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최대 뇌관 된 '금리'…외국인 이탈·반도체 쏠림 부추긴다
美 10년물 4.5% 돌파 이후 코스피도 '금리'에 발목
고유가가 부른 고금리…美·이란 전쟁 상황이 변수
- 한유주 기자
(서울=뉴스1) 한유주 기자 = 사상 최고가를 기록하던 증시가 글로벌 국채금리 급등에 발목이 잡혔다. 우리 증시의 취약점으로 지목되는 반도체주 쏠림과 외국인 매도세가 금리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는 분석이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코스피는 3.25% 하락한 7271.66에 마감했다.
외국인은 이날도 코스피를 6조 원 넘게 팔며 9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이어갔다. 이 기간 누적 순매도 규모는 42조 원에 달한다.
최근 외국인 순매도세는 시장금리 상승세가 큰 영향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쟁으로 인한 고유가 장기화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고조되면서 위험자산 선호심리가 후퇴, 미국 등 주요국 국채금리 상승으로 이어졌다.
미 국채 10년물은 나흘째 4.6% 수준을 이어가며 1년 3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30년물 금리도 2008년 이후 처음으로 5%를 넘기며 5.1% 수준으로 올라섰다. 장기채 금리 상승세는 일본과 영국 등으로 퍼지며 금리 충격이 확산하고 있다.
금리 상승에 따른 달러 자산 강세는 환율 상승으로 이어졌다. 지난달부터 코스피가 급등한 이후 차익실현 압력이 거세진 가운데 환율 역시 다시 1500원 선을 돌파하면서 외국인 이탈을 부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달 들어 더 강력해진 반도체주 쏠림도 시장금리 상승세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1분기까지는 조선, 방산, 전력기기 등이 러닝메이트로 반도체 랠리와 동반 상승하는 구조였다면, 최근에는 반도체주에만 강세가 집중되며 시총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상황이 됐다. '팔천피' 신기록을 세웠지만 하락장에서는 반도체주 쏠림이 지수 전체의 급락을 이끌 수 있는 리스크가 커진 것이다.
조선과 방산, 전력기기 등은 수주에서 매출 인식까지 긴 기간이 걸리면서 고금리 상황에선 미래에 벌어들일 돈의 가치가 떨어질 수밖에 없는 업종이다. 반도체 역시 '성장주'로 분류되지만, 최근엔 미래 기대 가치보다도 메모리 초과 수요에 따른 가격 상승세로 주가가 크게 뛴 만큼 상대적으로 금리 영향이 적다는 분석이다.
이민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섹터별 영향도 있겠지만 조선, 전력기기 등이 어닝 리비전이 강한 반도체나 기판 대비 약세를 보이는 것은 수주확보에서 매출 인식까지 2~5년이 걸리는 시차에 따라 할인율 영향을 더 받는 상황으로 보인다"며 "전쟁이 해결되고 유가가 빠져서 금리가 내려가야 시장의 상승 폭이 더 넓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증권가에선 코스피의 강력한 펀더멘털을 근거로 금리 변수만 걷히면 다시 강세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압도적이다.
문제는 금리 변수가 언제쯤 꺾일지다. 고금리 기조가 이어진다면 조정 국면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상당하다. 전쟁 장기화에 따른 고유가 국면이 금리 상승을 이끌었기 때문에 미국과 이란의 종전과 유가 안정세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금리는 모든 자산의 '중력'이기 때문에 지금 같은 고물가 시대와 증시 버블 국면에선 더욱 가볍게 봐서는 안 된다"며 "지난 120년 동안 3번의 증시 버블 붕괴는 모두 금리상승이 촉발했기 때문에 버블국면 후반부에는 모든 신경을 금리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날 예정된 엔비디아의 실적 발표와 삼성전자의 총파업 이슈가 분위기를 환기하는 단기 변곡점이 될 것이란 전망도 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5월 이후 주요국 증시는 반도체 등 AI주가 만들어낸 신고가 랠리를 누리며 매크로와 지정학 불확실성에 대한 민감도가 낮아졌지만 미국 10년물 금리가 4.5%를 돌파하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며 "엔비디아가 시장의 눈높이를 충족하는 결과를 제공할 경우 매크로 불확실성에 종속된 주식 시장의 분위기를 환기시켜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why@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