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시장 '공룡'된 GA…제도권 내 공생 방안 찾아야[영화in 보험산책]
GA, 1996년 한국에서 첫 영업…2010년 중후반 이후 급성장
"내부 통제, 자율 규제, 판매 책임 등 강화 필요한 때"
- 박재찬 보험전문기자
(서울=뉴스1) 박재찬 보험전문기자 = 영화 '쥬라기월드: 새로운 시작'은 최상위 포식자가 된 공룡들이 인간 세상으로 나온 5년 후, 인간과 공룡은 공존을 시도했으나 결국 실패한다. 기후 변화와 인간의 통제 실패로 공룡들은 적도 지역의 고립된 열대 섬에만 남아 살아가게 된다. 인류는 치명적인 전염병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해 지구상에서 가장 거대한 공룡 3종의 DNA가 필요하다.
'쥬라기월드: 새로운 시작'의 가장 큰 특징은 유전자 실험 과정에서 탄생한 '돌연변이 공룡'이 주요 소재로 등장한다는 점이다. 기존의 티라노사우루스나 벨로시랩터와 달리 이번 공룡들은 실험적 변이를 거쳐 극한 환경에 적응하며 독자적인 생태계를 구축했다. 또 모사사우루스와 스피노사우루스 등 거대 공룡들이 협력하거나, 인간을 위협하는 새로운 형태의 사냥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보험산업에도 '공룡'으로 불리는 이들이 있다. 바로 'GA'로 불리는 법인보험대리점이다. GA는 생명, 손해보험을 판매하는 전문 대리점으로 특정 보험사에 소속되지 않고 여러 보험사의 상품을 비교하고 판매하고 있다.
국내 최초 GA는 1996년에 설립된 'KFG'이고, 2000년대 중반부터 보험사의 판매구조가 전속설계사 중심으로 변화하면서 GA의 영향력이 아주 커졌다.
2000년대 초중반에는 대형 보험사와 외국계 보험사를 중심으로 영업력 강한 전속설계사 채널을 구축했기 때문에 GA의 필요성이 크지 않았다. 이 때문에 당시 GA는 보험사 전속설계사 채널에서 영업을 실패한 설계사들이 모이는 채널로 치부되기도 했다. 하지만 2010년 중반 이후 GA는 급성장하면서 보험업계에서 GA가 '공룡'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올해 1분기 보험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생명·손해보험사와 5000명 이상 GA 설계사 수는 32만 1308명으로 전년 말 29만 9453명 대비 2만 1855명, 7.3% 증가했다.
같은 기간 손해보험사 전속설계사는 12만 9125명으로 전년 말 대비 9236명(7.7%), 생명보험사 전속설계사는 6만 9750명으로 3008명(4.3%) 증가했다.
5000명 이상 GA 소속 설계사 수는 12만 2433명으로 9611명, 8.5% 증가했다. 중소형 GA 소속 설계사 수까지 포함하면 전체 보험사 설계사 수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GA 설계사 수가 보험사 전속설계사 수를 넘어서면서 GA가 보험산업에 미치는 영향력도 커졌고, 크고 작은 사건·사고가 이어진다. 가장 최근에는 GA의 보험설계사 스카우트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정착지원금 등 과도한 스카우트 비용이 문제가 되고 있다.
또 올해 초에는 일부 GA가 수억원대의 폰지사기가 발생했다. 이들 GA는 '월급 관리' 명목으로 청년들을 모아 재무 상담을 하고, 피에스파이낸셜에 돈을 투자하게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폰지사기에 연루된 GA '피에스파인서비스'는 대부업체인 '피에스파이낸셜'의 자회사다.
여기에 지난 4월에는 GA 영업지원 프로그램 IT업체 '지넥슨'의 개발자가 해킹당하면서 대형 GA 2개 사의 고객 및 임직원 등 1100여 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해킹을 당한 IT업체 지넥슨은 지난해 보험GA협회(당시 한국보험대리점협회)와 IT 고도화 및 GA 업무지원 플랫폼을 통한 보험산업의 혁신 및 발전을 위해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회사로 50여 개의 GA가 지넥슨 업무지원 프로그램을 사용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GA에서 발생한 폰지사기나 해킹 사고에 대해 GA 등록 요건 및 규제 관리 등이 느슨했던 탓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GA는 금융감독원의 감독을 받으며, 정기적으로 사업 실적 및 준수사항에 대한 평가를 받지만, 관리 감독 수준은 보험사보다 훨씬 낮다.
이에 금감원은 최근 GA의 비교·설명 제도를 개선하고, 준법감시인 협의제 및 내부통제 워크숍 등 다양한 제도를 도입해 내부통제 강화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보험업계에서는 GA의 규모가 커진 만큼 보험사에 준하는 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GA업계는 △1200%룰 확대 △수수료 분급 유도 △소비자 정보공개 확대 △사업비 관리 체계 강화 등을 골자로 한 '보험설계사 수수료 개편'을 앞두고 대형사 위주로 재편되고 있다.
영화 '쥬라기월드' 시리즈에서 공룡은 인간과의 공존에 실패했다. GA는 지난 30년간 보험산업과 동행하며 '공룡'으로 성장했다. 보험업계 '공룡' GA가 한국의 보험시장에서 보험사 및 소비자와 공존하기 위해서는 내부통제, 자율규제, 판매 책임 등 강화를 통한 제도권 내 편입이 필요한 때다.
jcppar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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