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삐 풀린 보험설계사 '스카우트 전쟁'에 소비자 피해…규제는 '사각지대'

5000명 이상 GA 지난 1분기 정착지원금 453억…3개월 사이 38억원 급증
"정착지원금, GA와 설계사 사이 사적계약 보험업법 등 규제 대상 아니야"

2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5000명 이상 대형 GA의 정착지원금은 452억5031만 원으로 지난해 연말 415억2911억 원으로 9.2% 증가했다. 3개월 사이에만 무려 38억2120만 원이 늘었다.ⓒ News1 DB

(서울=뉴스1) 박재찬 보험전문기자 = 보험설계사에게 제공되는 과도한 정착지원금이 부당승환·특별이익 제공·작성계약 등을 양산해 보험소비자들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정착지원금에 대한 법적 기준과 규제 체계가 부재한 상황이다. 금감원은 정착지원금이 보험사, GA와 설계사 사이의 사적계약인 만큼 규제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2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5000명 이상 대형 GA의 정착지원금은 452억 5031만 원으로 지난해 연말 415억 2911억 원으로 9.2% 증가했다. 3개월 사이에 무려 38억 2120만 원이 늘었다.

회사별로는 한화생명금융서비스의 정착지원금이 206억 4139만 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는 5000명 이상 대형 GA 정착지원금의 절반에 육박하는 규모다. 뒤를 이어 에이플러스에셋 64억 2373만 원, GA코리아가 46억 686만 원, 굿리치 43억 2730만 원, 인카금융서비스 34억 5890만 원, 글로벌금융판매 31억 7851만 원 순이다.

금감원 "과도한 정착지원금 부당승환·특별이익 제공·작성계약 등 양산"

정착지원금은 보험사나 GA가 설계사를 유치하기 위해 지급하는 스카우트 비용으로 설계사가 기존 회사에서 새로운 회사로 이직함에 따라 전 소속회사에서 받지 못하는 수수료 등에 대해 보상 성격으로 지급되는 지원금이다.

금감원은 과도한 정착지원금 지급이 설계사의 실적 압박으로 이어져 부당승환 양산 등 모집질서를 혼탁하게 할 가능성이 크고, 설계사 이직이 빈번해짐에 따라 설계사 및 모집계약에 대한 관리·통제도 어려워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보험설계사 스카우트 시장에서는 '과도한 정착지원금→신계약 목표실적 상향→실적 부담→보험계약 부당승환·특별이익 제공·작성계약(허위·가공계약) 등 유도'가 반복해서 발생하고 있다.

한 대형 GA 소속 설계사는 "많은 회사들이 경쟁적으로 타사보다 더 많은 정착지원금을 제시하며 설계사 영입을 하고 있고, 설계사 입장에서도 더 좋은 조건의 정착지원금의 유혹을 거절하기는 어렵다"며 "과도한 정착지원금은 설계사 입장에서도 영업 압박으로 이어지고 경우에 따라서는 정착지원금이 고금리 부채로 변해 영업에 부담을 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과도한 정착지원금은 부당승환·특별이익 제공·작성계약 등을 양산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실제 금감원이 정착지원금 지급 수준이 높고, 부당승환 의심계약건수 등이 많은 GA를 대상으로 부당승환 여부 등에 대한 현장검사를 실시한 결과, 해당 GA 소속 설계사들은 본인이 직접 모집했던 보험계약을 해지시키고, 보장내용 등이 비슷한 새로운 보험계약을 가입시켜 소위 '보험 갈아타기'를 유도함으로써 보험소비자에게 직간접적인 피해를 야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해당 설계사들은 새로운 GA로 옮긴 직후 부당승환을 집중적으로 유발했다. 금감원은 설계사의 실적에 의해 새로운 계약이 체결되는 등 보험소비자 권익을 침해했고, 일부 설계사들은 과도한 정착지원금 수령에 따른 실적 부담으로 부당승환뿐만 아니라 특별이익 제공 및 허위, 가공 등 작성계약도 함께 야기했다고 지적했다.

과도한 정착지원금, 소비자 피해로 이어지지만…금융당국, 규제 법적 근거 없어

문제는 부당승환·특별이익 제공·작성계약 등을 양산하는 과도한 정착지원금에 대해 금융당국이 법적 기준과 규제 체계가 전혀 없다는 점이다.

현재 GA업계는 자율규제로 마련된 '정착지원금 운영 모범규준'에 따라 설계사 수 100인 이상 GA가 지난해 3분기부터 분기별 정착지원금 지급 현황을 보험GA협회 홈페이지를 통해 공시하고 있다.

'정착지원금 모범규준'에 따르면 '회사는 정착지원금 산정 및 지급 기준을 자체적으로 마련하고, 해당 기준에 따라 정착지원금을 산정, 지급하여야 한다'와 '정착지원금 환수 기준을 자체적으로 마련하고, 해당 기준에 따라 정착지원금을 환수하여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정착지원금의 산정 및 지급, 환수까지 GA 자체적으로 마련돼 운영 중이고, 이에 대해 금융당국은 관여하거나, 규제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

이처럼 정착지원금에 대한 규제가 없다보니 보험설계사 영입 시장에서는 △과도한 정착지원금으로 인한 설계사 이탈 △설계사 이탈로 인한 정착지원금 경쟁 통한 다른 설계사 영업 등의 악순환이 반복되고고 있고 이로 인해 보험사 및 GA는 설계사와 소비자 계약 관리까지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 대형 GA 임원은 "일부 GA는 경영전략에 따라 일시적으로 과도한 정착지원금을 지급해 설계사를 모집하고, 설계사 이탈이 발생한 GA는 또 다른 설계사를 영입하기 위해 과도한 정착지원금을 지급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며 "정착지원금을 각 GA가 산정하고 지급하다 보니 더 많은 설계사를 영입하기 위해 상식 이상의 지원금을 제공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금감원은 문제가 되는 정착지원금은 GA와 설계사 사이의 사적계약으로 보험업법 등 규제 대상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다만 금감원은 GA의 정착지원금 산정, 지급 등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직접 제재할 수는 없지만, 과도한 정착지원금으로 인한 부당승환, 특별이익 제공, 작성계약 등에 대해 적극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정착지원금이 GA와 설계사 사이의 사적계약인 만큼 이를 규제할 만한 법령이 없다"라며 "과도한 정착지원금을 제공하는 GA에 대해서는 면담 및 현장검사를 통해 부당승환, 특별이익 제공, 작성계약 등에 대해 더 면밀하게 살펴볼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jcppar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