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폭스바겐 '비틀'…귀엽기만 한게 아니다

균형잡힌 몸매로 '남성미' 강조…날렵한 주행·높은 연비
USB 단자·수동 조절 시트 등 편의사양 아쉬워

폭스바겐 '더 비틀'(폭스바겐코리아 제공)ⓒ News1

(서울=뉴스1) 류종은 기자 = 폭스바겐을 대표하는 차량은 많다. 해치백의 대명사 '골프', 콤팩트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교과서 '티구안', 유럽형 중형 디젤 세단의 표본 '파사트' 등 각 차종을 대표하는 차량들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폭스바겐의 진짜 상징적인 차량은 '비틀'이다. 세계 2차대전 이후 독일 자동차 산업과 폭스바겐 그룹을 동시에 일으켜 세운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주로 여성운전자들이 비틀을 선호했다. 과거 2세대 모델인 '뉴 비틀'이 동글동글한 디자인과 파스텔톤 색상을 갖췄기 때문이다. 하지만 3세대 '더 비틀'은 남성운전자들도 많이 선호하고 있다. '드림카'로 불리는 '포르쉐'를 연상시키는 디자인 요소가 첨가됐기 때문이다. 주행성능의 경우 포르쉐 수준은 아니지만, 경쟁차종 대비 결코 뒤지지 않아 '운전의 재미'도 동시에 잡았다. 다만 3000만원 후반의 차량에 USB 단자도 없고, 시트 조절도 수동으로 조작해야 하는 등 가격대비 부실한 편의사양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지난 22일 더 비틀 프리미엄 트림을 타고 김포 국제공항에서 잠실 종합운동장을 거쳐 춘천을 다녀오는 총 250km 거리를 시승했다. 이번 시승에서는 더 비틀의 개선된 주행성능과 실주행 연비, 승차감 등에 대해 알아봤다.

'더 비틀'은 폭스바겐의 '아이코닉'모델인 '비틀'의 3세대 모델이다. 비틀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두 인물이 있다. 1명은 비틀을 직접 개발한 '페르디난트 포르쉐' 박사, 또다른 1명은 독일의 독재자 '아돌프 히틀러'다. 히틀러는 국민차 제작을 위해 △어른 2명과 아이 2-3명이 충분히 탈 수 있을 것 △7리터의 연료로 100㎞를 갈 수 있을 것 △1000마르크 이하의 가격 등을 구체적으로 포르쉐 박사에게 주문했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미국, 유럽 등에서 큰 인기를 얻으며 독일의 성장과 궤를 같이한 비틀은 2003년 7월 생산을 중단하기까지 총 2152만9000여대가 팔렸다. 이후 2세대와 3세대를 거치면서 총 2250만대 넘게 판매돼 단일 모델로는 최고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다.

더 비틀의 외관은 비틀 특유의 귀여움을 간직하면서도 남성적인 느낌을 담고 있었다. 2세대 모델인 뉴 비틀은 동글동글한 외모에 동그란 헤드램프로 여성스러운 이미지가 강했지만 더 비틀은 스포츠카 '포르쉐'를 연상시키는 라인을 자랑하는 '쿠페'의 느낌이 강했다.

더 비틀은 '뉴 비틀'에 비해 150mm가 길어지고 폭은 90mm 넓어진 반면 전장은 15mm가 낮아져 새로운 비율의 쿠페형태로 변화했다. 18인치 트위스터 알로이 휠 타이어를 장착 안정된 모습을 보였다. 헤드램프엔 15개 LED 주간 주행들이 장착돼 더 비틀의 눈매를 더욱 또렷하게 나타냈다. 뒷모습은 진한 붉은색의 리어 램프와 바디 컬러와 구분되는 투톤 컬러의 리어 스포일러, 크롬 처리된 트윈 머플러를 통해 남성적인 면을 강조했다.

