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품질로 포르쉐 제친 '제네시스'…원동력은 남양연구소

완벽한 차체 품질을 향한 노력…'종합품질확보동'
재료 개발로 성능 혁신을 꿈꾼다…'재료연구동'

현대기아차 남양연구소 파이롯트센터 종합품질확보동에서 3D 자동 스캐너로 소형SUV 스토닉을 스캔, 측정하고 있는 모습. (기아차 제공) 2017.6.27/뉴스1

(서울=뉴스1) 백진엽 기자 = 현대기아차가 최근 미국에서 좋은 소식을 접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제이디파워의 '2017 신차품질조사(IQS)'에서 제네시스 브랜드가 프리미엄 브랜드 중 1위를 기록했다는 내용이다. 무엇보다 2013년부터 4년간 굳건하게 1위를 지키던 포르쉐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제네시스 뿐만 아니라 기아차는 일반브랜드 중 3년 연속 1위를 지켰다.

제이디파워의 '신차품질조사'는 조사기간동안 미국에서 판매된 신차를 대상으로 구입 후 3개월이 지난 차량의 고객들에게 품질 만족도를 조사해 불만건수로 나타낸 결과다. 조사결과는 미국 소비자들의 자동차 구매기준으로 적극 이용될 뿐만 아니라 업체별 품질 경쟁력을 가늠하는 핵심 지표로 활용될 정도로 중요하게 여겨지는 조사다.

현대·기아차 제네시스가 품질로 세계 최고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경기도 화성에 있는 남양기술연구소가 밑바탕이 됐다. 기초 재료부터 최종 완성단계까지 최고의 품질을 위해 밤낮없이 연구와 개발 활동을 하고 있는 남양기술연구소를 27일 찾았다.

남양기술연구소의 파이롯트센터. 이 곳은 신차가 양산되기 전에 실제로 시작차, 파이롯트 차량을 제작해 향후 신차가 원활하게 양산될 수 있도록 품질을 개선하고 확보하는 활동을 담당하는 곳이다. 현대기아차 품질경영의 상징이기도 한 곳이다.

◇완벽한 차체 품질을 향한 노력…'종합품질확보동'

우선 파이롯트센터 중에서도 차체의 강성과 기능을 분석하고 평가·관리하는 '종합품질확보동'을 둘러 봤다.

가장 먼저 들른 '차체 품질 확보실'은 현대기아차의 차체 품질과 관련된 연구, 시험을 수행하는 곳이다. 대형 3D 스캐너와 고속 카메라 등을 활용해 차체를 정밀 분석하는 등 다양한 실험을 진행한다.

'차체 품질 측정실'로 이동하자, 높이가 5m 가까이 되는 큰 박스 모양의 측정 장비가 눈에 띄었다. 측정 장비의 안쪽에는 기아차의 소형 SUV 스토닉의 차체가 놓여있고, 차체 양 옆으로는 카메라가 탑재된 스캐너 로봇 2대가 작동을 기다리고 있었다

담당 연구원은 "해당 측정 장비는 현대차그룹이 완성차업계 세계 최초로 도입한 비접촉 3D 자동 스캐너"라며 "카메라가 달린 로봇 2대가 차체와 완성차를 스캔·측정한다'고 설명했다. 설명과 함께 장비를 작동시키자 안쪽에 위치한 스토닉 차체가 앞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긴 팔의 모양을 한 로봇들이 절도 있게 관절을 꺾어가며 차체를 스캔하기 시작했다.

3D 스캐너를 이용한 차체 품질 측정은 차체가 설계 도면대로 제작됐는지 확인해 차체의 종합적인 품질을 점검·개선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한다. 장비 옆에 위치한 모니터를 통해 방금 촬영한 차체가 3D 이미지로 구현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현대기아차는 차체(BIW)부터 설계 도면으로 처음 만드는 시작차(Prototype)를 거쳐 완성차에 이르기까지의 모든 과정에 자동 스캐닝 시스템을 도입해 차체 품질을 관리해나가고 있다고 한다.

