떼어낼 땐 '알짜' 다시 품을 땐 '적자'…SK이노 주주 뿔났다

SKIET는 상한가 갔는데 SK이노는 이틀 동안 14.5% 하락
SKIET 정상화가 관건…"SK하닉처럼 성장동력 될 수도"

SK이노베이션 울산CLX 전경.(SK이노베이션 제공) ⓒ 뉴스1 최동현 기자

(서울=뉴스1) 손엄지 기자 = SK이노베이션(096770)이 7년 전 떼어낸 SK아이이테크놀로지(361610)(SKIET)를 다시 품기로 하면서 주가가 연일 약세다.

7년 전에는 성장성이 높은 핵심 사업부를 떼어내면서 주주가치 훼손 논란을 빚더니, 이제는 적자가 누적된 SKIET를 다시 합병하기로 하면서 주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합병에 따른 실질적인 주주가치 희석은 제한적이며 장기적으로 SKIET 정상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지난 25일 SKIET 흡수합병을 발표한 이후 최근 2거래일 동안 14.5% 하락했다. 반면 SKIET는 26일 상한가로 마감하는 등 분위기는 정반대다.

7년 전 '알짜' 떼어냈는데…적자 나자 다시 합병

SK이노베이션은 지난 2019년 소재사업을 물적분할해 SKIET를 설립했다. 이후 2021년 SKIET를 코스피 시장에 상장했다.

당시 분할과 상장의 명분은 대규모 투자 자금을 조달해 분리막 사업의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것이었다. 전기차 시장 성장과 함께 배터리 분리막 사업이 핵심 성장동력으로 주목받던 시기다.

기존 SK이노베이션 주주들의 반발은 물론 거셌다. 물적분할 방식이었던 만큼 기존 주주들에게 SKIET 주식이 배정되지도 않았다. SK이노베이션만 당시 SKIET 구주매출을 통해 1조 3500억 원의 현금을 쥐었다.

특히 당시 2차전지 산업의 성장 기대가 높았던 만큼 SK이노베이션에서 유망 사업을 떼어내 별도로 상장하는 이른바 '쪼개기 상장'이 모회사 주주가치를 훼손한다는 비판이 컸다.

7년 사이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전기차 수요 둔화인 '캐즘'이 장기화하고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까지 겹치면서 분리막 업황이 악화했다. SKIET는 2023년부터 계속 적자다. 올해 상반기 순손실은 1조 3000억 원이고, 부채비율은 150%를 넘어섰다.

SK이노베이션 주주는 날벼락이다. 과거 성장 사업을 떼어낼 때도 주주 가치 훼손 논란을 겪었는데, 이번에는 적자가 누적된 사업을 다시 품어야 한다. 합병신주 발행으로 기존 보유 주식 가치가 하락하는 것도 부담이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기존 주주를 위해 별도의 주주환원책을 내놓으라는 목소리가 크다.

증권가 "주주가치 희석 2.6% 불과…합병이 현실적"

증권가에서는 SK이노베이션 주주가 실제로 부담해야 하는 합병 비용은 시장의 우려만큼 크지 않다고 평가한다. 또 SKIET의 자생력이 약화한 상황에서 매각이나 지속적인 자금 대여보다는 합병이 현실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KB증권은 SK이노베이션과 SKIET의 합병 비율이 1대 0.117454로 결정됐지만 합병에 따른 신규 주식 교부 비율은 2.6% 수준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이미 SKIET 지분 53.35%를 보유하고 있어서다.

전우제 KB증권 연구원 "제3자 매각이나 자금 대여보다는 합병이 실효성이 있다고 판단한다"며 "신용도 안정화와 관리비용 통합에 따른 고정비·운영비 절감, 분리막 생산체계 안정화, 연구개발(R&D) 통합에 따른 연구 개선 시너지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의 높은 신용도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SKIET에는 긍정적이다. 독립법인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것보다 금융비용을 낮추고 안정적으로 투자 재원을 확보할 수 있다.

향후 SK이노베이션 주가의 관건은 합병에 따른 단기적인 희석보다 SKIET를 얼마나 빠르게 정상화하느냐가 될 전망이다. SK이노베이션은 조직 통합과 비용 절감 등을 통해 연간 약 600억 원의 상각전영업이익(EBITDA) 개선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000660)도 과거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지만 투자를 이어가면서 지금은 그룹의 핵심 수익원이 됐다"며 "SKIET 역시 업황이 회복되고 경쟁력을 확보한다면 장기적으로는 SK이노베이션의 부담이 아닌 성장동력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om@news1.kr