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션 빼고 출고' 언제까지?…車반도체 대란에 완성차 '궁여지책'

한국지엠, 타호·트래버스 주차 보조 등 일부 옵션 제외 출고
무상장착·가격 할인·추가옵션 진행…"반도체난 점진 완화"

쉐보레의 '타호'. ⓒ 뉴스1

(서울=뉴스1) 권혜정 기자 =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 장기화로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수개월째 일부 옵션(기능)을 빼고 차량을 출고하는 '마이너스 옵션' 등의 궁여지책을 펼치고 있다. 수입차 브랜드를 위주로 시작된 '마이너스 옵션'은 최근 국내 브랜드까지 번지며 소비자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지엠은 최근 사전계약을 시작한 초대형 SUV '타호'에서 전후방 주차 보조 및 후방 자동 제동시스템 등의 옵션을 빼고 출고하기로 했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반도체 수급의 어려움에 따른 것"이라고 했다.

최상위 트림 '하이컨트리'를 추가해 사전계약 중인 트래버스도 비슷한 상황이다. 트래버스의 경우 2열 열선 시트와 후방 주차 보조 시스템의 옵션을 제외했다.

한국지엠은 일부 옵션을 제외한 채 우선 차량을 출고하고 반도체 수급난이 해결되는 시점에 무상으로 장착해준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최대 15만원의 할인 혜택도 진행 중이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기능 자체가 제거된 것이 아니라 향후 '칩'만 꽂으면 기능이 정상 작동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지엠의 이같은 결정은 본사인 GM의 영향이 크다. 앞서 GM은 지난해 말 트레일블레이저와 이쿼녹스, 트래버스, 시에라 등 다수 모델에서 열선과 통풍 기능을 빼고 자동차를 출고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한국지엠은 국내 시장엔 '영향이 없다'고 했으나 길어진 반도체 공급난에 결국 '백기'를 들고 말았다.

기아도 '마이너스 옵션'을 진행 중이다. K8, K8 HEV 모델의 경우 후방 주차 충돌 방지 보조와 원격 스마트 주차보조 기능을 제외하면 빠른 출고와 동시에 가격을 할인해준다. 현대차는 마이너스 옵션까지는 아니지만 일부 반도체 공급난에 영향 받는 옵션을 선택할 경우 출고까지의 대기 기간이 1년 이상 길어지는 상황이다.

(자료사진) ⓒ News1 임세영 기자

'마이너스 옵션'은 수입차 브랜드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포르쉐는 지난해 중순부터 스티어링 휠을 자동으로 조절할 수 있는 전동 스티어링 휠 옵션을 빼고 출고를 진행 중이다. 포르쉐코리아는 향후 반도체 문제가 해결되면 무상으로 해당 옵션을 장착한다는 계획이다.

BMW도 지난해 말부터 6시리즈 GT모델에서 '서라운드 뷰' 기능을 빼고 출고하고 있다. BMW코리아 관계자는 "6시리즈 모델 외에도 반도체 수급 상황에 따라 일부 옵션이 제외되는 경우가 있다"며 "이 경우 다른 옵션을 추가하거나 가격 인하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메르세데스-벤츠도 일부 차량에 LTE 통신 모듈과 핸즈프리엑세스, 스마트폰 무선 충전 등의 기능이 장착되지 않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측은 "통신 모듈의 경우 수급이 안정화되는대로 무상 장착을 진행할 것"이라며 "독일 본사와 긴밀히 협력해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아우디 역시 일부 차종에서 핸들 위치를 전동으로 조절할 수 있는 기능과 무선충전 기능 등이 제외되고 있다.

벌써 수개월째 길어지는 '마이너스 옵션'에 차량 구매를 원하는 소비자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국내 한 브랜드의 차량을 계약하고 출고를 기다리고 있다는 A씨는 "딜러로부터 빠른 출고가 가능한 대신 일부 옵션이 빠진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가격 할인 등의 혜택이 있긴 하지만 워낙 필수적인 옵션이라 결정을 못하고 있다. 하루라도 빨리 차를 받기 위해 옵션 제외를 선택해야 할지, 반도체 영향이 없는 차량을 찾아 구매 해야할지 고민 중"이라고 토로했다.

완성차 브랜드들의 '마이너스 옵션'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3분기를 기점으로 공급난이 완화되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공급 차질은 지난해 3분기를 바닥으로 점진적으로 완화되고 있다"면서도 "다만 회복의 속도는 기대보다 다소 더딜 것"이라고 했다.

jung907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