실내로 들어서면 더 비틀의 남성적인 느낌이 더욱 강하게 전해졌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센터페시아(조작부분) 상단에 장착된 3개의 원형 계기판이었다. 이는 오일 온도, 크로노미터 기능이 포함된 시계, 압력게이지 부스트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스포츠카에 주로 장착되는 보조 원형 계기판들을 통해 남성적인 면을 강조했다. 또 카본 룩이 적용된 대시보드, D컷 형태의 스티어링휠, 알루미늄 페달, 크롬 처리된 도어 트림 등을 통해 역동성을 나타냈다.

폭스바겐 더 비틀 실내 모습(폭스바겐코리아 제공)ⓒ News1

센터페시아에는 6.5인치 터치스크린을 포함한 RNS 510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탑재됐다. 한국 고객을 위해 개발된 이 시스템은 3차원(3D) 리얼 타입의 내비게이션과 30기가바이트(GB) 하드디스크 및 SD카드 슬롯, CD & DVD 플레이어, 블루투스 등을 통해 다양한 멀티미디어 환경을 제공한다. 다만 범용직렬버스(USB) 단자를 포함하지 않은 것은 아쉬웠다. 최근 스마트폰, 태플릿PC, 노트북 컴퓨터 등이 일상화되면서 차량의 USB단자는 필수품이 됐기 때문이다.

전세대 뉴 비틀의 가장 큰 단점은 지나치게 좁은 뒷좌석이었다. 폭스바겐은 더 비틀을 개발하면서 뒷좌석 헤드룸을 10mm 더 확보하고 레그룸(797mm)도 넓혔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실제로 착석해보니 뒷좌석은 여전히 좁았다. 성인 4명이 앉기는 무리였다. 뒷좌석은 가방이나 간단한 짐을 싣기 위한 용도로만 사용하는 게 좋을 듯 싶었다. 트렁크는 310L 용량이며 뒷좌석을 접을시 905L까지 더 확보할수 있다.

실제 주행을 하면서 느낀 점은 '기본기는 확실한 차'라는 느낌이었다. 더 비틀은 2.0 TDI 엔진과 6단 DSG 자동변속기를 장착했다. 2.0 TDI 엔진은 최고출력 140마력, 최대토크 32.6kg.m의 주행성능을 갖췄다. 6단 DSG 자동변속기는 날렵한 주행감각과 연료효율성을 동시에 잡았다. 복합기준 공인연비는 15.4km/l로 높은 효율성을 나타냈다. 실제 주행을 통해 얻은 연비는 공인연비와 비슷한 16km/l 내외였다.

전체적인 주행감각은 날렵하다는 느낌이 강했다. 속도를 많이 낼 수 없는 시내에서도 답답하지 않은 주행감을 제공했다. 특히 차량이 많은 강남대로에서는 재빠르게 차선 변경이나 추월을 할 수 있었다. 시내 연비도 꽤 우수했다. 교통 정체가 심해서 가다서다를 많이 반복했지만 14.8km/l라는 결과를 기록했다. 더 비틀의 진면목은 고속주행에서 드러났다. 시속 100km 이상의 속도에서 전혀 답답한 느낌이 없었다. 6단 DSG 변속기의 빠른 변속 때문에 시속 80~140km의 속도를 자유롭게 오가며 주행할 수 있었다.

단단하게 세팅된 서스펜션도 고속주행에 적합했다. 기존 뉴 비틀이 코너에서 휘청거렸던 반면, 더 비틀은 단단하게 빠져나갔다. 경쟁모델로 꼽히는 BMW미니의 '미니쿠퍼'에 뒤지지 않을 수준의 주행감각이었다. 스티어링휠의 조작도 즉각 반영돼 핸들링도 나쁘지 않았다.

더 비틀은 디자인과 주행감각을 다듬으면서 '팬시카(예쁘기만한 차)'를 벗어난 느낌이다. 공인연비를 뛰어넘는 실주행 연비도 매력적인 부분이다. 하지만 3840만원이라는 적지않은 가격에 맞지 않는 편의사양은 많이 아쉬웠다. 최근 미니쿠퍼가 BMW의 첨단기술을 받아들이면서 진일보한 것을 생각하면, 더 비틀도 한단계 더 발전해야 할 것같다.

rje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