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잡 보험설계사' 바람…AI 앞에선 '어쩔수가 없다'[영화in보험산책]

영화 '어쩔수가없다' 재취업을 갈망하는 만수와 실직자들의 이야기
'N잡 보험설계사' 배경은 '디지털화'..."전문가만 살아남는다"

영화 어쩔수가없다 포스터

(서울=뉴스1) 박재찬 보험전문기자 = 지난해 9월 개봉한 영화 '어쩔수가 없다'가 29일 넷플릭스에 공개됐다. '어쩔 수가 없다'는 제지회사에서 해고된 '만수'(이병헌)의 재취업을 위한 여정을 그린다.

25년 경력의 제지 전문가 '만수'(이병헌)와 아내 '미리'(손예진), 두 아이, 반려견들과 함께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 하지만 어느 날 만수는 회사로부터 해고 통보를 받는다. '다 이루었다'는 생각이 들 만큼 만족스러운 삶을 살아온 만수는 해고 통보에 괴로워하고, 가족을 위해 석 달 안에 반드시 재취업하겠다고 다짐한다.

그러나 만수는 1년 넘게 면접장을 전전하고 급기야 어렵게 장만한 집마저 빼앗길 위기에 처하고, 만수의 가정이 휘청인다. 절실했던 만수는 '문 제지'라는 회사를 찾아가 이력서를 내밀어보지만 반장 앞에서 굴욕을 당한다.

만수는 "나를 위한 자리가 없다면, 내가 만들어서라도 취업에 성공하겠다"고 결심하고, 만수는 위험한 재취업 프로젝트를 실행에 옮긴다.

영화 '어쩔 수가 없다'는 인원 감축 등으로 직업을 잃은 사람들과 같은 업종으로 재취업을 갈망하는 만수와 실직자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수십 년을 제지 관련 업종에 종사한 경쟁자들을 제치고 취업에 성공한 만수는 결국 자동화된 공장에서 AI 로봇과 마주하게 된다. 최근 AI(인공지능) 등 기술이 발달하면서 보험업계에는 'N잡러' 바람이 불고 있다.

'N잡 보험설계사'는 시간과 장소, 영업 실적에 대한 부담 없이 개인의 일정에 맞춰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으며, 온라인 기반 운영을 통해 직장인, 프리랜서 등 다양한 N잡러들이 보험설계사 활동에 더욱 쉽게 참여할 수 있다.

가장 최근 손해보험업계 1위사인 삼성화재가 'N잡크루'를 출범시켰고, KB손해보험은 2021년부터 N잡러 설계사 조직 'ZIP(집)'을 운영하고 있으며, 롯데손해보험은 2023년 12월 모바일 영업 지원 플랫폼 '원더'를 선보였다. 메리츠화재는 2024년 3월에 출범한 '메리츠파트너스'를 운영하고 있다.

손보사들이 N잡 설계사 조직을 구성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저렴한 사업비로 많은 전속 설계사를 영입할 수 있고, 이들을 통해 단기 소액이지만 다수의 보험 계약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N잡 설계사 조직은 초기 시스템 구축 및 운영 비용을 제외하면 기존의 전속 설계사 조직보다 사업비를 크게 줄일 수 있다. 전속 설계사 조직은 임대료, 교육비, 정착 비용 등 각종 사업비 및 고정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N잡 설계사 유입 증가가 보험 설계사 진입 장벽을 낮춰 전문성 저하와 불완전 판매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우려에도 손보사들이 N잡러 보험설계사 조직을 자신 있게 꾸릴 수 있는 배경에는 보험 전 과정의 디지털 전환이 있다.

보험사들은 설계사 모집·교육부터 가입 설계, 언더라이팅, 보험금 지급 심사, 고객 상담까지 보험 전 과정을 디지털화하고 있다. 보험사는 디지털화를 통해 설계사의 판매 과정은 물론 고객의 보험료 청구 및 보상 절차까지 모니터링할 수 있다.

보험사들은 이미 수십 년 전부터 디지털 전환에 적극 나섰고, 일부 보험설계사들은 감축 등의 위기감을 느끼기도 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보험사의 디지털 전환의 가속화와 별개로 보험설계사 조직은 수와 형태가 더 다양해졌다.

대표적인 대면 채널 조직인 보험사의 전속 설계사와 GA 설계사의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으며, 기존 텔레마케팅(TM) 채널도 여전히 건재하고 최근에는 카카오톡으로만 보험영업을 하는 조직도 생겼다. 무엇보다 이들 설계사들은 각종 플랫폼을 활용해 보험 계약과 상담이 진행하고 있다.

물론 이미 포화된 국내 보험 시장에서 보험설계사 조직에 대한 낙관은 어려운 상황이다. 언제, 어떤 계기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가까운 미래에 보험사들과 GA들은 보험설계사를 큰 폭으로 줄일 것으로 보인다. 보험설계사 조직을 운영하는 데는 임대료, 교육비, 정착 비용 등 각종 사업비 및 고정비용이 발생하므로 그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보험설계사가 완전히 사라질 것으로 전망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 전문성을 갖춘 일부 보험설계사들은 살아남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한때 '보험 아줌마'로 불리던 보험설계사는 2000년대 초반 외국계 보험사들과 함께 대졸 출신의 재무설계사 조직으로 탈바꿈했으며, 최근에는 인공지능 보조형 전문직으로 진화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앞으로도 보험설계사는 고령화 시대에 발맞춰 의료, 돌봄, 상속, 세무 등과 연결된 전문성을 갖춘 전문가로 진화할 것으로 보인다.

jcppar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