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쉐보레 트랙스, 외관은 귀엽지만…
힘이 딸리는 1.4리터 터보 가솔린엔진…가격도 성능에 비해 비싼 느낌
한국지엠이 내놓은 쉐보레 '트랙스'는 국내 최초로 '소형SUV'라는 구호를 걸고 등장했다. 야무지면서 귀여운 외관을 갖추긴 했지만, 그것 이상의 특별함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지난 21일 제주국제공항에서 휘닉스 아일랜드 리조트까지 약 100km 거리의 코스를 트랙스 LTZ 모델을 타고 시승했다. 이번 시승코스는 직선, 곡선, 언덕, 정체구간 등이 적절히 섞여 있어 트랙스의 주행성능을 제대로 알 수 있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1.4리터 터보 가솔린엔진을 얹은 트랙스는 향후 출시될 1.7리터 디젤 모델을 위한 '전주곡'에 불과하다는 느낌이었다. 시승하는 내내 '디젤 엔진을 얹었거나 가격이 200만원 정도만 낮게 책정됐다면'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한국지엠이 야심차게 내놓은 1.4리터 터보 가솔린엔진은 힘보다는 '소음'이 더 센 느낌이었다. 1370kg의 차량을 끌고 가기엔 힘에 부쳤다. 복합연비 기준 12.2km/l라는 공인연비도 차량이나 엔진의 크기를 감안했을 때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트랙스의 시판가격은 트림별로 1970만~2289만원으로 책정됐다. 이는 차량의 세그먼트·크기와 가솔린 엔진이 장착된 점을 감안했을 때 결코 '착한가격'이 아니라는 평이다. 결국 회원수가 2만명이 넘던 한 트랙스 동호회는 가격에 실망해 동호회 이름을 '러브 카렌스'로 바꿔버렸다.
트랙스 디자인의 완성도는 높았다. 작은 차체에 곡선이 주로 사용된 외관 디자인은 귀엽다는 평이다. '소형SUV'라는 세그먼트에 잘 어울렸다. 또한 각을 세운 헤드램프, 커다란 라디에이터 그릴 등은 강한 인상을 줬다. 전체적으로 평가한다면, 작고 귀엽지만 야무진 모습이었다.
차체크기는 전장 4245mm, 전폭 1775mm, 전고 1670mm 등이다. 한국지엠이 경쟁모델로 삼은 기이차 '스포티지R'이 전고 4440mm, 전폭 1855mm, 전고 1645mm 등인 것을 감안하면 작다. 실제로 비교해보면 확연한 차이를 느낄 수 있다.
이는 트랙스가 한국지엠의 소형차 '아베오'의 감마플랫폼을 기반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트랙스는 제너럴모터스(GM)의 글로벌 소형 차량이다. 이에 따라 세계 각국의 시장에서 오펠 '모카', 뷰익의 '앙코르'라는 이름으로 판매되고 있다.
차문을 열고 실내로 들어가니 SUV보다는 소형차에 가까운 느낌이 들었다. 특히 뒷좌석은 무릎공간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았다. 신장 175cm 정도의 성인남성이 앉기에도 불편해보였다. 5인승으로 구분되지만 성인 5명이 탈 수 있을 만한 공간은 아니었다. 뒷좌석은 어린이 3명이 타면 꽉찰 듯 싶었다.
트렁크 공간은 SUV차량 치고 너무 좁았다. 한국지엠은 뒷좌석을 접으면 최대 1370리터의 공간이 확보된다고 했다. 하지만 뒷좌석을 다 접고서 짐을 싣고 다닌다면 이 차는 5인승이 아닌 2인승 차에 불과하다. 기본 용량은 300리터도 채 안돼 보였다.
운전석에 앉으니 속도는 디지털 방식으로, RPM은 아날로그 방식으로 표시해주는 클러스터(계기판)가 눈에 들어왔다. 국내 최초로 도입됐다는 이 방식은 간결하게 주행정보를 제공해줬다. 스트어링휠도 적당한 크기에 부드러운 가죽을 사용해 손에 잘 맞는 느낌이었다. 다만 깜빡이를 넣는 레버가 좀 더 길었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남았다.
센터페시아(조작부분)는 여러 수납공간과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공조 시스템 등이 위치하고 있었다. 좁은 실내공간을 보완하기 위해 수납공간을 많이 배치해둔 것은 마음에 들었다. 공조시스템도 버튼을 누르고 돌리고 하면서 조작하기 쉽게 돼 있었다.
마이링크(MyLink)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7인치 풀 컬러 터치 스크린 디스플레이가 스마트폰과 연동돼 전화통화, 음악감상 등의 기능을 제공했다. 또한 내비게이션, 인터넷 라디오 등은 스마트폰의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마이링크로 구동된다.
내비게이션은 '브링고'라는 1만940원짜리 유료앱으로 구동됐다. 마이링크와의 연동성은 상당히 괜찮았다. 다만 앱 자체가 아직 완벽하지 않아 길을 잘 찾지 못해 아쉬웠다.
시동을 걸고 차를 서서히 출발시켰다. 가솔린엔진답게 엔진음이 조용히 들려왔다. 액셀레이터에 얹은 발에 힘을 주자 시끄러운 엔진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속도는 '천천히' 오르고 있었다. 엔진 반응성이 느린 것이다. 한국지엠 측은 터보엔진이 1500RPM 이상에서 제 기능을 발휘한다고 했다. 실제 주행에서는 4000~5000RPM 정도에서 그나마 터보엔진의 성능이 발휘되는 느낌이었다.
연비를 측정하기 위해 정속주행으로 시내구간을 달렸다. 저 RPM을 유지하고 급가속, 급정거를 최대한 배제하며 제주시내 40여km를 돌아다닌 결과 11.4km/l라는 연비가 나왔다. 공인 도심연비(11.1km/l)보다 조금 높게 나왔다. 큰 정체구간이 없었던 현지 상황을 감안하면 실제 서울시내 연비는 10km/l 내외가 될 것으로 보였다.
시내를 벗어나 표선면 오름에 위치한 정석항공관을 향했다. 계속되는 커브길에서 속도를 올리며 코너링과 핸들링을 시험해봤다. 서스펜션이 조금 단단하게 세팅된 덕분에 급커브 구간에서도 쏠림현상이 심하지 않았다. 핸들링 역시 운전자가 원하는 만큼의 각도를 잘 표현했다.
하지만 언덕길에서 힘이 모자란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1.4리터 터보 가솔린엔진은 최고출력 140마력, 최대토크 20.4kg.m의 주행성능을 갖고 있다. 언덕길에서 필요한 것은 높은 토크다. 트랙스가 장착한 터보 가솔린엔진은 토크가 낮아 힘겹게 오름을 올랐다. 토크가 높은 디젤엔진이 절실해보였다.
SUV는 레저, 아웃도어 등과 어울리는 차량이다. 소형SUV라고 하더라도 세그먼트에 걸맞는 주행성능을 갖춰야 한다. 하지만 트랙스는 도심주행에만 적합한 엔진을 얹고 있었다. 향후 출시될 1.7리터 디젤엔진이 기다려지는 이유다.
쉐보레 트랙스의 국내 시판 가격은 △LS 모델 1940만원 △LS디럭스 모델 2150만원 △LT 모델 2090만원 △LT 디럭스 모델 2190만원 △LTZ 모델 2289만원 등으로 책정됐다. 공식 판매는 오는 25일부터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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