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가벼워진 럭셔리세단 '재규어XJ'

2.0리터 터보 엔진 장착…5미터 넘는 '거구'도 거뜬

재규어 XJ(사진제공=재규어코리아)© News1

(서울=뉴스1) 류종은 기자 = 영국 왕실 차량으로 알려진 '재규어'는 메르세데스-벤츠, BMW 등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와는 다른 차원의 프리미엄을 추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플래그십 모델인 XJ는 '희소성'을 강조하며 경쟁모델과 차별성을 두고 있다.

세계 3대 디자이너로 꼽히는 이안 칼럼 재규어 수석디자이너는 지난 2009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를 통해 뉴 XJ를 선보이며 새로운 패밀리룩을 정립했다. 기존 재규어가 날렵하고 고전적인 느낌을 강조했다면 이안 칼럼의 재규어는 세련된 느낌이 강했다.

재규어는 이번 뉴 XJ를 내놓으면서 엔진 배기량을 낮추는 '다운사이징' 작업을 진행했다. 때문에 길이 5m가 넘는 대형 럭셔리 세단에 2.0리터 터보 엔진도 얹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공차중량도 150kg 이상 감량해 2.0리터 엔진도 거뜬히 주행할 수 있게 만들었다. 최근 '연비'가 차를 고르는 중요한 기준으로 떠오른 요즘, 재규어의 다운사이징은 대형 세단도 효율적일 수 있음을 증명한 것이다.

20일 재규어 XJ 2.0 P LWB를 타고 서울 청담동에서 인천공항을 다녀오는 왕복 130km 코스를 시승했다. 국산차보다 수입차가 많은 청담동에서도, 스포츠 세단·스포츠 쿠페 등이 넘쳐나는 인천국제공항 고속도로에서도 XJ는 각각의 매력을 선보였다.

재규어 XJ 측면(사진제공=재규어코리아)© News1

XJ의 측면은 재규어가 달려나가는 모습을 모티브로 삼아 날렵하게 디자인됐다. 뒷좌석 지붕부터 트렁크로 이어지는 라인은 쿠페의 라인을 닮았다. 뒷모습은 세로로 길게 선을 그은 듯한 테일램프로 깔끔하면서 고급스러움을 나타냈다.

차문을 열고 운전석에 앉아봤다. 갈색과 베이지색 가죽, 천연 나무결이 살아있는 우드트림으로 꾸며진 실내는 지나치다고 느껴질 정도로 고급스러웠다. 특히 문 안쪽부터 대시보드 상단까지 연결되는 우드트림은 한 그루의 나무에서 나오는 목재를 사용해 화려함을 더했다.

센터페시아(조작부분)와 기어박스, 대시보드, 스티어링 휠 등은 갈색 천연가죽으로 덮혀있었다. 재규어는 일반 기어봉과 다른 다이얼 방식의 기어변속기를 장착하고 있다. 재규어는 전진, 후진 등의 주행 상태를 다이얼을 돌리는 방식으로 선택하도록 제작됐다. 기어봉에도 차별화를 둬 '재규어스러움'을 나타내는 것이다.

뒷좌석은 비행기 일등석을 연상케할 만큼 화려했다. 신장 180cm가 넘는 성인 남성이 앉아 다리를 뻗을 수 있을 만큼 넓었다. 또 뒷좌석 등받이 각도를 조절할 수 있고 3단계로 조절 가능한 윙타입 헤드레스트를 적용해 편안한 자세로 탑승할 수 있게 했다.

엔진 스타트 버튼을 누르고 시동을 걸자 클러스트 페시아(계기판)에 속도, RPM, 연료량 등이 표시되는 12.3인치 가상 계기판이 나타났다. 브레이크와 액셀레이터를 동시에 밟자 가상 계기판의 RPM을 나타내는 바늘이 밟는 세기 만큼 움직였다. 고급 세단에 가상 계기판이라는 조합은 조금 이질적이었다. 첨단을 추구하더라도 이런 부분은 아날로그 방식을 그대로 뒀으면 좋았을 것 같았다.

재규어 XJ 인테리어(사진제공=재규어코리아)© News1

이번에 시승한 모델은 최고출력 240마력, 최대토크 34.7kg.m의 힘을 내는 2.0리터 터보 가솔린 엔진을 장착하고 있었다. 차체 크기에 비해 엔진 크기가 작아서 주행이 어렵지 않을까 걱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실제 주행을 하면서 그런 걱정은 '기우(杞憂)'에 불과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

터보 엔진임에도 저속에서는 조용하면서 부드러운 주행감을 제공했다. 특히 가다서다를 반복하는 서울 시내도로에서 울컥거림 없이 잘 달렸다. 시속 80~100km의 속도에서도 엔진음이 거의 들리지 않으면서 경쾌한 주행이 가능했다. 시속 120km를 넘어설 때는 터보엔진 특유의 가속감도 느껴졌다.

인천공항 고속도로에 접어들어서는 가속 성능을 제대로 알아보기 위해 고속주행을 실시했다. XJ는 공기역학성을 고려한 라인을 갖춰 고속주행시에도 바람 저항을 적게 받았다. 2.0 터보엔진은 3.5리터급 이상의 힘을 발휘했다. 같이 달리던 스포츠 세단·쿠페 차량들에 뒤지지 않는 가속력을 갖고 있었다. 시속 180km에서도 흔들림 없이 미끄러지듯 달려나갔다. 독일 프리미엄 세단의 주행감과는 또다른 매력이 있었다.

XJ의 경쟁 모델은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 BMW '7시리즈', 아우디 'A8', 렉서스 'LS시리즈' 등이다. 화려함이나 고급스러움은 한단계 위인 벤틀리와도 견줄 수 있을 정도였다. 과연 영국 왕실의 차량 다웠다.

시승을 마치고 얻은 연비는 공인연비(복합기준 9.2km/l)에 못미친 7.8km/l였다. 이번 코스가 정체가 심했던 시내도로와 고속 주행이 가능했던 고속도로를 번갈아 달린점을 감안하면 실연비에 가까운 수치다. 엔진 다운사이징을 단행했지만 연료효율성은 아직 부족한 감이 있었다.

이처럼 화려하고 잘달리는 XJ 2.0 P LWB의 가격은 1억2190만원이다. 엔진만큼 가격도 합리적으로 변했다. 좀더 고급스러운 모델을 원하는 고객은 3.0 SC 프리미엄 럭셔리 LWB(1억4690만원)를 선택해볼 수도 있겠다.

rje312@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