다음으로 '차체 강성 평가장'과 'BSR 이음 평가장'을 견학했다. 'BSR 이음 평가장'은 진동으로 발생하는 국부적인 소음(BSR)을 측정해 정밀 분석하는 시험실이다. '차체 강성 평가장'은 후드, 도어, 트렁크 등 무빙 파트의 동적 움직임 및 움직임의 정도를 측정해 차체 및 무빙 파트의 기능 품질을 평가하고 점검하는 곳이다.

현대기아차 남양연구소 파이롯트센터 종합품질확보동에서 초고속 카메라를 이용해 스토닉의 차체 강성을 측정 및 점검하고 있는 모습. (기아차 제공) 2017.6.27/뉴스1

◇재료 개발로 성능 혁신을 꿈꾼다…'재료연구동'

종합품질확보동을 둘러본 다음 재료개발센터로 이동했다. 재료개발센터는 차량에 쓰이는 각종 소재에 대한 개발과 검증 작업이 이루어지는 곳이다. 그 중에서도 최적의 자동차 부품용 재료 개발을 통해 차량 성능의 혁신을 주도하는 '재료연구동'을 견학했다.

연구동 1층에 위치한 '비파괴시험실'에서는 엑스레이를 이용해 제품을 투시하는 단층촬영(CT)이 진행된다. 단층 촬영은 우선 엑스레이로 제품을 투시하고, 제품을 360도 회전시켜 모든 방향의 투시 이미지를 만든 다음, 이를 컴퓨터로 합성해 단면 형상과 3D 형상을 만드는 3단계의 과정으로 진행된다.

단층촬영기의 문을 열자 안쪽에 엔진 실린더 헤드가 있었다. 촬영한 결과물은 분석장비 옆에 위치한 모니터로 확인할 수 있지만, 투시 영상을 합성해 제품 내부를 형상화 하는데 약 2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미리 촬영한 이미지를 확인했다.

모니터를 통해 확인한 엔진 실린더 헤드의 내부 단면과 3D 형상은 마치 부품을 칼로 얇게 잘라 놓은 듯 했다. 연구원에 따르면 0.4mm 두께의 단면이 순서대로 합성돼 눈으로는 절대 볼 수 없는 부품의 단면을 면밀히 분석할 수 있기 때문에, 내부에 균열 등의 형상 문제점을 파악하고 개선이 가능하다고 한다.

바로 옆에 위치한 '정밀분석실'에서는 투과전자현미경, 핵자기공명분광기와 같은 정밀분석기기를 이용해 자동차 부품 소재의 형상, 화학구조를 정밀하게 분석한다. 차량의 성능을 개선하기 위해 부품의 속살을 들여다보는 곳이다.

투과전자현미경을 이용하면 물체를 약 100만배 이상으로 확대해 사람 머리카락 굵기의 10만분의 1정도인 1nm까지 관측할 수 있다고 한다. 연구원들은 이 현미경을 통해 차량에 쓰이는 금속, 세라믹, 고무 등의 소재 내부 구조와 구성원소 분포를 분석해 최적의 차량 소재를 찾아내고 있었다.

연구동 2층에는 20여개의 재료 관련 시험실들을 견학했다. 그 중 '고분자재료분석실'과 '금속성분분석실'에 대한 설명도 들을 수 있었다. 금속성분분석실에서는 금속·무기 소재의 화학 성분을, 고분자재료분석실에서는 플라스틱, 고무 등 다양한 고분자의 화학구조를 분석한다. 부품에 어떤 소재가 적용됐는지 유해물질이 사용되지는 않았는지 확인하는 연구 과정을 거친다.

연구동 안내를 맡은 연구원은 "차량의 연비 향상을 위해서는 경량화 소재와 코팅 소재에 대한 연구가, 운전의 즐거움을 제공하는 감성 품질 향상을 위해서는 방진, 흡음 소재를 연구하는 것이 함께 진행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jinebi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