련 법·제도 개선도 필요하다. 현재 로봇안전과 관련된 글로벌 안전 표준이 없다. 이에 글로벌 표준, 국내의 경우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 규정 등이 마련돼야 한다고 전문가는 입을 모은다. 업계에서는 제도 마련에 2~3년의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완성차 업계는 이 기간 자사 공장에서 로봇 실증에 돌입해 기술력을 한층 더 끌어올리며 본격적인 경쟁시대를 대비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로봇시장은 시장 선점효과가 중요한 만큼 이 기간 업체간 기술 경쟁은 더욱 격화될 것이란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사람과 로봇이 함께 배치도는 만큼 제도적 뒷받침은 필수적"이라며 "시장 선점을 위한 경쟁도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pkb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