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G손보 계약자 불안 틈타…"보험 갈아타세요" 승환계약 '기승'
일부 GA, MG손보 계약 고객정보 이용…보험 갈아타기 유도
애매모호한 설명에 일부 소비자, 승환계약 '계약이전'으로 착각
- 박재찬 보험전문기자
(서울=뉴스1) 박재찬 보험전문기자 = # 수년 전 한 GA(법인보험대리점)를 통해 MG손해보험 암보험에 가입한 70대 김 모 씨는 최근 해당 GA에서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해당 GA에서는 김 씨에게 과거 계약한 MG손보 암보험과 비슷한 조건의 타보험사 상품으로 갈아타도록 도와주겠다고 제안했다. 김 씨는 오랫동안 계약을 유지해 온 MG손보 암보험을 깨고, 다른 보험사의 암보험으로 갈아탔다.
MG손해보험의 계약을 5개 대형 손해보험사로 이전하기 위한 가교보험사 '예별손해보험'의 정식 업무 시작을 앞둔 가운데 MG손보 계약자들의 불안한 심리를 이용한 승환계약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특히 일부 GA에서는 과거 MG손보 상품을 계약한 고객들에게 연락해 타사 상품으로 갈아타는 것을 권유하고 있다.
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금융위원회가 MG손보 정리를 위해 보험업 조건부 허가를 의결한 예별손보가 이르면 이달 중 정상 업무를 시작한다.
예별손보는 예금보험공사가 100% 출자해 설립하는 가교보험사로 부실 금융기관으로 지정돼 있는 MG손보의 자산, 부채를 이전받아 보험 계약의 유지∙관리 업무를 수행할 목적으로 운영되며, 경영에는 삼성화재, D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현대해상, KB손해보험 등 5개 손보사가 함께 참여할 예정이다.
예보와 5개 손보사는 우선 올해 3분기까지 MG손보의 모든 보험계약을 예별손보로 이전하는 절차를 진행하고, 최종적으로는 말까지 예별손보에서 5개 손보사로 계약을 이전할 계획이다. 현재 예보와 5개 손보사는 예별손보의 실제 업무 개시를 위한 준비를 진행 중이다.
이런 상황을 틈타 일부 GA에서는 MG손보 계약을 보유한 소비자를 대상으로 일명 '보험 갈아타기' 영업에 나서고 있다.
특히, 일부 GA는 기존 계약정보를 이용했고, 애매모호한 설명으로 '승환계약'을 '계약 이전'으로 착각하게 하거나, MG손보 청산 등의 공포마케팅을 앞세워 보험 갈아타기를 유도했다.
문제는 승환계약이 소비자 입장에서 불리한 조건이나 불합리한 변경 내용이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특히 기존 계약보다 불리한 보험료, 보장 내용, 면책 조항 등이 적용될 수 있어 소비자 주의가 필요하다.
앞서 금감원은 이 같은 불건전 영업 행위에 대해 경고한 바 있다. 지난 3월 금감원은 "MG손보의 상황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승환유도를 하는 등 계약자들에게 지나치게 공포감을 조성하는 것은 지양돼야 하며, 불건전 영업에 대해 사례를 확인하고 속도감 있게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5월 금융당국은 MG손보의 영업 일부 정지 처분을 부과하고 가교보험사를 설립하는 내용을 의결했다. 당시 금융위는 MG손보가 보유한 보험계약 100%를 5개 손보사로 이전하는 방식을 추진하기로 했다. 당초 금융당국은 MG손보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최소한의 인력만 고용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금융위의 이같은 결정에 MG손보 노조는 강하게 반발했고, 지난달 금융당국은 MG손보 노조와 내년 말까지 가교보험사 설립 및 계약이전과 동시에 MG손보의 매각 재추진에 합의했다.
소비자 입장에서 종전까지는 5개 손보사로 계약 이전이 확실했지만, 지난달 금융당국과 MG손보 노조의 합의로 '재매각'이라는 변수가 발생한 셈이다. 이에 5개 손보사로 100% 계약 이전이 될 것으로 생각했던 MG손보 소비자들의 혼란과 불안도 증폭됐다.
실제 당시 소비자 상담 창구와 영업현장 등에서 MG손보 보험금 청구 및 지급, 계약 유지 여부, 계약이전 추진 등에 대한 문의가 폭주했다. 특히 MG손보는 오래된 계약이 많았던 만큼 고령층 소비자들의 혼란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MG손보가 청산 절차를 밟으면서 소비자들의 혼란과 불안이 계속 이어지고 있고, 이런 상황을 틈탄 승환계약 영업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며 "예별손보 출범과 계약이전 개별 안내 등을 통해 소비자 혼란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jcppar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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