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뒤흔드는 '서학개미'…해외투자 230조 굴리는 '큰손'
국장 팔고 미장 매수로 달러 강세 부추겨…환율 시장 변수로 부상
서학개미, 미장 투자 확대 지속…외환당국은 대응 착수
- 신건웅 기자
(서울=뉴스1) 신건웅 기자 = 달러·원 환율이 1470원대에 머물며 고환율이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서학개미'가 환율 시장을 움직이는 핵심 변수로 주목받고 있다. 과거 무역과 수출 흐름이 환율을 좌우했다면, 이제는 매일 아침 9시에 몰리는 서학개미의 달러 수요가 환율을 흔드는 시대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25일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 대비 4.7원 내린 1472.4원으로 마감했다. 장중 1477.0원까지 오르며, 심리적 마지노선인 1500원선을 위협했다.
앞으로도 서학개미발(發) 환율 압박은 이어질 전망이다. 투자 규모가 지속해서 불어나면서 달러 수요가 계속 늘고 있기 때문이다.
26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21일 기준 해외주식 개인투자자 보관금액은 1564억 8011만 달러(230조 8238억 원)에 달한다. 지난해 말 보관금액(1215억 4303만 달러)보다 28.74%나 늘었다.
서학개미가 가장 많이 보유 중인 테슬라 주식은 245억 4569만 달러(36조 1680억 원)규모로, 시총 17위인 한화오션(34조 6247억 원)보다 규모가 크다.
한국은행이 집계한 3분기 대외금융자산 규모도 2조 7976억 달러로 전 분기 대비 1158억 달러 늘었다. 미국 주가 상승과 서학개미 투자 열풍 등으로 증권투자가 890억 달러 확대된 것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서학개미의 해외투자가 급격히 불어나면서 단순한 자산 선호를 넘어 달러·원 환율에도 실질적 영향을 주는 수준에 도달했다. 서학개미가 미국 주식에 투자하려면 환전이 먼저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달러 수요 확대로 이어져, 원화 약세와 달러 강세를 부추긴다. 달러 강세의 중요 요인 중 하나인 셈이다.
이에 외환당국은 지난 21일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 등 9개 대형 증권사 외환 담당자들을 모아 비공개회의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서학개미의 해외주식 결제 수요가 다음 날 오전 9시에 집중되는 것을 분산해 줄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9시에 서학개미 환전 수요가 집중되면서 장 초반 달러·원 환율을 급등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봤기 때문이다.
다만 증권사들은 난색을 표했다. 시스템을 변경해야 하는데, 이마저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서학개미의 환율 리스크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주식에 대한 투자심리가 식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개인투자자는 국내 시장에서 9조 억 원을 팔고, 해외 시장에서 42조 2816억 원을 담았다. 이러다 보니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개인'은 VIP 고객이 된 상태다.
특히 올해 누적 순매수액은 287억 249만 달러(42조 2816억 원)로, 지난해 연간 순매수액 101억 183만 달러(14조 8810억 원)보다 184.13%나 증가했다. 역대 최대 규모다. 산업통상부가 집계한 지난달 수출액(595억 7000만 달러)의 절반에 육박한다.
전문가들은 서학개미가 단순한 투자 행동을 넘어 장기적으로 한국 경제·자본시장·환율·수급 구조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축으로 자리 잡았다고 평가했다.
윤여철 유안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개인·기관·연기금까지 전 경제주체의 해외투자 확대가 상시적인 달러 수요를 만드는 구조적 변화가 핵심 요인으로 자리 잡고 있다"며 "고환율이 과거처럼 일시적 외채 리스크가 아닌 자본 유출 구조가 고착화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달러화 가치 상승과 국채 발행 등 펀더멘탈 요인에 서학개미까지 영향을 미치면서 달러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며 "서학개미 투자는 지속해서 늘어날 것이기 때문에 환율 불안도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외환당국은 환율 안정을 위한 총력 대응에 나섰다. 기획재정부와 보건복지부, 한국은행, 국민연금이 해외투자 확대 과정에서의 외환시장 영향 등을 점검하기 위한 4자 협의체를 구성해 지난 24일 첫 회의를 진행했다.
ke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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