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한달 넘긴 美 車관세 인하…1.4조 관세 부담 떠안을 판

車·부품 관세율 25→15% 인하…한미 무역합의에도 이행 안돼
양국 이견에 합의 명문화 작업 지연…'관세 비용 절감' 기대 찬물

사진은 지난 7월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에 수출용 차량들이 세워져 있다.(자료사진). 2025.7.24/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서울=뉴스1) 김성식 한병찬 기자 = 한미 무역 합의에 따라 한국산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에 대한 미국의 품목 관세율이 25%에서 15%로 10%포인트(p) 하향 조정되기로 했지만, 한 달 넘게 관련 조치가 이행되지 않고 있다. 관세 인하에 따라 3분기 실적 개선을 기대했던 업계는 한숨을 내쉬고 있다. 양국 간 무역 합의문 채택이 늦어질 경우 올해 3분기 약 1조 4000억 원에 이르는 추가 관세 비용을 자동차 업계가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은 여전히 한국산 자동차·부품에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미국 측이 한미 간 무역 합의에 따라 지난 7월 31일 해당 품목 관세율을 15%로 하향 조정하겠다고 약속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현장에선 여전히 기존 관세율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한국산 대미 수출 품목 중 완성차는 지난 4월 3일 이후 약 5개월간, 자동차 부품은 지난 5월 3일 이후 4개월간 25%의 고율 관세를 맞고 있다. 이는 지난 3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에 25%의 품목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을 근거로 한다. 행정명령 이전 한국산 자동차·부품은 2012년 발효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무관세였다.

한국산 자동차·부품에 대한 관세율이 15%로 하향 조정되려면 결국 한미 간 무역 합의문이 채택돼야 한다는 게 업계와 관가의 분석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자동차 15% 관세율은 지난 7월 31일 합의됐으나 합의 명문화 작업은 현재 미국 측과 협의 중"이라며 "형식이나 시기 등은 정해진 것이 없다"고 말했다.

앞서 한미 통상당국은 지난 7월 31일 한국이 미국에 3500억 달러(약 487조 원)를 투자하는 조건으로 미국이 한국에 대한 상호관세를 기존 25%에서 15%로 낮추기로 합의했다. 이후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26일 미국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가졌고 이를 전후로 우리 기업들이 총 1500억 달러를 미국에 직접 투자하겠다고 밝혔지만, 양국 간 무역 합의문은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다.

합의문 채택이 늦어지는 건 3500억 달러 대미 투자 방식에 대한 양국 간 이견 때문이다. 우리 정부는 조선업과 첨단산업 분야에 각각 1500억·2000억 달러 상당의 투자 펀드를 조성하되 대부분 대출과 보증 형태로 구성한다는 입장이지만 미국은 직접 투자와 지분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지난달 31일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자동차 관세 인하가 이뤄지지 않은 데 대해 "투자 펀드를 조성하는 문제, (다른) 관세나 비관세 문제들이 한 묶음이 돼 있다"며 "모든 것이 합의(되기) 전까지는 합의되지 않았다는 개념과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합의문 채택이 늦어지자 업계에선 무역 협상이 타결된 3분기에도 관세 비용을 절감하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지난 2분기 현대자동차(005380)·기아(000270)는 각각 8280억 원, 7860억 원의 관세 비용을 부담했다고 밝힌 바 있다. 같은 기간 현대모비스(012330)가 부담한 관세 비용은 620억 원에 달했다. 3사가 관세 시행 전 대미 수출 물량을 미리 선적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던 만큼 재고 물량이 소진된 3분기 부담액은 이보다 늘어날 수밖에 없다. 미국발 관세 영향으로 현대차·기아의 2분기 합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9.6% 감소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완성차 대미 수출 규모는 347억 달러(약 48조 3000억 원)로 관세율이 25%에서 15%로 인하될 경우 연간 관세 비용은 86억 달러에서 52억 달러로 34억 달러(약 4조 7300억 원) 줄어든다. 이를 1분기당 절감액으로 환산하면 8억 5000만 달러(약 1조 1000억 원)에 이른다.

같은 기간 대미 자동차 부품 수출액은 82억 달러(약 11조 4100억 원)로 관세율 인하에 따른 연간 비용 절감액은 8억 2000만 달러(1조 1100억 원), 1분기당 절감액은 2억 500만 달러(2800억 원)다. 따라서 관세율 인하에 따른 자동차·부품의 1분기당 관세 비용 절감액은 10억 5500만 달러(1조 4000억 원)로 추정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자료사진). ⓒ 로이터=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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