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는 스테이블코인 '보상' 논쟁 vs 발행 주체 논의에 발 묶인 韓
스테이블코인 보상 예외 규정 두고 입장차…산업 현장과 맞닿은 논의
韓, 여전히 '발행 주체' 논의만…"중장기적 세부 과제 논의 확대 필요"
- 최재헌 기자
(서울=뉴스1) 최재헌 기자 = 미국이 스테이블코인 보상을 둘러싸고 금융권과 가상자산 업계 간 논쟁을 이어가는 가운데, 한국은 여전히 발행 주체를 둘러싼 논의에만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업 생태계와 직결된 운영 방식 논의가 활발한 미국과 달리 국내 논의는 아직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는 평가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최근 클래리티법(가상자산 시장 구조 법안) 논의 과정에서 스테이블코인 보상 지급 여부를 두고 금융권과 가상자산 업계 간 의견 차이를 보인다.
클래리티법은 가상자산에 대한 미국 규제 당국의 권한을 구분하고, 시장 참여자의 역할을 명확히 하는 법안이다. 지난해 7월 통과한 스테이블코인 법 '지니어스법'과 함께 '가상자산 3법' 중 하나로 꼽히며 미 의회에서 논의가 진행 중이다.
미국 상원이 공개한 클래리티법 수정안에 따르면 가상자산 서비스 제공자는 '단순 보유'한 지급결제용 스테이블코인에 대해 수익을 제공할 수 없다. 다만 △거래·지급·송금·결제 활동 △지갑·플랫폼·애플리케이션(앱)·네트워크 사용 △유동성 또는 담보 제공 △거버넌스 참여 및 스테이킹 등에 대한 보상은 예외적으로 허용된다.
금융권은 이러한 예외 규정이 사실상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보상 제공을 허용하는 것과 다름없다며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가상자산 플랫폼이 이자 성격의 보상을 지급하면 은행 예금이 대규모로 이탈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또 예금을 스테이블코인이 대체하면 은행의 자금 조달 비용이 커지고 신용 창출 여력이 약화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반면 가상자산 업계는 스테이블코인 보상 지급을 금지하면 산업 경쟁력이 위축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탈중앙화금융(DeFi·디파이)의 핵심 구조가 스테이킹(예치)을 통한 보상 메커니즘이라는 점에서 이를 과도하게 제한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미국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베이스는 "나쁜 법안을 갖느니 차라리 없는 것이 낫다"고 밝히기도 했다. 지니어스법이 발행사가 아닌 거래소나 지갑 사업자 등 제삼자 플랫폼을 통한 보상을 열어둔 점도 업계의 주장 근거로 제시된다.
한국도 스테이블코인을 둘러싼 논쟁이 이어지고 있지만 미국과 결이 다소 다르다. 미국이 산업 생태계와 밀접하게 연결된 '보상 구조'를 중심으로 논쟁을 벌이고 있다면, 한국은 수개월째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를 둘러싼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디지털자산 태스크포스(TF)와 업계는 핀테크 기업이 발행을 주도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지만, 한국은행은 은행 중심의 컨소시엄 구조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금융위원회도 지난해 말부터 가상자산 2단계 법안 논의 과정에서 한은 입장을 일부 반영하며 발행 주체 문제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다만 민주당 TF와 금융위가 최근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를 다양화하기로 합의했지만, 당정 협의와 여야 합의를 거쳐야 하는 상황이다.
문제는 발행 주체에 대한 논의가 수개월째 이어지며 미국처럼 운영 방식 등 다른 제도 설계 논의는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종섭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는 "사전적인 위험 관리만 논의할 것이 아니라 어디로 나아갈 것인지 중장기적 방향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며 "풀어야 할 과제에 대한 논의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지분 구조나 인프라 규제는 단기 제도 설계와 중장기 산업 방향의 양 끝단에 있는 이슈일 뿐"이라며 "은행의 예금 기반 신뢰와 유동성 안전망을 활용하면서도 핀테크 기업의 온체인 인프라와 스마트 계약 기반 기술 혁신을 결합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제대로 된 제도 설계를 위해 스테이블코인 시장 신뢰 확보를 위한 담보 자산의 투명성과 유동성 관리에 대한 논의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스테이블코인의 본질적인 과제는 어떻게 신뢰를 확보하느냐에 있다"며 "담보 자산 규모·구성을 투자자들이 실시간으로 확인해 정보 비대칭을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블록체인 정보와 담보 자산 가격을 연동하는 오라클(Oracle) 같은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또 "환급(리뎀션)에 대비한 유동성 규제도 중요하다"며 "미국의 경우 준비금을 1년 미만 단기 국채 등 현금성 자산 중심으로 구성하도록 유도하는데 이는 자본시장 인프라가 뒷받침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스테이블코인 환급 구조에 대한 논의의 필요성도 과제로 꼽혔다. 이 교수는 "환급 여부를 스마트 계약을 통해 자동으로 작동하는 구조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chsn12@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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