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반대매매라는 이름의 난파선
담보비율이 140%인 것도 모르고 수억 신용 쓰는 투자자들
변동성이 큰 시장에서 신용융자는 원금까지 잃게 만들어
- 손엄지 기자
(서울=뉴스1) 손엄지 기자 = 최근 한 증권사에서 신용융자를 썼다가 상담원의 잘못된 안내로 15억 원어치 주식을 날렸다는 투자자의 글이 화제가 됐다.
취재 결과 오(誤)안내로 반대매매가 이뤄진 종목은 단 1종목이었고 그에 따른 손실 규모도 투자자 주장만큼 크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다른 종목은 안내 이전에 이미 반대매매 대상이었다.
증권사가 담보비율을 잘못 안내한 책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게시글에 달린 댓글에는 증권사 실수보다 투자자에 대한 지적이 더 많았다. "담보비율이 140%인 것도 모르고 신용을 그렇게 쓰는 사람이 어디 있냐"는 반응이었다.
해당 투자자뿐일까. 수억 원의 신용을 쓰면서도 증권사의 담보유지비율이 140%인지, 120%인지 제대로 알지 못하는 투자자가 많을 거다. 어쩌면 연 7~9% 수준의 신용융자 이자도 정확히 계산하지 않고 있을지 모른다.
영화 '오디세이'를 보면 결국 배를 목적지까지 데려가는 건 화려한 돛이 아니라 허름할지라도 물 위에서 버텨주는 배 그 자체다. 돛은 순풍이 불 때 배를 더 빠르게 만들지만 파도와 바람이 거세지면 오히려 배를 위험하게 만든다. 그래서 폭풍우가 몰아치면 돛을 내린다.
오디세이 이야기를 꺼낸 건 우리의 투자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배가 원금이라면 돛은 신용융자다. 시장이 내가 예상한 방향으로 움직일 때 신용은 목적지까지 더 빨리 데려다줄 수 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악천후에선 이야기가 달라진다. 지금처럼 변동성이 큰 시장 말이다.
우리 투자는 나의 원금이 목적지에 잘 도착하는 데 있다. 누가 더 빨리 도착하는지를 겨루는 경주가 되면 안 된다. 순풍이 불 때 돛을 펴는 것은 도움이 되지만, 폭풍우 속에서도 돛을 끝까지 펼쳐놓으면 배 자체를 잃을 수 있다.
오디세우스의 귀환이 그토록 오래 걸린 건 수많은 유혹과 욕심에 흔들렸기 때문이다. 투자도 마찬가지다. 빨리 가려는 욕심이 오히려 목적지에 도착하는 시간을 늦출 수 있다. 때로는 돛을 내리는 것이 가장 빨리 목적지에 도착하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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