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까지 흔드는 서학개미 레버리지 투자…SOXL 시총 27% 차지
한국인이 '큰손'…美 거래소, 韓 시세제공 중단하기도
"하락장 와도 이내 반등할 것이란 믿음에 기대는 측면이 크다"
- 문창석 기자
(서울=뉴스1) 문창석 기자 =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에 대한 금융당국의 규제 시행 이후 국내 투자자들의 관심은 크게 줄었지만 해외 기반 레버리지는 여전히 막대하게 거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 레버리지 상품에 서학개미들이 '큰손' 역할을 하면서 가격 변동을 키우거나 해외 현지 거래소의 정책을 바꾸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3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에 따르면 미국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를 3배로 추종하는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불 3배 ETF(SOXL)'의 국내 투자자 보관금액은 지난달 말 기준 52억 3821만 달러(약 7조 1400억 원)로 집계됐다. 이는 SOXL 전체 시가총액(192억 9838만 달러)의 27.1%에 해당하는 규모다.
서학개미들의 SOXL 거래액은 압도적이다. 지난 1일 국내 투자자들의 SOXL 거래금액(매수·매도 합계)은 총 4억 5337만 달러로 모든 해외주식 중 가장 많았다. 그냥 1위가 아니다. 같은 기간 나머지 2~20위 종목의 거래금액을 모두 더한 것(4억 1356만 달러)보다도 많은 압도적 1위다.
다른 주요 해외 레버리지 ETF에서도 한국인은 큰손이다. 국내 투자자의 비중은 지난달 말 기준 △프로셰어즈 울트라프로 QQQ(TQQQ) 12.6% △프로셰어즈 울트라 QQQ(QLD) 20.9% △디렉시온 데일리 테슬라 불 2X(TSLL) 38.8% △디렉시온 데일리 MSCI 사우스코리아3X(KORU) 37.6% 등 매우 높은 편이다.
시장에선 국내 투자자들이 적은 자금으로 단기간에 큰 수익을 내려는 투자 성향이 강하다고 본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경우 지난 5월 출시 직후부터 시장 자금을 모두 빨아들이며 수급난이 일어나기도 했다. 투자자들이 국내 증권사 앱(MTS)을 통해 해외 레버리지 상품을 환전부터 매매까지 한 번에 손쉽게 거래할 수 있는 등 거래 환경이 편리한 점도 있다.
최근에는 네이버 및 토스 등 증권사 MTS 종목토론방, 해외투자 오픈 카톡방 등 온라인 커뮤니티의 영향이 커졌다는 평가다. 이들 플랫폼에서 평소 해당 레버리지 ETF 보유액이 많은 것으로 알려진 '큰손'이 계좌 수익률을 인증하면 여러 투자자들이 이를 따라 레버리지를 사는 '리딩방' 같은 일도 벌어진다는 것이다.
해외에서도 한국인의 '레버리지 사랑'은 화제다. 최근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국내 개인투자자들에 대해 '충동적 도박꾼(impulsive gambler)'이라고 지적하며 한국 증시를 카지노에 빗대기도 했다. 올해 국내 개인투자자들이 레버리지 ETF에 투입한 자금은 100억 달러(약 14조 7000억 원)로 추산됐다.
오언 라몬트 아카디안자산운용 수석부사장은 지난해 '오징어 게임 주식시장'이라는 글에서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보유액은 전년 기준 전체 미국 시가총액의 0.2%에 불과하지만, 특정 틈새시장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언급하면서 "미국 주식시장이 한국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해외 레버리지에 국내 투자자들이 과도하게 몰리자 미국의 대체거래소 블루오션은 지난 1일부터 국내 증권사에 SOXL 등 19개 종목에 대한 주간 시세 제공을 중단하기도 했다. 한국인들의 주간 거래가 지나치게 활발해지자 직전 6개월 중 4개월간 종목당 평균 일일 거래량의 5%를 넘는 거래를 집행할 수 없다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관련 규정을 준수하기 위해 내린 조치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국내 투자자들은 해외 투자자들보다 레버리지 운용 비중이 매우 큰데, 이는 분석의 결과가 아닌 하락장이 오더라도 이내 반등할 것이란 믿음에 기대는 측면이 크다"며 "이같은 투자 방식은 변동성이 커지거나 긴 침체에 빠질 경우 일반적인 손실보다 더욱 막대한 손실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themo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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