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만전자' 되찾아 '코스피 형님' 체면 살린 삼성전자[종목현미경]

엔비디아 납품 보도 이후…외국인, 삼성전자 사고 SK하이닉스 팔고
"엔비디아 납품 가시화로 내년 HBM 점유율 30% 상회할 것"

삼성전자 서초사옥. 2025.7.28/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서울=뉴스1) 한유주 기자 = 삼성전자(005930)가 정규장 거래에서 4년 9개월 만에 주가 9만원대를 돌파했다. 주가 상승의 걸림돌이었던 엔비디아 고대역폭메모리(HBM) 납품이 가시화됐다는 소식 이후 랠리를 이어오다, 챗GPT 개발사 오픈 AI와의 협력 소식에 상승 폭을 더 키웠다. 역대급 상승장 속에서 SK하이닉스에 밀렸던 '시가총액 1위'의 존재감을 되찾았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일 삼성전자는 3.49% 상승한 8만9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에는 9만300원까지 급등했다.

삼성전자는 앞서 지난달 23일 넥스트레이드 프리마켓에서 9만1000원을 찍기도 했지만, 정규장에서 주가 9만원대를 넘은 것은 지난 2021년 1월15일(장중 9만 1800원) 이후 약 4년 9개월 만에 처음이다.

가파른 주가 상승에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은 하루 만에 22조 원 넘게 증가했다.

상승장을 이끈 건 삼성전자를 15일 연속 순매수한 외국인 투자자다. 외국인 투자자는 이날도 삼성전자를 1조7200억 원어치 순매수하며 전 종목 중 가장 많이 샀다. 1조원이 넘는 순매수는 지난달 26일 이후 처음이다.

이날 랠리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오픈AI의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에 협력한다는 소식 덕분이었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 방한에 맞춰 양사는 오픈AI의 AI데이터센터 건설 프로젝트 '스타게이트'에 고성능 메모리 반도체를 공급하기로 협약했다. 오픈AI는 두 기업에 월 90만장의 웨이퍼 생산을 목표치로 제시했는데 이는 양사의 기존 D램 웨이퍼 투입량 만큼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또 SK는 전남에, 삼성전자는 포항에 오픈AI와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기로 했다.

역대급 호재에 SK하이닉스(000660)도 장중 40만4500원까지 올라 사상 최초로 주가 40만원대를 돌파했다. 이날 하루만 10% 가까이 급등하며, 시가총액도 28조원 증가했다.

상승세는 SK하이닉스에 못 미쳤지만, 삼성전자로서는 그간 구겼던 체면을 살린 순간이었다.

지난 6월부터 시작된 코스피 랠리 기간 삼성전자는 SK하이닉스만큼의 강세를 보여주지 못했다. 6월부터 8월까지 SK하이닉스 주가가 32% 오를 때, 삼성전자는 24% 상승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지난달부터 상황이 반전됐다. 엔비디아의 HBM 품질 테스트 통과 보도가 나온 지난달 22일 이후 삼성전자가 그간의 상대적 약세를 만회하면서다. 외국인도 이번엔 삼성전자에 베팅했다. 15거래일 연속 삼성전자를 사들인 외국인은 지난달 22일부터 2일까지 3조8920억 원어치 순매수한 반면 SK하이닉스는 5300억 원어치 순매도했다.

시가총액 격차도 다시 벌렸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 보도 직전 거래일인 지난달 19일 삼성전자 시가총액의 61%까지 따라왔다가 이달 2일에는 54%로 격차를 넓혔다. SK하이닉스의 독주가 지속됐던 지난 6월 말(60%)과 비교해도 많이 벌어졌다.

증권가 전망도 밝다. 엔비디아 납품을 시작으로 HBM 시장 점유율을 늘리고, 파운드리와시스템LSI 등 비메모리 부문의 업황 개선세까지 대입하면 올라갈 일만 남았다는 분석이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올해 2분기 삼성전자의 HBM 점유율은 17%로, SK하이닉스(62%)와 마이크론(21%) 점유율을 하회하는 수준"이라며 "엔비디아 HBM3E 12단 공급 가시화와 6세대 HBM(HBM4) 신규 공급 가능성 확대, 미국 빅테크 업체의 주문 증가 등의 영향으로 2026년 삼성전자의 글로벌 HBM 점유율은 30%를 상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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