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진 금감원장 "실손보험 구조 개혁 필요"…'5세대 실손' 출시 속도내나
금감원, 5세대 실손보험 출시 위한 보험감독업무 시행세칙 개정 작업 중
건강보험 재정악화 원인 실손·비급여 지목…비급여 관리 방안 논의 계속 이어질 듯
- 박재찬 보험전문기자
(서울=뉴스1) 박재찬 보험전문기자 = 당초 올해 연말이 목표였던 5세대 실손의료보험의 출시가 내년으로 미뤄질 전망이다. 현재 금융감독원은 5세대 실손보험 출시를 위한 보험업감독업무 시행세칙 개정을 진행 중이다. 정부가 실손보험과 비급여를 건강보험 재정 악화의 원인으로 지목한 만큼 내년 5세대 실손보험 출시 이후에도 정부의 비급여 관리 방안 논의는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2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 18일 국회 박찬대·김남근·김재섭 의원과 함께 '과잉의료·분쟁 예방을 위한 실손보험 개선방안'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번 토론회에서는 실손보험 분쟁 현황 진단부터 공·사보험 연계 강화, 감독 개선방안까지 종합적인 논의가 이뤄졌다.
우선 금감원은 실손보험 계약자의 상위 9%가 80% 보험금을 타가고 계약자의 65%는 별다른 보험금 수령 없이 보험료만 납부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비급여 진료 비용의 가격 편차 심화, 의료계·브로커·소비자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해 보험시장과 의료시장을 동시에 왜곡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발표를 맡은 김소연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은 "국민건강보험 등 공보험과 실손보험 등 사보험 제도가 분리 운영되면서 보험금 중복지급, 과잉 비급여 등이 발생해 공·사보험 재정 누수가 누적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
이찬진 금융감독원장도 "도덕적 해이, 과잉진료 등 비급여 버블을 폭증시키는 실손보험의 구조적 문제인 '제3자 리스크'가 심화되면서 전반적인 개선 필요성이 지적되고 있고, 실손보험에 대해 구조개혁이 필요하다"며 "민간에서는 보험사와 소비자 간 분쟁을 유발하고, 공영보험에선 건강보험 재정 누수, 수익성이 떨어지는 필수의료에 대한 기피현상 등 수많은 부작용을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실손보험이 전 국민의 80%에 가까운 4000만 명이 가입한 대표적 상품이지만, 비급여 관리의 허점, 보험금 지급 과정의 불투명성, 지나친 서류 요구와 의료자문 논란까지 여러 해 동안 해결되지 못한 문제가 누적되고 있고, 이 문제는 금융을 넘어 의료체계와 건강보험 재정, 그리고 국민의 의료비 부담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도 "실손보험은 보험금 지급을 둘러싼 갈등, 비급여 진료의 불명확성, 정보 비대칭, 불투명한 심사기준 등 반복되는 문제로 제도 전반의 신뢰를 흔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실손보험이 건강보험 재정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지목하고, 무분별한 의료이용 억제를 목표로 한 실손보험·비급여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올해 초 의료개혁특별위원회(의료개혁특위)는 비급여 관리·실손보험 개혁방안을 공개했고, 이를 토대로 현재 금융당국은 5세대 실손보험 출시를 준비 중이다. 보건당국도 비급여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금감원은 5세대 실손보험 출시를 위해 보험업감독업무 시행세칙 개정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번 실손보험 개혁의 핵심은 '비급여 관리'다. 이 때문에 금융당국이 추진 중인 5세대 실손보험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보건당국이 추진하고 있는 '비급여 개혁'과 함께 추진돼야 한다.
5세대 실손보험은 비급여 항목을 중증·비중증으로 나눠 보장을 차등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비급여는 건강보험 혜택이 적용되지 않아 환자가 전액 부담하는 항목이다. 건강보험에서 보장하지 않는 비급여 의료비의 일부를 실손보험에서 보장해 왔다. 새롭게 신설되는 중증 비급여는 암·심장·뇌혈관질환 등 산정특례 대상 질환에 한정해 현행 보장을 유지하되, 상급병원 입원 시 자기부담 한도를 연 500만 원으로 하는 방식이다. 반면 비중증 비급여는 보장한도를 기존 5000만 원에서 1000만 원으로 대폭 축소하고, 자기부담률을 기존 30%에서 50%까지 올린다.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5세대 실손보험은 복지부가 추진 중인 '비급여 개혁'과 함께 추진된다. 비급여 개혁의 핵심은 관리급여 신설로 실손보험 비급여 중 진료비 규모가 큰 도수치료, 체외충격파치료, 영양제 주사 등을 관리급여로 따로 설정해 관리하는 것이 골자다. 관리급여의 자기부담금은 95%로 적용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관리급여가 신설되면 도수치료, 체외충격파치료, 영양제 주사 등은 실손보험에서 보장하지 않는다.
정부는 실손보험, 비급여 개혁을 통해 비중증 비급여 보장을 축소해 의료기관의 과잉진료와 소비자의 의료쇼핑을 억제하는 동시에 도수치료, 체외충격파치료, 영양제 주사 등 이용량이 많은 비급여는 따로 관리해 건강보험 재정을 악화시키는 비급여 폭증을 제한할 계획이다.
5세대 실손보험은 이르면 내년 초 출시될 전망이다. 당초 정부는 올해 연말까지 5세대 실손보험을 출시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올해 대선과 금융위, 금감원장 교체, 금융당국 조직개편 이슈 등이 이어지면서 5세대 실손보험 출시가 지연되고 있다. 연말 5세대 실손보험 출시를 위해서는 이미 각 보험사의 상품구조 변경이나 각 보험사 시스템 반영이 상당히 진행됐어야 하지만 현재까지는 별다른 움직임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5세대 실손보험 출시와 함께 이뤄져야 하는 비급여 개혁도 복지부장관 교체, 의료계 반대 등으로 추진 속도가 더딘 상황이다. 다만 비급여가 건강보험 재정 악화의 원인으로 지목된 만큼 이번 정부에서도 비급여 개혁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은영 복지부 장관도 취임 당시 "낭비되고 있는 비급여·실손보험 문제를 구조적으로 개편하는 것은 중장기 과제다"라고 말했다.
보험업계는 5세대 실손보험 출시 이후에도 비급여 정상화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5세대 실손보험이 출시돼도 4000만 명의 기존 가입자가 새로운 실손보험으로 갈아타야 하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계약 만기 긴 1세대, 초기 2세대 실손보험 가입자의 전환이 필요하다. 1·2세대 실손보험 가입자 전환, 선택적 특약 도입 등에 대한 추가적인 논의도 필요한 상황이다. 여기에 정부의 추가적인 비급여 관리 방안 논의도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비급여·실손보험 개혁이 건강보험 정상화를 위해 시작된 만큼 이번 정권에서도 계속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며 "오히려 5세대 실손보험 출시와 비급여 개혁은 시작에 불과하고, 정부의 건보 정상화를 위한 비급여 관리 방안 논의는 앞으로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jcppar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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