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전 현대車가 손내밀지 않았다면…"

[뉴스1 창사 2주년 기획] 창조경제 로드맵을 짜자
한국파워트레인의 성공기

한국파워트레인 성서 공장© News1 류종은 기자

"토크 컨버터를 국산화시킨지도 벌써 20년이 지났습니다. 국내에서 유일한 토크 컨버터 생산업체로서, 이제 세계시장 1위에 도전하려고 합니다. 지난 2011년 세계 최초로 전륜 9단 자동변속기용 토크 컨버터를 개발한 것이 그 시발점입니다."

대구광역시 성서공단에 위치한 한국파워트레인에서 만난 신순철 연구소장(전무)은 분주하게 움직이는 연구원들을 바라보며 이렇듯 자신감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한국파워트레인에서 연구개발(R&D)을 총괄하는 신 소장은 '글로벌 1위'를 반드시 꿰차고 말겠다는 각오로 뛰고있다고 했다.

한국파워트레인은 국내 단 하나밖에 없는 토크 컨버터 생산업체다. 토크 컨버터는 자동변속기에 장착되는 동력전달 장치를 말한다. 이 회사가 토크 컨버터를 생산하게 된 계기는 1989년 현대자동차와 '연구 파트너'를 맺으면서부터다. 당시 현대자동차는 토크 컨버터를 국산화시키겠다는 목적으로 회사가 정식으로 설립되지도 않은 한국파워트레인과 연구 파트너 계약을 맺은 것이다. 한국파워트레인의 설립 목적 자체가 토크 컨버터 생산이었던 셈이다.

연구소 형태로 출발했던 한국파워트레인은 지난 93년 정식으로 법인설립되면서 지금까지 토크 컨버터 연구에만 집중했다. 그 결과, 지난 99년부터 13년 연속 흑자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420만대의 토크 컨버터를 생산해 4004억원의 매출을 거뒀다. 토크 컨버터를 국산화한지 20년만에 국내시장을 70% 넘게 차지했고, 이제 명실공히 '글로벌2위' 기업으로 우뚝 선 것이다.

김영일 한국파워트레인 품질경영 전무© News1 류종은 기자

김영일 한국파워트레인 품질경영 전무는 "외환위기(IMF)로 회사가 어려웠을 때도 R&D 투자는 계속했다"며 "기술로 승부하는 기업이 R&D 비용을 줄이는 것은 사업을 포기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성서연구소는 지난 2010년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세계일류기술연구센터로 지정됐는데, 전국적으로 세계일류기술연구센터로 지정된 곳은 5곳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가장 효자상품은 현대차 남양연구소와 함께 개발한 '전륜 6단 자동변속기용 토크 컨버터'였다. 당시 이 제품은 6단 자동변속기를 장착한 쏘나타와 K5, 그랜저 등에 장착되면서 대량 양산되기 시작했고, 덕분에 한국파워트레인의 매출도 급증했다. 김 전무는 "전륜 6단 자동변속기용 토크 컨버터가 양산되면서 2011년 매출액이 처음으로 3000억원을 넘어섰다"고 말했다.

지난해 한국파워트레인은 독일의 자동변속기 생산업체인 'ZF'와 손잡고 2년만에 전륜 9단 토크 컨버터를 세계 처음으로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이 제품은 올해부터 양산되기 시작했는데, 앞으로 8년간 ZF에 280만대를 공급하게 된다. 1조원이 넘는 규모다.

김 전무는 "지금은 현대·기아차 제품공급 비중이 매출의 90%를 차지하지만, 전륜 9단 토크 컨버터를 ZF에 본격 공급하게 되면 현대·기아차 비중은 점차 줄어들게 될 것"이라며 "ZF에 공급이 완료되는 2020년에는 수출 비중이 매출의 절반을 차지하는 1조원대 기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파워트레인 왜관공장 전경© News1 류종은 기자

이처럼 한국파워트레인이 해외시장에서 인기를 얻을 수 있는 것은 '품질'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지난 2009년 현대·기아차로부터 '품질5스타'를 획득했고, 2010년에는 '기술5스타'까지 획득했다. 또 올초에는 현대·기아차에서 인증하는 '품질인증' 등급 중 최고등급인 '그랜드5스타'를 획득했다. 현대·기아차 1차 협력사 중 '그랜드5스타'를 인증받은 기업은 한국파워트레인, 성우하이텍 등 5곳에 불과하다.

'품질5스타'는 해외에서 일종의 '수출보증서' 역할을 하고 있다. 이는 '품질5스타'를 인증받은 협력사들은 현대·기아차에 납품하는 것뿐만 아니라 제너럴모터스(GM)나 폭스바겐 등 글로벌 자동차업체들에도 납품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현대·기아차 협력사들은 지난 2002년 총 3조8000억원의 수출 실적을 기록한 반면 지난해에는 이보다 약 7.2배 늘어난 27조5000억원의 수출실적을 거뒀다.

정희식 현대차그룹 산하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 선임 연구위원은 "한국산 부품을 사용하는 외산 완성차업체들이 늘어나면서 지난해 246억달러를 기록했던 자동차부품 수출액이 2020년이면 2배 가량 커질 것"이라며 "이를 통해 자동차 산업구조의 고도화와 양질의 일차리 창출로 이어지는 선순환 효과 또한 커질 것"이라고 밝혔다.

rje312@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