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다 민원' 보험업권, 상품 설계 책임 강화…원스톱 소비자보호 체계 구축

금감원,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 위한 '금융소비자보호 개선 로드맵'
보험계리감리팀 신설, 보험부채 평가 정교화 및 상품 경쟁 환경 조성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생명보험교육문화센터에서 열린 보험회사 CEO와의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2025.9.1/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서울=뉴스1) 박재찬 보험전문기자 = 앞으로 보험사 상품 설계 단계에서 소비자보호 및 내부통제 관련 책임·권한이 강화된다.

지난 22일 금융감독원은 설계·심사부터 판매·사후 관리까지 금융상품 전 생애주기에 걸친 단계별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를 위한 '금융소비자보호 개선 로드맵'을 발표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분쟁 민원 중 보험 분쟁은 2023년 88%, 2024년 73%, 올해 1~10월 88% 등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이에 금감원은 이번 조직개편을 통해 보험 부문을 금융소비자보호처로 이관하면서 상품심사 담당부서가 상품의 사후적 문제(분쟁)까지 책임질 수 있도록 대대적인 변화를 추진한다.

보험상품감리팀, 생손보 2개팀으로 확대…보험사 상품 설계 책임성 강화

금감원은 기존 '보험감독국·보험계리상품감독국'을 통합·재편해 상품심사부터 분쟁조정·검사까지의 전과정을 책임지게 하고, 신속·일관되게 관리하는 원스톱 소비자보호 체계를 구축한다.

우선, 보험상품에 대한 심사·감리 강화를 위해 기존의 보험상품감리팀을 생명보험상품팀, 손해보험상품팀 2개팀으로 확대 개편한다. 또 상품 설계시 보험사의 책임성을 강화하고, 사후감리를 통해 소비자 피해 예상시 신속 조치하는 등 사전예방적 상품감독 기능을 강화한다.

지난 2015년 10월 보험상품 규제 완화로 상품규제 체계가 사전 신고에서 사후감리 중심으로 전환(상품개발 자율성 확대)됐다. 하지만 보험사의 단기성과 극대화를 위해 소비자 보호 관점에서의 충분한 상품검증 없이 상품을 출시하면서 불완전판매와 시장 혼선 지속돼 왔다.

이에 따라 보험상품 설계 단계부터 위험 검토, 약관 구조, 설명 내용, 분쟁 발생 가능성 등 보험사의 내부 상품 검증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각 보험사는 상품 설계과정에서 소비자보호 관련 의견들을 담아왔다. 하지만 앞으로는 보험상품 설계 단계부터 각 보험사의 내부통제 및 소비자보호 관련 책임과 권한이 더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앞으로는 각 보험사의 내부통제와 소비자보호가 신상품 개발에 있어 보상 등 소비자에게 불합리한 설계들에 대해 더 적극적으로 점검할 것으로 보인다"며 "상품개발 단계에서부터 보험사의 내부통제 및 소비자보호 등 책임과 권한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보험감독·계리상품감독국' 통합·재편…원스톱 소비자보호 체계 구축

또 금감원은 보험부문을 금소처로 이관하고, 기존 보험분쟁 부서인 '분쟁조정1·2국'과 감독부서인 '보험감독국·보험계리상품감독국'을 통합·재편해 보험상품별 기초서류 심사·감리와 분쟁조정 업무를 동일 부서에 배치한다.

이에 자동차보험은 보험감독국에, 생명·손해보험은 보험상품분쟁1국에, 실손보험은 보험상품분쟁2국에 배치하고, 보험계리상품감독국은 보험계리 및 리스크감독 업무를 전담(상품 감독 기능 이관)하는 계리리스크감독국으로 개편한다.

이번 개편을 통해 각 업권별로 상품심사부터 분쟁조정·검사까지의 전과정을 책임지고 신속·일관되게 관리하는 원스톱 소비자보호 체계가 구축된다. 상품심사와 분쟁조정 업무를 동일 부서가 수행함에 따라 업무 간 시너지 및 환류 강화로 소비자 피해 사전 예방이 기대된다.

또 상품심사 담당부서가 상품의 사후적 문제(분쟁)까지 책임질 수 있도록 책임성을 일치하고, 분쟁조정 중 상품의 문제 발견시 약관 등을 즉시 시정해 피해 확산 방지약관 해석 등에 대한 전문가(상품심사 담당자) 판단을 통해 신속·정확한 분쟁처리가 가능해진다.

한 대형 보험사 관계자는 "민원·분쟁부서와 감독부서가 하나의 국으로 통합됨에 따라 사전 상품설계부터 사후 민원·분쟁까지 각 부분의 주요 사항을 크로스 체크함으로써 소비자 민원·분쟁에 대한 대처가 기민해 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보험부채 평가 정교화 및 상품 경쟁 환경 조성…보험계리감리팀 신설

보험부채 평가 정교화 및 건전한 보험상품 경쟁 환경 조성을 위해 계리리스크감독국 내 보험계리감리팀도 신설한다.

지난 2023년 IFRS17 도입으로 보험부채 평가 및 보험상품 개발·판매 등에 계리가정의 영향이 증대됐으나, 보험사의 방대하고 복잡한 계리가정 운영현황을 분석하고 검증할 전문조직 등 감독체계가 부족한 실정이다.

보험계리감리팀은 보험사의 계리가정별 산출 기준 및 결과, 기준변경 및 영향 등 계리가정 운용현황 시스템을 통해 체계적으로 모니터링하고, 보험사별 계리가정 운용에 대한 집중감리를 통해 적정성을 검증하고 위규사항 발견시 검사로 전환하는 등 사후조치까지 통합 수행할 계획이다.

보험업계에서는 '소비자 보호'를 방점에 둔 이번 조직개편이 상품 개발 과정에서는 위축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이번 개편은 고객입장에서 표면적으로는 권리와 위상이 높아지고, 소비자 보호 측면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신상품 개발 과정의 부담이 상품 라인업의 다양성이 일부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며 "특히 GA 채널 비중이 높은 보험사일수록 분쟁 발생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아질 수 있고, 분쟁조정과 검사까지 원스톱으로 연계되는 구조에서는 판매 채널 관리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jcppar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