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판 막차 탔는데 코스피 폭등"…단기납 종신보험 가입자들 '눈물'

단기납 종신보험, 2023년 '절판' 기승…해지환급금, 납입 보험료 20% 수준

28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종가가 표시되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43.41포인트(0.53%) 내린 8185.29, 코스닥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8.77포인트(2.54%) 하락한 1104.36에 거래를 마쳤다. 2026.5.28 ⓒ 뉴스1 김도우 기자

(서울=뉴스1) 박재찬 보험전문기자 = # 30대 남성 A 씨는 종신보험 해지를 두고 고민에 빠졌다. 최근 주식시장 호황으로 보험보다 주식 투자 수익률이 더 높아 보이지만, 이미 납입한 보험료 손실이 커 쉽게 해지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A 씨는 2023년 7월 월 보험료 50만 원 수준의 5년납 단기납 종신보험에 가입했다. 이번달 기준 총 1150만 원의 보험료를 냈지만, 지금 계약을 해지할 경우 돌려받을 수 있는 해지환급금은 약 280만 원에 불과하다. 반면 계약을 유지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앞으로 3년간 보험료를 더 납입해 총 3000만 원을 채우고, 이후 5년 정도 계약을 유지할 경우 오는 2033년에는 최대 4500만 원 수준의 해지환급금을 받을 수 있다.

결국 A 씨는 지금 단기납 종신보험을 해지하면 큰 손실을 감수해야 하고, 반대로 계약을 유지하면 수년간 자금이 묶이는 상황이다.

2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전체 생명보험사의 지난해 말 기준 종신보험 신계약 보험료는 57조 8029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75% 감소했다. 같은 기간 계약 건수는 2만 37건으로 7.7% 줄었다.

종신보험 신계약은 최근 5년 사이 가장 높은 판매를 기록했던 2023년 이후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2023년 말 생보사 종신보험 신계약 보험료는 65조 4620억 원으로 전년인 2022년 말 대비 33.2% 높고, 지난해 말과 비교해도 13.3% 높은 수준이다.

지난 2023년 종신보험 신계약이 많았던 이유는 단기납 종신보험 절판 영향이 크다.

단기납 종신보험은 5년 만기 또는 7년 만기 이후에도 10~20년까지 보험계약을 유지하면 납입한 보험료보다 더 많은 해지환급금을 돌려주는 상품이다. IFRS17 도입 이후 보험사들의 대표적인 CSM 확보 상품으로 판매가 급증했다.

단기납 종신보험은 보장성상품임에도 불구하고 '고금리·고환급'만 강조되며 저축보험처럼 판매됐고, 결국 금융당국은 제재에 나섰다.

금감원은 단기납 종신보험의 납입완료 시 환급률을 100% 이하로 제한하고, 납입 종료 후 지급되는 유지보너스도 금지해 환급률을 낮췄다. 또 종신보험이 저축성보험으로 오인돼 판매되지 않도록 보험사와 GA의 내부통제도 강화했다.

금융당국의 규제가 예고되자 보험영업 현장에서는 절판 마케팅이 기승을 부렸다. 일부 보험사와 GA의 보험설계사들은 "좋은 상품이 없어지기 전에 '막차'를 타야 한다"며 적극적으로 판매에 나섰다. 실제 단기납 종신보험은 목돈 마련, 자녀 교육자금, 노후 준비 등을 위한 상품으로 둔갑해 판매됐다.

종신보험이 저축성보험으로 둔갑해 판매됐던 만큼 가입금액도 컸다. 당시 5~7년치 보험료를 한 번에 납입하는 일시납 가입자가 많았고, 예금·적금 등 저축자금은 물론 투자 자금까지 단기납 종신보험 보험료로 납입하는 경우도 많았다.

금융당국의 규제가 예고된 2023년 6월부터 9월 사이 종신보험 신계약은 49만 6916건으로 50만 건에 육박했고, 신계약 보험료는 17조 3670억 원을 기록했다. 물론 종신보험 신계약이 모두 단기납 종신보험으로 볼 수는 없지만, 그중 단기납 종신보험의 비중이 상당히 큰 것으로 알려졌다.

단기납 종신보험이 높은 환급률을 지급할 수 있는 이유는 무·저해지보험의 상품구조를 이용했기 때문이다. 보험상품은 이율, 사업비, 손해율, 해지율 등 다양한 요인을 고려해 개발되는데, 무·저해지보험은 그중 예상해지율을 조정해 납입기간과 납입완료 여부에 따라 해지환급금을 조정한 상품이다.

단기납 종신보험의 납입 완료 전 해지환급률은 납입보험료의 40% 수준이고, 계약 초기인 3년 차까지는 20% 수준에 불과하다.

문제는 가입자들의 자금이 묶여 있는 사이 주식시장이 급등했다는 점이다.

단기납 종신보험 가입자들이 5~7년 동안 목돈이 묶여 있는 사이 코스피는 폭등했다. 2023년 7월 3일 코스피 종가는 2602포인트(p)에 불과했지만, 최근에는 8200선까지 돌파하기도 했다. '국민주'로 불리는 삼성전자의 경우 2023년 7월 3일 종가 기준 7만 3000원에서 최근 30만 원 선을 넘어서기도 했다.

이에 일부 가입자들은 해지환급금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단기납 종신보험을 해지해 주식에 투자에 나서고 있다. 보험금 손해에도 주식 투자 수익률이 단기납 종신보험 환급률보다 더 높다고 판단한 것이다.

올해 2월 기준 생명보험사의 해지환급금은 8조 4778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6% 증가했다. 해지환급금 규모는 IFRS17이 도입된 첫해인 2023년 말 45조 3343억 원을 기록한 이후 감소 흐름이 이어져 왔지만, 지난해 말과 올해 초를 기점으로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한 대형 GA 관계자는 "종신보험은 장기간 보험료를 납입하고 미래의 리스크를 보장받는 상품이지 저축이나 투자를 목적으로 한 상품이 아니고, 수천만 원의 보험료를 납입해야 하는 만큼 가입에 신중해야 한다"며 "자금력이 있는 가입자들에게 단기납 종신보험이 나쁜 상품은 아니지만, 이 상품이 '목돈 마련' 식으로 젊은층과 고령층에게 무분별하게 판매됐다는 점에서 문제가 된다"고 말했다.

jcppar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