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의 미래, 먼저 만난다"…정의선의 야심작 'UX 스튜디오'
[르포]세계 최초 '고객 상시 참여' 오픈랩…빅데이터 수집 UX 혁신
도어·시트 구성부터 인터페이스 개발까지…피드백 신차 개발 활용
- 김성식 기자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남양연구소에 있을 때에도 사용자 조사를 안 한 건 아닌데요, 사전에 선발한 고객을 대상으로 설문하는 방식에 그쳐 생생한 실사용 후기를 얻기에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이제 강남 한복판에서 다양한 고객들을 만나게 돼 연구원으로서 설렙니다."
지난 1일 서울 강남의 현대자동차그룹 '사용자경험(UX) 스튜디오 서울'에서 만난 고효정 UX전략팀 연구원은 다소 들뜬 표정이었다. 연구소에서 일하며 느꼈던 갈증을 해소할 수 있는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오는 3일 정식 개관하는 스튜디오에 대해 "UX와 관련한 연구개발 프로젝트를 수행하다 고객 의견이 궁금하면 언제든지 내려올 수 있게 됐다"고 미소를 지었다. 이곳에서는 그가 개발한 것들을 실제 소비자가 어떻게 느끼는 지를 바로 확인할 수 있고 이를 통해 개선할 점들도 바로 찾아낼 수 있어서다.
스튜디오는 강남역 4번 출구에서 도보 2분 거리인 현대자동차 강남대로 사옥 1~2층에 꾸며졌다. 일반 고객들이 스튜디오를 방문하면 현대차·기아의 모빌리티 신기술을 경험한 뒤 느낀 점을 공유할 수 있다. 같은 건물 4층에는 50여명의 UX전략팀 연구원들이 근무하며 이들의 목소리를 청취할 예정이다.
일반 고객이 상시 참여하는 형태의 오픈랩은 UX 스튜디오 서울이 세계 최초다. 김효린 현대차그룹 상무는 "2021년 7월 서울 서초동에서 시작한 UX 스튜디오는 한정된 고객을 비공개로 초청해 차량 개발 방향을 설정했다"며 "강남대로 사옥으로 이전하면서, 이제는 누구나 개발 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열린 공간으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UX 스튜디오 서울은 크게 고객들이 UX 전시 콘텐츠를 체험하고 리서치에 참여할 수 있는 1층 '오픈랩'과 연구원들이 세부 연구를 수행하는 2층 '어드밴스드 리서치 랩'으로 구성된다. 이날 1층 오픈랩 전면에는 나무로 만든 차량과 주행 시뮬레이션을 체험할 수 있는 차량이 나란히 전시됐다.
나무 차량에선 도어와 시트, 수납공간, 이동 콘솔 등을 움직이며 고객이 실내 공간을 맞춤형으로 꾸며볼 수 있다. 카니발 등 대형 차량을 오르내릴 때 딛는 스텝도 370㎜부터 410㎜까지 다양하게 준비돼 있다. 키에 따라 편안하게 느끼는 스텝 높이가 다르기 때문에 데이터가 쌓이면 가장 편안하게 느끼는 스텝 높이를 찾을 수 있는 셈이다. 김건영 가이드는 "추후 차량 개발에 쓰일 치수로 활용된다"며 "전 연령을 아우르는 종합 피드백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시뮬레이션 차량은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을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운전자에게 보여줄지 실증한다. 예를 들어 차선을 변경할 때 차의 움직임을 선으로 표현했을 때와 차가 이동할 위치를 사각박스 형태로 표현했을 때 운전자 반응을 관찰한다. 이 과정에서 고객의 시선이 머무는 공간과 시간을 동체 움직임으로 분석하면 어떤 방식이 운전자의 전방 주시에 방해가 되지 않는지를 비교해 볼 수 있다. 이를 통해 최적의 차세대 인터페이스를 찾아낼 수 있다.
2층 어드밴스 리서치 랩에선 연구원들이 1층에서 확보한 고객 의견과 데이터를 기반으로 인간과 기계의 상호 작용(HMI)에 관한 세부 연구를 수행한다. 1층과 달리 2층은 상시 개방되지 않고, 연구 참여 목적으로 사전 모집된 고객만 올라갈 수 있다.
시뮬레이션 룸에는 준중형 세단부터 대형 SUV에 이르기까지 차량 내부를 자유롭게 변형할 수 있는 테스트 차량이 놓여 있었다. 730개의 LED 모듈로 구연한 191도의 대형 커브드 디스플레이는 서울, 미국 샌프란시스코, 인도 델리 등의 도로 환경을 구현해 낸다.
이날 차량에 탑승한 취재진은 지도를 보며 강남 양재동 현대차그룹 본사에서 반포 한강공원까지 편도 12㎞의 거리를 가상으로 주행했다. 이 과정에서 운전자가 전방을 잘 주시했는지, 클러스터는 얼마나 봤는지, 자율주행 상태에서 손을 얼마나 놓고 있었는지 등이 실시간 데이터로 집계됐다. 조용석 UX전략팀 책임연구원은 "개발자가 의도한 대로 사용자가 ADAS를 활용하는지 데이터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UX 스튜디오 서울은 또 하나의 볼거리도 제공한다. 현대차그룹의 로봇 전문 계열사인 보스턴다이내믹스의 4족 보행 로봇개 '스팟'도 만나볼 수 있다. 스팟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에 경호에 투입돼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기도 했다. 이곳에서도 스팟은 UX 스튜디오를 지키는 임무를 맡았다.
seongs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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