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화진 칼럼] '의무공개매수 제도'의 귀환
김화진 미시간대 로스쿨 석좌교수
2025년에 롯데 계열사들이 롯데렌탈 지분 56%를 사모펀드에 매각하기로 했을 때 가격은 주당 7만 7000원으로 합의됐다. 시가는 3만 3000원대였다. 롯데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받게 됐지만 일반 주주들은 3만 원대 시장가격에 주식을 거래해야 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불허로 거래가 성사되지는 않았다.
우리 법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경영권 행사 주체에게만 귀속시키는 것을 허용한다. 대체로 미국의 법제를 따른 것이다. 지배주주가 주식을 매각하고자 할 때 다른 주주들에게 통지하고 매각에 동참할 기회를 줘야 한다고 주주들이 약정할 수는 있다. 경영권 프리미엄이 주주들 간에 나눠지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약정은 당사자들 간에 채권적 효력만 발생시킨다. 즉 그에 위반해서 지배주주가 주식을 매각한 경우 매수인은 아무런 문제 없이 매수 주식에 기초해서 경영권 행사에 필요한 회사법상 이익을 향유한다.
경영권 프리미엄이 소수 주주에게도 나눠지게 하려면 매수인이 주식공개매수를 통해 경영권을 인수하면 된다. 그러나 법률이 그렇게 하라고 하지 않는 한 그렇게 하려는 매수인은 없다. 그래서 '강제 공개매수 제도'가 탄생한 것이다. 영국 포함 유럽의 몇몇 국가들은 일정 수준 이상의 지분을 취득한 지배주주에게 나머지 지분 전체를 강제로 추가 취득하게 한다. 이 제도가 EU 차원의 입법을 통해 유럽에 널리 통용되기 이전 유럽에서의 지배주식 매각과 소수주주의 동참권은 계약상의 권리에 불과했다.
우리나라도 구(舊) 증권거래법 제21조 제1항으로 의무공개매수 제도를 채택했던 역사가 있다. 1997년 1월 도입됐다가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2월에 폐지됐다. 새 제도를 제대로 운용해 볼 기회가 없었다. 그 후에도 자발적인 '50%+1주' 확보 공개매수는 실제 사례도 몇 건 있었는데 2008년에 마르스1호가 샘표식품 지분 50%를 확보하기 위한 공개매수를 시도했다가 실패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강제공개매수 제도는 경영권 인수 비용을 높이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경영권 방어 장치로 기능하기도 하고 부실기업 구조조정에도 걸림돌이 된다. 여러 각도에서 생각해 봐야 할 필요가 있는 제도다. 최근 공개된 정부안은 '50%+1주' 원칙을 담고 있다. 시장에서는 100%에 대한 공개매수 의무를 부과하지 않을 것이면 지배주주들에게만 유리한 결과가 된다는 이유로 정부안에 대한 반대가 있다.
하버드대 벱척 교수는 미국법상 통용되는 원칙을 '시장원칙'(market rule)이라고 부르고 소수주주에게 지배주식 매각에 동참할 기회를 주는 나라에서 통용되는 원칙을 '기회균등의 원칙'(equal opportunity rule)이라고 부르는 유명한 이분법을 제안했다. 벱척 교수의 경제학적 분석에 의하면 전자는 효율적인 경영권 이동을 촉진하는 데 후자보다 우수하지만, 비효율적인 경영권 이동을 제어하는 데는 후자보다 열등하다. 그래서 학계에서는 찬반 두 견해가 대립한다.
시장원칙은 계약자유의 원칙과 주식양도자유의 원칙에 기초를 둔다. 지배주주가 프리미엄을 소수주주와 공유해야 한다면 그로부터 지배주주의 재산권 행사와 계약체결에 제약이 발생한다. 주식양도자유의 원칙도 지배주주에게는 제한적으로만 적용되는 결과를 낳게 된다. 경제학적으로는 지배주주가 자유롭게 프리미엄을 받고 지분을 양도할 수 있어야만 양도인, 양수인 공히 회사 경영자에 대한 감시·감독 기능을 자체 비용을 투입해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
반면 지배주주는 소수주주에 대해 충실의무를 부담한다는 견해에 의하면 지배주주의 경영권부 주식양도는 새로운 지배주주의 등장으로 인한 회사 사업목적의 변동, 경영 스타일과 전략의 변화 등을 발생시키게 된다. 소수주주가 예측하지 못한 손해나 불이익을 당할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지배주주의 권리행사에는 일정한 제약이 가해져야 한다는 것이다. 소수주주의 보호는 소수주주의 이익을 보호하는 통상적인 회사법 규칙만으로는 충분치 못하기 때문에 경영권 이동이 발생할 때 소수주주가 회사에서 떠날 수 있게 해 줘야 한다는 것이다.
강제공개매수 제도에 대해 입법례와 학술적 의견 공히 양쪽으로 나눠진다. 어떤 쪽이 좋다는 결론은 어려워 보인다. 결국 시장참여자들의 의견을 경청한 정치적 결단과 책임이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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