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이 키운 '꿈의 사천피'…인플레 '경고등'[MAGA發 K스톡랠리]⑥
달러약세 위해 금리인하 압박한 트럼프…유동성 랠리 가속화
커지는 인플레 압력…통화·재정 확장 기조는 증시에 호재
- 한유주 기자
(서울=뉴스1) 한유주 기자
"강달러는 미국 제조업체에 재앙이다."
지난해 4월 재집권을 준비하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SNS를 통해 밝힌 말이다. 트럼프 2기에서도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기 위해' 달러 약세를 사실상 용인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실제로 다시 돌아온 트럼프 대통령은 중앙은행인 연준(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을 공개적으로 흔들고 금리 인하를 밀어붙였다. 결국 연준은 지난 9월과 10월 두 차례 기준금리를 인하했고 '유동성 랠리'가 가속화됐다. 코스피 역시 그 덕에 사상 최고치 경신에 이어 4000포인트 문턱을 단숨에 뛰어넘는 '새 역사'를 기록했다.
하지만 인위적 관세로 인한 인플레이션 압력은 내년부터 본격화할 것이란 전망이다. 연준 인사들 역시 인플레이션을 우려하며 금리 인하에 '신중론'으로 돌아섰다. 'MAGA'(Make America Great Again)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과 금리 정책은 코스피의 변동성을 자극할 잠재 리스크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재집권한 트럼프 대통령은 곧바로 '연준 흔들기'에 나섰다. 올해 1월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연준이 금리 동결에 나서자, 트럼프 대통령은 곧바로 제롬 파월 의장을 공개 저격했다. 기준금리 인하로 무역불균형을 해결할 수 있다던 트럼프 대통령은 파월 의장의 해임까지 거론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결국 백기를 든 연준은 물가 리스크에도 고용 지표 악화를 이유로 지난 9월부터 금리 인하 기조에 들어섰다.
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지며 코로나 이후 이어져왔던 유동성 랠리를 자극했다. 미국을 포함한 각국의 확장재정으로 풀린 막대한 자금이 '인공지능(AI)'이란 촉매를 만나 증시에 불을 붙였다. 미국의 3대 주가지수, 비트코인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안전자산인 금까지 함께 오르는 '탈 교과서적' 현상까지 나타났다. 이른바 '에브리싱 랠리'다.
코스피 역시 외국인 자금이 물밀듯이 들어오며 혜택을 봤다. 트럼프 행정부의 오락가락 관세 정책에 '셀(sell) 아메리카'까지 겹치며 신흥국 시장에 관심이 몰린 결과다. 외국인 투자자는 올해 10월까지 6개월 연속 국내 주식을 순매수하며 '꿈의 사천피'를 이룬 일등공신이 됐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최근 상승의 가장 큰 원인은 달러 약세에 대한 우려"라며 "지난 10~15년간 금융자금의 상당수는 미국으로 쏠렸고 한국에서도 기관과 개인이 미국 주식 비중을 늘리며 열을 올렸지만 최근 달러 약세에 대한 우려가 나타나며 글로벌 자금 흐름 변화를 만들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흐름에 잠시 브레이크를 건 것은 연준이었다. 시장에선 12월 FOMC에서의 금리 인하를 당연한 수순으로 내다봤지만, 연준 인사들이 매파적으로 돌아서며 금리 인하 기대가 한풀 꺾였다.
관세발 인플레이션 우려가 확산하면서다. 앞서 미국의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3%대로 올라서며 지난 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식료품 가격이 크게 오르며 트럼프 대통령은 커피, 소고기, 바나나 등 200여 개 품목에 대한 관세를 철회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관세 부담이 소비자에게 전가돼 인플레이션으로 나타나는 현상이 본격화한 것이다. 미국 연방정부의 셧다운 사태로 10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아예 공개되지 않을 수도 있어 시장의 불확실성은 더 커진 상황이다.
김 본부장은 "관세는 결국 소비자가 내는 세금으로 다만 실제 '가격 전가'까지 시차가 존재할 뿐"이라며 "가격 전가가 본격화하는 시기는 소비수요가 회복되는 시기와 맞물리며 이 시기는 내년 하반기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금리 인하 기대가 한풀 꺾이며 증시에는 악재가 됐다. 외국인 투자자는 이달 들어 보름간 코스피를 9조 원 넘게 팔아치우며, 2000년 이후 역대 3위 순매도 규모를 기록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12월 열릴 미국 FOMC를 앞두고 금리 인하 기대가 약화하면서 통화완화 기대감이 후퇴했다"며 "지급준비금 감소와 단기 유동성 경색 우려가 부각되면서 투자심리가 일시적으로 위축됐다"고 분석했다.
물론 금리 인하 기대감이 이대로 끝이 난 것은 아니다. 시장에선 12월 FOMC에서 금리가 동결될 경우 내년 1월 회의에서 인하될 가능성이 부상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보호무역과 국가자본주의가 확산하며 각국의 확장 통화·재정 기조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과 중국 역시 최근 갈등을 봉합하긴 했지만 미국의 희토류, 중국의 AI반도체 자립을 위한 '시간끌기' 전략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김영일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미중 휴전 기조는 상호 교육 의존도 축소 과정에서 AI반도체와 희토류 등 민감 교역품에 대한 대체 공급망 구축까지의 시간 확보를 위한 것으로 판단한다"며 "두 국가 중 한 곳이 대체 공급망을 형성할 경우 양국의 공급망 분절이 더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다만 이 경우 '탈 아메리카'와 확장적인 통화·재정 기조가 국내 증시에는 호재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김 센터장은 "현재 미국 중심주의는 교역망 통합이 아닌 교역망이 분절되는 형태로 생산비용 증가와 글로벌 GDP가 감소할 우려가 상존한다"며 "다만 이런 상황에서 경제 성장을 유지하기 위한 글로벌 주요국의 통화와 재정정책이 동시에 확장적인 폴리시믹스 모멘텀은 한국 기업과 증시에 호조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 역시 "글로벌 투자자들이 장기적으로는 달러 약세에 대한 우려를 갖고 있다고 판단한다"며 "지난 1986~89년과 2003~07년처럼 달러 약세는 '밸류에이션 리레이팅'을 통해 한국 증시 상승장을 이끈 전례가 있어 달러 약세가 장기적으로 이어진다면 이번에도 한국 증시의 추세적 상승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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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마가(MAGA)'의 꿈이 K-증시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기술 경쟁력과 생산 인프라를 갖춘 한국 기업이 미국의 'MAGA 파트너'로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MAGA발(發) 증시 호황의 기회와 위기를 조명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