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보사 車보험 적자 '심화'…'폭설·폭우' 보다 무서운 '보험료 인하'

지난 10월 기준 누적 자동차보험 손해율 85.5%…전년比 4.2%p↑
지난 4년간 자동차보험료 낮췄지만…정비요금·수리비 등은 올랐다

폭설이 내린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안국동 도로의 차량들이 눈길에 큰 정체를 빚고 있다. 2025.12.4/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서울=뉴스1) 박재찬 보험전문기자 = 자동차보험 적자가 심화되면서 손해보험사들은 내년 자동차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자동차보험 적자의 근본적인 원인은 보험사가 자동차보험료를 낮춘지난 4년간 정비요금·수리비 등 보험사가 정비업체에 지급하는 수리비는 매년 증가했기 때문이다.

2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 10월 기준 주요 손보사의 누적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85.5%로 전년 동기 대비 4.2%p 상승했다.

"올해 車 보험 적자 아닌 달을 찾기가 어려워…연말 손해율은 더 걱정"

손해율은 보험사가 고객으로부터 받은 보험료를 사고가 났을 때 지급하는 보험금으로 나눈 값이다. 손해율이 높으면 보험사는 그만큼 적자가 난다. 손보업계에서는 사업운영비를 고려해 자동차보험의 손익분기점에 해당하는 손해율을 80% 수준으로 보고 있다. 또 업계는 통상 자동차보험 손해율 1%포인트(p)당 1500여억 원의 손익 증감효과가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

올해 손보사의 자동차보험은 3월을 제외하고, 매월 손해율 80%를 넘어섰다. 특히, 지난 7월은 일명 '괴물 폭우'로 인한 침수 피해로 손해율이 92.1%까지 올라갔다. 또 9월에도 가을 행락객과 추석 전 벌초 등 장거리 이동량이 몰리면서 사고가 급증했고, 이로 인해 손해율은 94.2%를 기록했는데, 이는 최근 6년간 손해율 중 가장 높은 수치다.

올해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더 치솟을 전망이다. 통상 11월과 12월은 폭설, 빙판 등으로 1년 중 손해율이 가장 높은 달로 꼽힌다. 지난해 11월 첫눈이 폭설로 내리면서 손해율이 92.6%까지 올라갔고, 이어진 12월에도 손해율은 92.2%를 기록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첫눈이 '기습 폭설'로 내리면서 손해율을 더 끌어올릴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에 폭설이 내린 지난 4일 낮 12시부터 24시간 동안 주요 손보사 5개사의 사고 접수 건수는 2만 9661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12월 일평균 사고 접수건 1만 2259건의 2배가 넘는 규모다. 긴급출동도 크게 늘었다. 같은 기간 긴급출동 건수는 10만 2046건으로, 지난해 12월 일평균 5만 4032건 보다 89% 많았다.

삼성화재 교통안전문화연구소에 따르면 겨울철에는 눈이나 비가 내린 당일뿐 아니라 최대 5일간 도로 결빙 영향이 지속되며 미끄럼 사고 위험이 계속된다. 지난 4일 기습 폭설로 인한 피해는 더 크게 늘어났을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보험 적자의 근본 원인…4년간 누적된 보험료 인하와 정비수가 인상

하지만 최근 자동차보험 손해율 악화의 근본적인 원인은 지난 4년간 거듭된 보험료 인하 영향이다. 손보사들은 금융당국의 '상생금융' 압박 속에 지난 2022년부터 올해까지 4년 연속 자동차보험료를 인하해 왔다. 올해 초에도 각 사별로 자동차보험료를 0.4~1.0%까지 인하했고, 2022년 4월 1.2~1.4% 인하했고, 2023년 2월 2.0~2.5%, 2024년 2월 2.1~3% 인하했다.

문제는 같은 기간 물가 상승 등의 요인으로 정비요금·수리비 등 원가가 매년 상승했다는 점이다. 보험 가입 차량을 정비업체가 수리했을 때 보험사가 지급하는 수리비인 정비수가는 올해 초 2.7% 상승했고, 2022년 4.5%, 2023년 2.4%, 2024년 3.5% 올렸다. 결국, 2022년 이후 보험사가 받는 보험료는 줄었지만, 지급한 보험금은 늘어나면서 적자가 심화된 셈이다.

올해 3분기 주요 손보사 중 DB손해보험을 제외한 모든 손보사들이 자동차보험에서 적자를 기록했다. 9월말 기준 자동차보험에서 삼성화재는 341억 원 적자를 기록했고, 메리츠화재 164억원, 현대해상 387억원, KB손보 442억 원 각각 적자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DB손보는 자동차보험에서 218억 원의 이익을 거뒀지만 전년 동기 대비 무려 87.9%가 감소했다.

자동차보험 적자가 심화되면서 손보사들은 보험료 인상이 절실한 상황이다. 일반적으로 보험료는 업계 자율로 결정한다. 각 손보사는 12월 중 보험개발원에 보험료율 검증을 의뢰하고, 그 결과를 참고해 보험료 인상·인하폭을 결정한다. 하지만 의무보험인 자동차보험은 소비자물가지수에 반영되는 만큼 보험료 인상·인하를 두고 금융당국의 관여를 받고 있다.

현재 각 보험사들은 보험개발원에 보험요율 검증을 맡긴 상태이고, 이달 말 정도 보험요율이 나온다. 각 손보사는 검증받은 보험요율을 두고 금융당국과 내년 자동차보험 인상·인하폭을 결정하게 된다. 자동차보험료 인상·인하 적용되는 시기는 매년 4월부터다.

한 대형 손보사 관계자는 "계절적 요인으로 인한 폭우와 폭설 등의 영향도 있지만, 자동차보험 적자의 근본적인 원인은 정비요금·수리비 등 원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4년 연속 자동차보험료를 인하한 영향"이라며 "최근 보험사들도 다자녀, 대중교통 이용, 이용거리, 안전운전 등 다양한 특약 제공으로 보험료 인하를 제공하고 있는 만큼, 올해는 물가 상등 등을 고려한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jcppar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