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널리스트의 반성 "'원화 약세+코스피 상승'은 처음…환율 전망 엇나가"
"유럽·일본 영향 간과…서학개미 영향도 생각보다 컸다"
'국장 탈출은 지능순' 시대 끝나간다…내년 달러 약세 전망
- 문혜원 기자
(서울=뉴스1) 문혜원 기자 = 신영증권(001720) 리서치센터가 올 한 해 엇나간 증시 전망에 대한 반성문을 써냈다. 올해 전망에서 가장 크게 엇나간 부분으로 달러·원 환율을 꼽았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과 같은 소속 연구원 15명은 30일 '2025년 나의 실수'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공개했다. 지난 2022년부터 매년 말 발간된 신영증권의 자기반성적 보고서는 올해로 4년째다.
김 센터장은 올해 환율 전망에 실패한 원인으로 "유럽과 일본의 재정 및 정책변화가 가져올 파급효과를 간과했고 한국인들의 미국 주식 편애가 환율에 미친 영향도 예상보다 컸다"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를 되돌아보면 주가가 예상보다 많이 올랐다는 사실보다는 '원화 약세'와 '코스피 상승'이라는 조합이 당혹스러웠다"며 "역사적으로도 코스피의 추세적 상승 국면에서 원화가 약세를 나타냈던 경우는 없었기에 더 곤혹스러웠다"고 했다.
그러면서 "2025년 강세장을 전망했던 논거는 '지배구조 개선'과 '달러 약세'에 따른 비달러 자산으로서의 한국 주식에 대한 선호 개선이었는데, 지배구조 개선은 예상대로 진행됐지만 환율 전망은 크게 어긋났다"고 인정했다.
앞서 김 센터장은 △연준의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하 △트럼프 행정부의 감세정책에서 비롯될 재정적자 △미국의 대외불균형(무역수지 적자)을 완화하기 위한 약달러 유도 등을 근거로 달러 약세를 전망했다. 실제로 달러인덱스는 연초 고점 대비 약 11% 하락세를 나타냈지만 원화가 달러보다 더 약했다.
김 센터장은 "올해 원화가 약세를 나타냈던 이유를 복기해 보면 상반기보다 하반기에 달러 약세를 이끌었던 대외적 요인들이 약해졌다"고 짚었다.
이어 "미국의 재정적자가 부각되는 국면에서 프랑스와 영국의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동시에 부각되면서 유로화와 파운드화의 강세 기조가 주춤해졌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10월에 출범한 일본 다카이치 내각이 아베노믹스를 계승할 것이라고 천명하면서 엔화가 급격한 약세로 돌아섰다"며 "원화는 유로와 파운드, 엔화의 움직임에 동조화되는 경향을 나타냈다"고 했다.
대내적인 원인으로는 '서학개미'의 공격적인 투자를 꼽았다. 김 센터장은 "대미 무역 협상 결과 향후 10년간 연간 최대 200억 달러를 미국에 투자해야 한다는 부담과 한국인들의 미국 주식 투자 확대가 원화 약세를 부추겼다"고 진단했다.
이어 "대미 투자 200억 달러는 미래의 달러 유출에 대한 우려였고, 미국 주식 투자 확대는 당장의 부담으로 작용했다"고 부연했다.
신영증권에 따르면 미국 재무부에서 집계한 한국 국적 투자자들의 올해 9월까지 미국 주식 순매수 규모는 532억 달러로, 일본(282억 달러)과 대만(115억 달러)보다 훨씬 컸다.
신영증권은 올해 환율 전망은 어긋났지만 내년에도 달러 약세 의견을 유지하기로 했다. 김 센터장은 "미국의 대외불균형 완화를 위한 도구가 '관세'에서 '환율'로 바뀐다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 넘게 강세를 나타냈던 달러화는 장기 약세로 반전되는 변곡점에 도달하지 않았나 싶다"고 했다.
이어 "순환적인 요인을 고려해도 환율은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며 "2026년에는 지난 3년간 확대됐던 한국과 미국의 성장률 격차가 확연히 축소될 가능성이 높고 한미 금리차 역시 축소되고 있다"고 했다.
아울러 "올해 한국 증시가 미국 대비 큰 폭의 초과수익을 기록했다"며 "장기 박스권에 머물렀던 한국 증시를 떠나 미국으로 향했던 '국장 탈출은 지능순'이었던 시대가 끝나가고 있다는 점도 환율의 하락 반전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다"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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