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선으로, 전기차끼리' 전기차 충전 진화…부족한 인프라 해법되나

과기부, 무선충전 인프라 구축 시동…쌍용차·제네시스도 시험중
기아는 'V2V' 충전 스타트업과 맞손…"자율주행차에도 이용 가능"

쌍용자동차가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리는 '2022 전파방송산업 진흥주간' 행사에 무선전력 우수제품들과 함께 쌍용차 첫 전기SUV 코란도 이모션을 활용한 무선 충전 플랫폼을 선보인다고 21일 밝혔다. (쌍용자동차 제공) 2022.11.21/뉴스1

(서울=뉴스1) 이형진 기자 = 국내 전기차 보급 대수는 급증세를 보이면서 벌써 30만대를 넘어섰지만 충전 인프라에 대한 소비자 불만은 여전하다. 업계에서는 무선 충전·자동차 간 충전 등 다양한 방식의 충전 인프라를 구축해 이를 타개하려는 모습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완성차 업체들은 무선 충전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9일 '제2차 규제혁신전략회의'에서 전기차 무선충전 용도의 주파수(85kHz)를 할당해 상용화 기반을 마련한다는 방침을 밝히고 전기차 무선 충전 인프라 구축에 시동을 걸었다. 이종호 과기부 장관은 지난 21일 '2022 전파방송산업진흥주간' 행사 축사에서 전기차 무선 충전 등을 언급하며 "규제 혁신을 통해 산업 현장의 활력을 제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기차 후발주자인 쌍용자동차도 무선 충전 시스템에 발을 들였다. 쌍용차는 지난 21일과 22일 이틀간 전파방송산업진흥주간 행사에서 무선충전 플랫폼을 전시했다. 폴리머 배터리를 탑재한 코란도 이모션에 22kW 무선 충전 시스템을 적용해 충전하는 방식이다. 완전 충전에 3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쌍용차는 2024년까지 실차 검증 및 신뢰성 시험을 거쳐 양산 체제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의 제네시스는 이미 지난 2월 전기차 전용 충전소를 개소하고 무선 충전기 시범사업을 실시 중이다. 충전 성능은 11kW로 GV60 기준(77.4kWh), 약 8시간이 소요되고, 유선 홈 충전기와 유사한 속도다.

업계에서 새롭게 시도되는 충전 방식은 무선 충전 뿐이 아니다. 기아는 지난 21일 전기차 충전 스타트업 '티비유'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티비유는 차량 간(V2V) 급속 충전 솔루션을 제공하는 업체다.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규제 샌드박스 실증 특례 승인을 받아 이동형 전기차 충전 서비스 개시를 앞두고 있다. ESS(전력 저장장치)가 장착된 충전 트럭이 호출된 지역으로 이동해 전기를 충전해주는 서비스다.

앞서 포드도 지난해 말 미국 시장에서 차량간 충전이 가능한 '프로 파워 온보드' 시스템을 갖춘 전기 픽업트럭 'F-150 라이트닝'을 내놓기도 했다.

윤승규 기아 국내eBiz솔루션 실장(오른쪽)과 백상진 티비유(TBU) 대표가 21일 서울 압구정동 기아 360에서 차량간(V2V) 급속 충전 신기술 기반 에너지 거래 솔루션 실증을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하고 있다. (기아 제공) 2022.11.21/뉴스1

국토교통부 자동차등록현황에 따르면 10월 기준 국내 누적 전기차는 약 36만5000대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2.7% 급증한 수준이다. 2020년말 13만4000대에서 2021년말 23만1000대 등으로 빠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전기차 증가 속도와 달리 전기차 충전 인프라에 대한 불만은 여전하다. 환경부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급속 충전기는 약 1만8000기, 완속 충전기는 13만기 정도로 2~3대당 1기 수준으로 적지 않은 편이지만 공공시설 위주로 설치돼 있고 한번 충전에 20~30분 가량 걸리는 시간 덕에 충분하지 못하다는 목소리는 지속적으로 나온다.

뉴스1이 지난달 26~30일 청년재단에 의뢰해 2030 청년 371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수소·전기차 활성화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으로 '충전 인프라 확충 (64.7%)'이 꼽혔다.

전문가들은 업계에서 시도하는 다양한 충전 방식이 부족한 충전 인프라를 보강해 줄 수 있다고 본다. 5분 내외로 주유하는 가솔린 자동차와 달리 전기차는 충전에 30분 가량을 써야하지만, 주유소처럼 거대한 기름 탱크가 필요 없고 전력 공급원과 충전 시스템만 있다면 다양한 방식의 충전이 가능하다.

아울러 '자율주행' 등 미래 모빌리티 준비 관점에서도 무선 충전이나 V2V 등 새로운 충전 방식이 오히려 적절하다는 것이다. 자율주행차 소유주가 출근 등 다른 일을 하는 동안 자동차가 스스로 무선 충전 패드로 이동해 전기를 충전하거나 다른 자동차에 전기를 판매할 수도 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도심지의 70%가 아파트인데, 전용 충전기만 설치하는 건 공간의 한계가 있다. 무선 충전 패드만 이동하는 방식이면 주차장 어느 곳에서도 충전할 수 있어서 인프라 확충에 도움이 된다"며 "자율주행차가 나오면 스스로 충전하는 시스템이 갖춰질 수도 있고, V2V나 V2G(전기차를 ESS처럼 이용하는 기술)로 다양하게 이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hji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