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1500원 밑' 하이닉스 ADR 40조 효과…중동 불안은 '변수'

ADR 환전 기대·수출업체 네고·외국인 주식 매수 '삼박자'
1400원대 중반 안착 가능성까지…추세적 하락 '여건'

코스피가 상승 출발하며 7000선을 회복한 22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환판에 전장대비 329.48포인트(4.88%) 상승한 7,077.43을 나타내고 있다. 2026.7.22 ⓒ 뉴스1 이광호 기자

(서울=뉴스1) 서한샘 기자 =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까지 치솟았던 달러·원 환율이 3주 만에 1500원 아래로 내려와 1400원대 후반에 머물고 있다.

시장에서는 SK하이닉스(000660)의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상장으로 조달한 265억 달러(약 40조 원)가 외환시장의 분위기를 바꾼 가장 큰 계기 중 하나였다고 보고 있다. 다만 환율의 추가 하락은 실제 환전 규모뿐 아니라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와 국제유가 흐름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22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달러·원 환율은 지난 2일 1555.8원으로 종가 기준 2009년 3월 이후 약 1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환율은 지난 8일 1498.5원으로 1500원을 밑돈 뒤 한때 재반등했지만 14일 1493.0원으로 다시 내려섰다.

이후 이날까지 6거래일 연속 1400원대 후반에 머물고 있다. 21일에는 1473.4원까지 낮아졌으며 이날은 장중 1483원대에서 움직이고 있지만 여전히 1500원을 밑돌고 있다.

최근 환율 흐름을 바꾼 가장 큰 요소로는 SK하이닉스 ADR이 꼽힌다. SK하이닉스는 지난 10일 미국 나스닥 ADR 상장을 통해 약 265억 달러를 조달했다. 시장에서는 이 자금이 국내 투자 등에 사용되는 과정에서 수개월에 걸쳐 순차적으로 원화로 환전될 것으로 보고 있다.

눈여겨볼 점은 실제 환전보다 '환전 기대'가 먼저 외환시장에 반영됐다는 점이다.

오재영 KB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 ADR 자금이 상당 부분 원화로 환전될 것이라는 기대가 형성되면서 기업과 투자자들의 선제적인 달러 매수 수요가 빠르게 줄었다고 분석했다. 실제 나스닥 상장인 10일과 청약대금 납입일인 14일 이전부터 환율이 하락하기 시작한 것도 향후 달러 공급을 시장이 미리 가격에 반영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ADR 기대에 수출기업들의 네고(달러 매도) 물량도 더해졌다. 수출·중공업체의 환 헤지 물량이 유입되면서 외환시장의 수급도 달러 매도 우위로 기울었다.

외국인이 국내 주식 순매수로 돌아선 점도 원화 강세에 힘을 보탰다. 외국인이 국내 주식을 사기 위해 달러를 원화로 바꾸면서 원화 매수 수요가 커졌다는 분석이다.

관심은 이제 ADR 효과가 어디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에 쏠린다.

KB증권은 환율이 단기적으로 1470~1490원 구간에서 등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여러 차례 지지선 역할을 했던 1480원 선을 밑돌 경우 미·이란 충돌 이전 수준인 1440~1450원대까지 추가 하락도 가능하다고 봤다. 연말에는 환율이 1400원대 중반에 안착할 가능성도 제시했다.

변수는 미국·이란 충돌과 국제유가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달러 수급 여건이 개선됐지만 미·이란 충돌과 국제유가가 환율의 추가 하락을 제한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박 연구원은 "달러 흐름을 좌우할 뚜렷한 재료가 없는 상황에서 이란 전쟁 확전 여부에 따른 유가 추가 상승 여부가 가장 중요한 변수 역할을 할 것"이라며 "미·이란 상호 공세 강화 등으로 전쟁 국면이 장기화할 경우 유가 추가 상승이 불가피하며 이는 달러화 강세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과거와 비교하면 환율의 추세적 하락 여건이 강화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민혁 KB국민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환율은 몇 차례 큰 폭으로 하락했지만 모두 200일 이동평균선 부근에서 막혔다"며 "이번에는 달러 공급 여건이 개선되고 반도체 수출 가격 상승에 따른 교역 조건 개선, 성장 기대까지 더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당분간 200일선 부근 등락이 이어질 수 있겠으나 결국 하향 돌파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며 "이 경우 고환율 기대가 꺾이며 하락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sae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