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53초마다 한개씩…현대차 숨은 경쟁력 현대모비스 아산공장
현대차와 생산계획 실시간 공유…생산 즉시 운송, 조립
"차모듈 3000여가지…그래도 섞일 일 없죠"
- 박기락 기자
(아산=뉴스1) 박기락 기자 = 53초마다 1개씩 완성차 모듈을 생산하는 현대모비스 아산공장에는 별도의 재고창고가 없다. 40~50개의 부품을 조립해 만들어지는 모듈은 생산과 동시에 트럭에 실려 10~15분 거리의 현대차 아산공장으로 운송된다. 현대차 공장에 도착한 모듈 역시 실시간으로 조립라인에서 다른 부품과 만나 1대의 자동차를 완성한다.
제품 재고는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 필요하지만 별도의 저장 공간과 관리를 요하기 때문에 비용이 따르기 마련이다. 현대모비스는 아산을 비롯해 전국 6개 공장에서 현대차와 실시간으로 생산 계획을 공유하는 직서열 방식(JIS, Just In Sequence)을 적용, 재고와 관리에 따른 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하고 있다.
이런 직서열 생산방식의 효율성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기 위해 14일 방문한 현대모비스 아산공장은 그 어느 때보다 분주했다. 지난달 말 출시된 현대차의 신형 그랜저가 초반 흥행 돌풍을 일으키면서 모듈 주문이 폭증한 덕이다. 공장내 각 생산 라인의 조업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모니터마다 100% 넘는 가동률을 나타내고 있었다.
현대모비스 아산공장은 300여명이 넘는 직원들이 2교대로 아슬란, 그랜저, 쏘나타에 탑재되는 새시모듈과 운전석모듈, 프런트엔드모듈 생산하고 있다. 특히 아산공장은 전국 6개 현대모비스 모듈생산 공장 중에서도 자동차 3대 핵심 부품인 새시모듈과 운전석모듈, 프론트엔드모듈을 모두 생산하는 유일한 곳으로, 생산능력은 연 30만대에 이른다.
◇"3000가지 넘는 모듈…부품 섞일 일 없어"
자동차는 2만여개 부품으로 구성된다. 모듈은 차를 만드는데 필요한 수많은 부품들을 조립 영역분야와 기능별로 결합해 완성차 생산라인에 직접 공급하는 부품의 단위다. 반제품 형태의 모듈은 각각 다른 공장에서 만들어져 완성차 공장에서 완성차로 탄생하게 된다.
현대모비스는 단순한 모듈을 조립에서 넘어서 모듈의 설계, 개발, 시험, 생산, 조립, 검사 및 판매에 이르는 전 과정을 담당한다. 전 세계적으로 모듈단위 설계능력과 시험평가능력을 갖춘 업체는 현대모비스를 포함해 손으로 꼽을 정도다.
아산공장 제1라인에서는 총 40여개의 부품을 결합해 운전석 모듈을 생산하고 있다. 운전석 모듈의 몸통이 되는 카울 크로스바를 바탕으로 공조시스템인 히터·에어컨, 계기판 및 오디오와 함께 승객의 안전과 직결되는 에어백이 장착되면 최종적으로 운전석 모듈이 완성된다.
단순한 작업처럼 보이지만 문제는 운전석모듈의 종류가 1가지가 아니라는 점이다. 오디오의 경우 일반·고급형, 모니터의 유무, 블루투스 사양의 유무에 따라서 총 40가지 종류의 오디오가 생산된다. 에어컨히터도 싱글·듀얼방식, 클러스터 이오나이저 유무 등에 따라 총 300개의 사양으로 나뉜다.
이렇게 다양한 고객주문 사양을 각기 다르게 적용할 경우 쏘나타에만 총 1300여개 사양의 운전석 모듈 조합이 나온다. 혼류로 생산하고 있는 IG그랜져 차량 운전석모듈과 합치면 2000여 종류가 넘는 운석 모듈이 아산공장 한개 라인에서 만들어지는 셈이다.
차종이 다르면 운전석 모듈에 들어가는 부품과 조립 순서, 방식도 다르다. 쏘나타에 들어갈 모듈을 조립하고 연이어 신형 그랜져 모듈을 조립하다 보면 부품이 바뀔 가능성이 높지만 이런 일이 생길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는 것이 현대모비스 측 설명이다.
이희민 현대모비스 아산공장 공장장은 "공정별로 모듈 부품이 제대로 장착됐는지 점검할 수 있는 시스템이 4중으로 갖춰져 있다"며 "이런 부품이 제대로 장착되지 않고 다음 단계로 넘어갈 경우 공정이 자동으로 멈추게 돼 있다"고 말했다.
◇생산이력 최대 23년간 보관…사후 품질도 신경
아산공장 내 조립라인 주변에는 생산에 필요한 부품을 놓아두는 공간도 따로 마련돼 있지 않다. 부품을 실은 트롤리 컨베어 시스템이 자동으로 분주하게 움직이면서 자재창고에서 차종에 맞는 부품들을 자동으로 전달해 주고 있는 덕이다.
과거 작업에 필요한 부품들을 사람이 직접 자재창고에서 운반할 경우, 실수로 부품이 잘못 전달되거나, 노동피로 강도도 강해져 실수를 유발하는 일이 많았다. 하지만 트롤리 컨베어 시스템 도입으로 이런 실수를 원천 차단했다.
이 시스템은 필요한 부품을 작업라인 1m 거리로 자동 운반하고 조립순서에 맞는 부품들을 꺼내 조립을 돕는다. 만약 조립과정에서 작업자가 순서를 지키지 않거나 작업을 빠트리게 되면 경고등이 울리면서 문제 해결 전까지 라인이 정지된다. 작업 능률을 높이면서 부품 오결합까지 막는 1석2조의 시스템인 셈이다.
한편 모듈은 여러 부품이 조립돼 있는 만큼 체결부위가 얼마나 적당한 힘으로 결속이 됐는지도 중요한 품질 포인트다. 특히 롤링새시모듈의 경우, 체결부위가 느슨하게 조립돼 있어도 문제가 되지만 너무 강해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체결력 관리 시스템은 이러한 오류를 줄이기 위해 만들어졌다. 작업자는 컨트롤러와 연결된 체결력 보증공구를 이용해 결속부위를 체결하는데 이때 규정된 수치에 도달하면 작업자가 계속 스위치를 넣고 있어도 자동으로 동력을 멈춘다.
이런 과정들을 거쳐 만들어진 모듈은 완성차 출고 후에도 23년 동안 생산이력이 서버에 보관된다. 생산 이력이 향후 자동차에 생긴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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