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채권·펀드까지 확장되는 토큰증권…"길이 열렸다" 화색
내년 2월 토큰증권 시행…'정형증권' 토큰화 추진 확정
'비금전신탁 수익증권'도 허용…법 개정·인프라 등 변수
- 문창석 기자
(서울=뉴스1) 문창석 기자 = 금융당국이 내년 2월 토큰증권(STO) 제도 시행을 앞두고 규제를 대거 풀면서 업계도 상품 발행에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다만 아직 법 개정 절차가 남아있고 인프라도 부족해 전면 도입까진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4일 금융위원회는 서울 여의도 예탁결제원 서울사무소에서 '민·관 합동 토큰증권 협의체' 3차 회의를 개최하고 토큰증권 정책 방향을 공개했다.
협의체에선 주식·채권·펀드 등 기존 정형증권에 대해서도 토큰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그동안 토큰증권 논의는 미술품·음원 등 비정형증권의 조각투자를 중심으로 진행됐는데, 최근 국내외에서 기존 정형증권의 토큰화 논의가 활발해지면서 '모든 증권'의 토큰화로 노선을 바꿨다.
해외에서는 이미 전통적 금융 자산을 블록체인에서 거래하는 시장이 빠르게 커지는 등 다양한 정형증권의 토큰화가 진행되고 있다. 미국의 로빈후드는 120개국을 대상으로 토큰화 주식 서비스를 제공해 테슬라·스페이스X 같은 상장주식은 물론 오픈AI 등 비상장 주식까지 토큰 형태로 거래 중이다.
권대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이날 회의에서 "토큰증권을 조각투자에만 머물게 하지 않겠다"며 "전략적·단계적 접근을 통해 주식, 채권, 펀드 등 기존 금융상품도 토큰 방식으로 발행하고 거래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비금전신탁 수익증권'에 대한 규제도 풀렸다. 비금전신탁 수익증권이란 부동산·저작권·특허권 등 금전이 아니지만 신탁 가능한 기초자산 및 사업을 다수가 나눠 투자하는 상품이다. 개별 규모가 작아 단독으로 증권화가 어려웠지만, 여러 개를 묶어 조각투자 상품으로 만들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비금전신탁 수익증권은 조각투자와 토큰증권의 핵심 근거로 꼽힌다. 하지만 관련 기업들은 신탁수익증권을 발행하는 과정에서 기초자산을 먼저 매입해야 하는데, 아직 시장이 개화되지 않았는데도 상품 준비를 위해선 기초자산을 먼저 매입해야 했다. 그동안 자금이 묶이는 구조라 자본력이 부족한 사업자들에겐 부담이 컸다.
키움증권에 따르면 조각투자 발행 금액은 2023년 248억 원에서 2024년 272억 원으로 증가했지만 지난해에는 133억 원으로 반토막이 됐고 올해는 49억 원으로 지난해에 크게 못 미친다. 부동산 조각투자 사업자 펀블은 지난 4월, 부동산 조각투자 플랫폼 카사도 지난 7월 서비스를 종료했다.
하지만 규제가 풀리면서 개별 단위로는 가치평가나 수익 안정성 확보가 어려웠던 자산도 묶어서 토큰증권 상품을 설계할 수 있게 됐다. 특허권 등 지식재산권(IP)처럼 라이선스 계약에 따라 수익이 발생하는 자산도 같은 분야의 권리를 묶어 새로운 기초자산이 될 수 있다.
토큰증권업계 관계자는 "그동안은 어떤 자산을 담을 수 있는지, 어떤 구조로 설계해야 하는지 정해지지 않아 상품을 준비해놓고도 발행 시점을 잡기 어려웠다"며 "이번에 기초자산 요건과 발행 절차, 유통 한도가 확정되면서 증권신고서 제출부터 공모까지 이어지는 경로가 열렸다"고 말했다.
다만 비금전신탁 수익증권의 발행 근거인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현재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계류 중이다. 현재 장외거래소 본인가와 한국거래소의 신종증권시장 개설은 모두 4분기로 예정돼 있는데, 법 개정이 시장 개설(내년 2월)보다 늦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거래시장은 먼저 열리더라도 비금전신탁 수익증권의 발행·유통에는 제약이 생길 수 있다.
이 밖에도 내년 2월 토큰증권이 도입되더라도 온체인 상에서 지급결제를 담당할 수 있는 인프라가 충분히 마련되지 않은 만큼 블록체인 인프라가 전면적으로 도입되긴 어려울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심수빈 키움증권 연구원은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등 새로운 지급결제 수단의 제도화 역시 아직 진행 중"이라며 "이를 고려하면 제도 시행 초기부터 증권의 발행·유통·결제 전 과정이 온체인 상에서 이뤄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themo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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