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공동재보험 출시에도…보험사, 건전성 관리방안은 여전히 '자본확충'

보험사, 자본확충 규모 12조원…공동재보험보다 4배 많아
"공동재보험 시장 확대하려면 보험사의 경험과 데이터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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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재찬 보험전문기자 = 금융당국이 보험사의 자본관리 역량 제고를 위한 '일임식 자산유보형 공동재보험'을 도입했지만, 여전히 보험사들은 후순위채, 신종자본증권 등 자본확충을 통해 자본 건전성 관리에 나서고 있다.

이는 업계가 공동재보험에 대해 보험사와 재보험사 사이의 수지를 맞추기 어렵고, 또 다른 자본관리 방안인 자본확충과 비교해 지급여력비율(K-ICS) 개선 등의 효율이 낮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보험료 낮추고, 건전성 관리에 효과적인 공동재보험 도입

3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일임식 자산유보형 공동재보험' 도입을 위해 보험업감독업무시행세칙 및 공동재보험 업무처리 가이드라인을 개정했다.

공동재보험은 보험사가 장기부채를 재보험사에 이전하고 재보험사는 장기자산으로 운용하는 형태로, 일반 소비자 대상 보험계약으로 발생할 수 있는 질병, 사고 등 단순 리스크뿐만 아니라 금리나 계약 해지 등의 위험까지 재보험사에 이전하는 상품이다. 보험사가 과거 판매한 상품 계약의 일부를 공동재보험으로 운용하면 일반보험이 자산에 대부분인 재보험사는 수익성과 건전성을 개선할 수 있고, 보험사는 보험료 부담을 낮출 수 있어 건전성 관리에 효과적이다.

그동안 공동재보험은 자산이전형과 약정식 자산유보형 거래방식으로 운영돼 왔다. 자산이전형은 원보험사의 자산과 부채 모두를 재보험사에 이전해 원보험사가 신용위험(재보험사 파산) 및 유동성 위험에 노출되는 방식이다. 약정식 자산유보형은 원보험사가 자산과 운용손익은 보유하고 부채만 이전해 재보험 계약기간 동안 재보험사가 유보자산 운용에 관여하기 어려워 재보험 비용이 상대적으로 높은 거래방식이다.

이번에 도입된 '일임식 자산유보형 공동재보험'은 자산이전형과 약정식 자산유보형 거래방식을 결합한 상품이다. 이 상품은 원보험사가 운용자산을 계속 보유하되, 운용자산의 운용권한 및 운용손익은 재보험사에 귀속된다. 이에 따라 자산이전형 재보험과 비교해 원보험사의 신용위험 및 유동성 부담 감소하며, 약정식 자산유보형에 비해서는 재보험비용을 저렴하게 거래할 수 있다.

한 대형 보험사 관계자는 "일임식 자산유보형 공동재보험은 위험이전 효과를 통해 자본비율을 제고하면서도 자산운용의 통제권과 수익성을 유지할 수 있는 구조로, 보험사 입장에선 건전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기존 재보험 방식의 한계를 보완해 활용도를 높이고 보험사들의 자본관리 선택지를 넓혔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새 공동재보험 출시에도…보험사 자본관리는 '자본성 증권' 발행으로

최근 금융당국은 보험사의 기본자본 비율, 듀레이션갭, 자산부채관리(ALM) 등 자본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일임식 자산유보형 공동재보험의 도입은 보험사 입장에서는 금융당국의 자본규제에 대해 대응할 수 있는 창구가 하나 추가된 셈이다.

IFRS17 도입과 함께 출시된 공동재보험은 신종자본증권, 후순위채, 유상증자 등과 함께 보험사의 자본관리 방안 중 하나다. 하지만 보험사들은 신종자본증권이나 후순위채를 공동재보험보다 더 선호하고 있다. 공동재보험이 고비용 대비 지급여력비율(K-ICK) 개선 등 효과가 낮다는 판단 때문이다.

실제 보험사의 자본확충 규모는 공동재보험의 4배에 육박한다. 보험사의 자본확충 총액은 11조 8770억 원이고, 공동재보험 누적액은 3조 3000억 원에 불과하다. 이번달 기준 보험사 자본확충은 후순위채권가 6조 6300억 원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고, 신종자본증권 4조 1470억원, 유상증자 1조 1000억 원 규모다. 보험사들의 자본확충 러쉬는 연말과 내년 초에도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동양생명과 흥국생명은 다음달 후순위채를 발행할 예정이고, 미래에셋생명도 내년 4월 후순위채 조기상환 등을 고려해 자본확충에 나서고 있다.

반면, 공동재보험 시장은 여전히 걸음마 수준이다. 현재 보험사와 공동재보험 거래를 하고 있는 회사는 국내 재보험사인 코리안리와 외국계 재보험사 RGA, 스위스리 등 3곳뿐이다.

보험업계는 일임식 자산유보형 공동재보험의 도입을 환영하면서도 공동재보험 시장 활성화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본자본 규제 도입 등으로 신종자본증권, 후순위채 등 자본확충 문턱이 높아지는 만큼 공동재보험에 대한 관심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자본확충이나 공동재보험의 거래규모는 한 번에 수천억 원이 오가는데, 기존의 자본관리 방식이 아닌 새로운 방식을 선택하는 것은 C-레벨 입장에서 부담이 될 수 있는 의사결정이라 공동재보험의 시장확대를 위해서는 오랜 시간과 경험, 데이터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jcppar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