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하게 팔더니" 심상치 않은 무저해지 보험금 증가세…손해율 비상

올해 상반기 무저해지 보험금 1조5227억원…전년比 74.5% 급증
어린이보험, 치매·간병보험 등 보험금 앞으로 더 증가할 전망

대구 중구 경북대병원에서 간병인이 환자와 함께 이동하고 있다. 2025.9.17/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서울=뉴스1) 박재찬 보험전문기자 = 손해보험사들이 최근 판매한 무저해지상품의 보험금이 급증하면서 손해율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아직 보험금 규모가 작은 어린이보험, 치매·장기간병보험 등의 보험금은 앞으로 더 가파르게 증가할 전망이다.

2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보장성 보험금은 15조 1339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6% 증가했다.

최근 보장성 보험금의 증가세는 무저해지 환급형 상품이 이끌고 있다. 보험금은 보험료를 납부하고 사고 발생 시 보험사로부터 돌려받는 돈이다.

올해 상반기 무저해지 상품의 보험금은 1조 5227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4.4% 증가했다. 같은 기간 표준형 상품의 보험금은 13조 6092억 원으로 1.3% 늘어났다.

전체 보장성 보험금 중 무저해지 상품의 비중은 10%에 불과하지만, 보험금 규모는 매년 급증하고 있다. 무저해지 보험금은 2023년 6월 대비 3배 가까이 증가했다.

무저해지보험은 보험료 납입기간 중 해지 시 환급금이 없거나 적은 상품으로 대신 표준형 보험보다 보험료가 10~40% 저렴하다. 국내에서는 2016년부터 판매되기 시작했지만, 보험사들이 적극적으로 판매에 나선 것은 2020년 이후이다.

무저해지상품 중 보험금 규모가 가장 큰 상품은 질병·상해보험이다. 올해 상반기 질병·상해보험금은 1조 2624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4.3% 증가했다. 뒤를 이어 어린이보험금은 2346억 원으로 29.8% 증가했고, 치매·장기간병 보험금은 24억 원으로 규모는 작지만 무려 84.6%나 증가했다.

무저해지 보험금의 증가세는 표준형 보험금과 비교하면 매우 가파르다. 표준형상품의 경우 질병·상해보험금은 전년 동기 대비 6.3% 증가했고, 어린이보험 7.2%, 치매·장기간병보험 0.7% 각각 증가하는 데 그쳤다.

문제는 최근 5년내 판매된 무해지보험 소비자에게만 유독 질병·상해 등의 보험 사고가 집중해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통상 보험금이 한번 지급되기 시작되면 시간이 지날수록 지급액이 계속 늘어난다.

특히, 아직 보험금 규모가 작은 어린이보험과 치매·장기간병보험의 보험금은 향후 더 가파르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무저해지 보험금이 급증한 데는 보험사들이 지난 2~3년 사이 매출 확대를 위해 보장을 무리하게 확대해 판매경쟁에 나선 탓이다.

올해 상반기 무저해지 보장성보험 매출은 2666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3.8% 증가했고, 같은 기간 표준형 보장성보험 매출은 0.3% 증가했다. 무저해지 보장성 보험료는 지난 2년 사이 2배 넘게 급증했다.

손보사들은 무저해지보험 매출 확대를 위해 '운전자보험 변호사 비용 특약', '간병인 사용 일당 특약', '1인실 입원일당', '독감보험 특약' 등의 보장을 무리하게 확대하며 판매 경쟁에 나섰다. 대부분 보장 금액을 높이거나, 보장 범위를 넓히는 방식으로 과열 경쟁을 벌인 것이다.

이처럼 보험사들의 과열 경쟁이 벌어질 때마다 금감원은 각 보험사에 경쟁 자제를 요청하는 등 적극 제재에 나섰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제재는 오히려 보험 영업현장에서 절판마케팅으로 활용됐고, 보험시장에서는 '과도한 보장→과열경쟁→금감원 자제령→절판 마케팅'이 반복됐다.

금감원은 단기실적 중심 영업으로 인한 불건전 모집과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지 않게 해달라고 당부하며, 과당 경쟁 등으로 소비자 피해를 유발하거나 시장 질서를 훼손하는 행위에 대해 무관용 원칙으로 엄중히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보험사를 강하게 압박했다.

무저해지 보험금의 급증으로 보험사들은 손해율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손해율 관리를 위해서는 보험금 지급 사유가 되는 사고가 줄거나, 무저해지보험의 경우에는 소비자가 보험을 해지하는 등의 방안 등이 있지만, 이는 보험사가 인위적으로 관리하기 어려운 영역이다.

결국, 보험사가 인위적으로 손해율을 관리할 수 있는 가장 유력한 방안은 건전한 신계약을 늘리는 것이다. 하지만 이 방안 역시 무리한 상품 판매로 인한 과열경쟁으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

업계 관계자는 "특정 보험상품의 보험금이 특정 시기에 급증하는 것은 상품 개발과 판매 단계부터 문제가 있었다고 보여진다"며 "이는 또 다른 무리한 보장 확대와 판매 경쟁 과열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jcppar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