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품는 증권사]② 거래소만 답 아니다…'디지털자산' 각자도생

자체 구축·외부 제휴·공동 인프라…필요 역량 확보 방식 '제각각'
조각투자 넘어 정형증권까지…인프라 뒤엔 '상품·고객' 선점 경쟁

편집자주 ...증권사와 디지털자산 거래소의 합종연횡이 빨라지고 있다. 단순히 코인 거래 시장을 노린 투자가 아니다. 토큰증권을 시작으로 전통 금융자산과 디지털자산이 통합되는 새로운 시장에서 강자로 올라서기 위한 주도권 경쟁이다. 디지털자산 거래소를 직접 품거나 전략적 동맹을 맺고, 독자 인프라를 구축하는 등 선택도 엇갈린다. 증권사와 디지털자산 거래소의 움직임을 살펴보고 미래 금융 플랫폼을 향한 전초전의 판세를 짚어본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증권가 일대. ⓒ 뉴스1 장수영 기자

(서울=뉴스1) 서한샘 손엄지 기자 = 증권사들이 가상자산 거래소를 품는 것은 빠르게 커지는 디지털자산 시장에 진입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다. 거래소가 갖춘 거래 인프라와 블록체인 기술, 운영 경험 등을 활용해 시장 진입에 필요한 시간을 단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거래소 인수가 유일한 길은 아니다. 내년 토큰증권(STO) 제도 시행을 앞두고 증권사들은 자체 인프라 구축부터 외부 기술기업과의 제휴, 공동 플랫폼 참여까지 각자의 방식으로 디지털자산 시장에 대비하고 있다.

직접 만들고 손잡고…디지털자산 진출법 '제각각'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증권사들의 디지털자산 전략은 한 가지 방식으로 수렴하지 않고 있다. 자체 기술과 플랫폼을 구축하는 곳이 있는가 하면 이미 관련 역량을 갖춘 외부 사업자와 손잡거나 여러 금융회사가 공동 인프라를 활용하기도 한다.

한 회사가 사업 영역에 따라 여러 방식을 병행하기도 한다. 한국투자증권은 코인원 지분 약 20%를 확보해 가상자산 분야의 협업 기반을 마련하면서 토큰증권 발행 플랫폼은 별도로 자체 구축하고 있다. 토큰증권 유통에서는 한국거래소가 주도하는 KDX 컨소시엄에 참여하는 등 사업 영역별로 필요한 방식을 조합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기존 증권과 가상자산 영역에서 각 사가 가진 사업을 결합하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며 "기술적인 부분에서도 협력할 수 있는 영역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자체 구축과 외부 협력을 병행하는 증권사도 있다. KB증권은 자체 토큰증권 인프라인 'KB STO V2'를 구축하면서 글로벌 기관용 블록체인인 캔톤 네트워크와 가상자산사업자(VASP) 웨이브릿지 등 외부 사업자와 협력해 왔다. 신한투자증권도 분산원장 기술에 투자하고 관련 기술검증(PoC)을 진행하는 등 자체 역량을 쌓아왔다.

한화투자증권은 두나무 지분 보유에 이어 미국 Web3 기업 크리서스에 약 180억 원을 전략 투자해 디지털지갑 보안기술과 토큰화 인프라를 활용한 RWA(실물연계자산)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하나증권은 미래에셋증권과 블록체인 메인넷을 공동 구축하고 한돈 투자계약증권 등 조각 투자 경험을 바탕으로 토큰화할 상품을 발굴하고 있다.

모든 인프라를 개별 증권사가 직접 구축하는 대신 공동 플랫폼을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코스콤은 여러 증권사가 함께 사용할 수 있는 토큰증권 발행 플랫폼 'KoSTO'를 구축하고 있다. 키움증권과 대신증권, NH투자증권 등 12곳이 참여해 토큰증권 시장에 대비하고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공동 인프라를 활용해 초기 시스템 구축 비용·시간을 줄이고 증권사는 상품 설계·발행 등 강점을 가진 영역에 집중할 수 있다"고 말했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예탁결제원 서울사무소에서 열린 '민·관 합동 토큰증권 협의체' 3차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2026.9.4 ⓒ 뉴스1 윤지오 수습기자
거래소 없어도 된다…기존 증권업 인가로 STO 진출

증권사들이 서로 다른 전략을 선택할 수 있는 것은 토큰증권 시장 진입을 위해 가상자산 거래소나 특정 형태의 블록체인 인프라를 반드시 보유해야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4일 발표한 '토큰증권 정책방향'에서 토큰증권만을 위한 별도의 금융투자업 인가 체계를 만들지 않기로 했다. 기존 금융투자업자는 이미 인가받은 업무 범위 안에서 별도 추가 인가 없이 토큰증권을 취급할 수 있다. 다만 다자간 거래 시장을 운영하려면 장외거래소 인가가 필요하다.

증권사 입장에서는 기존 증권업에서 쌓아온 상품 설계·발행과 고객 관리 역량을 토큰증권 시장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셈이다. 여기에 필요한 분산원장 기술이나 발행 인프라는 직접 구축하거나 외부 사업자와 협력하고 공동 플랫폼을 이용하는 방식으로 보완할 수 있다.

금융당국이 토큰증권의 범위를 기존 조각 투자에서 정형 증권까지 확대하기로 하면서 증권사들이 취급할 수 있는 상품의 폭도 넓어질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인프라가 갖춰지고 나면 결국 어떤 상품을 확보하고 설계하느냐가 경쟁력을 가를 것으로 보고 있다. 거래소를 직접 품든 자체 기술을 구축하든 공동 인프라를 활용하든 궁극적으로는 디지털자산 시장에서 상품과 고객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인 셈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제도가 마련돼 시장이 열리면 결국 각 플랫폼에서 무엇을 판매하느냐가 핵심이 될 수 있다"며 "좋은 상품을 발행할 수 있는 사업자를 확보하기 위한 경쟁도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sae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